쏟아지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졌다 젖어도 상관없는 가장 편한 차림으로 동네 한 바퀴를 돌았는데역시 나다니는 사람 없고 자연만이 피하는 법 없이 굵은 빗방울에 아파 보였다. 동네 실계천에는 마치 큰 강처럼 흙물로 가득 찼고 길 건너 창릉천도 무섭도록 흙탕물로 수초들을 다 덮고도 뭔가를 더 쓸어갈 것처럼 위협적이었다. 동네 생태연못에는 왜가리 한 쌍이 날아와 흙탕물을 비행을 하다가 먹이를 잡을 수 없어선지 물가를 서성이고 있었는데 늘 밤에만 산책을 하다 보니 오늘 처음 보는 한쌍이 너무 신기하여 계속 사진을 찍으면서 날아갈 때까지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밤에 다니던 길을 다 돌고 집에 들어오니 벌써 서쪽하늘에는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눈부시게 하루를 마감하는 광채를 내고 있었다. 집안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너무 아름다워 황혼이 질 때까지 서러웁도록 빠져드는 서쪽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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