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어떤 결단을 내야 하는 국민성이 나에게도 다분히 보인다. 그런데 작은 꽃 한 송이를 보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배운다 모종이 아닌 꽃씨를 뿌려 꽃 피워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고 나면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화단으로 갔는데 어느날 한낮 그 무성하던 화초 잎에 구엉이 뻥뻥 뚫려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새파란 벌레 한 마리가 그 짖을 하고 있길래 빨리 없애야 한다는생각으로 옆에 있던 바퀴벌레 약을 뿌려 버렸다, 벌레 한 마리 손으로 잡지 못해 사고를 치고 말았다. 그 후, 벌레는 죽었는지 보이지 않고 한련화의 남은 잎들이 누렇게 말라버렸다. 꽃에게 너무 미안해서 사과를 하고 자책하면 지내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털이 다 뽑힌 싸닭 움 닭 같던 줄기에서 작은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고 꽃대가 일어서지도 못하고 광합성도 못할 텐데 너무도 고맙게 꽃망울을 맺어주었다.
보기 흉하다고 못쓰게 되었다고 뽑아버렸다면 다시 못 볼 꽃을볼 수 있게 된 건 기다려 주었기 때문이다. 꽃인들 왜 모를까 사랑받고 있다는 걸, 모두가 싫어하고 죽이려고만 하는 벌레에게는 육신 보시하고 주인에게 충성하는 것 같아 말없이 전해주는 애처로운 고통을 보고 오늘 문득 빠르게만 돌아가는 세상에서 기다려 주는 것도 사랑이란 걸 배웠다.
밑에 있는 화초는 물관리를 잘못해 잎이 거의 다 떨어지고 몇 개만 있었는데
한동안 물을 주지 않고 기다렸더니 지금은 이렇게 잘 자라고 있다.
화원 주인이 물을 좋아한다 해서 너무 많이 주었던 게 화근이었다.
기다려주면 이렇게 보답해 주는 화초처럼 못난 것에 사랑을 주려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living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에대한 변명 (0) | 2009.08.14 |
---|---|
아기가 발견한 하늘 (0) | 2009.08.09 |
폭우 속으로 산책 (0) | 2009.07.09 |
떨어져서 피는 꽃 (0) | 2009.07.08 |
엄마는 휴가 중 (0) | 2009.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