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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형제봉코스

거시기 산행, 우리나라 대표 대명사인 거시기엔 어떤 말을 대신해서 거시기를 대입해도 의사소통이 다 된다. 그러나 약간의 오류가 생길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의 자기 합리화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명사여서 때로는 엉뚱한 발상이 될 수도 있는 참 재미있는 엄연한 표준어다.나 역시 이번 산행에서 거시기를 엉뚱하게 생각했었으니까. 어제는 가지 말라는 길로 들어서서 길한테 매를 맞는 날인지도 모른다.그런가 하면 군자이기를 포기한 길이 기도한 것은 사람 다니는 길이 아니라 산돼지가 다니는 길이라니....... 군자라고 항상 대로행을 하다 보면 삶이 따분할 수도 있어서 한 두 번 정도는 애교일 수도 있으니까. 소백산엔 아직 한 번도 못 갔기 때문에 목적이 뭐든 기대감으로 따라나섰다.그런데 알고 보니 명산의 명불허전을 감상하..

등산 2014.05.21

지리산 바래봉

오월 중순, 한국의 삼신산인 방장산의 신선은 어떤 모습일까 싶어 지리산으로 간다. 독일 시인 칼 붓세는 "산너머 저쪽"이란 시에서 산너머 저쪽 하늘 저 멀리/행복이 있다고 말하기에/ 아~그를 남 따라갔다가/눈물만 머금고 돌아왔다네/산너머 저쪽 좀 더 멀리/행복이 있다고 말하네. 시인은 그렇게 행복 찾아 무작정 남 따라갔다가 행복을 찾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되돌아왔지만 난 산너머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가기에 그 행복을 누리기 위해 가는 길은 어떤 고난의 길이라도 기어이 그곳에 이르러 잠시 행복하려고 찾아간다.어차피 행복이란 순간의 연속이니까, 그 순간들을 늘려 가다보면 인생이 행복해지는 거다. 남원에서 정령치 휴게소까지 산속으로 들어가는 찻길은 마치 초록의 심연에서 점차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가는 듯한..

등산 2014.05.14

한라산 관음사코스

제주 둘째 날, 전 날 한라산에 비가 100m가 왔다는 말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사라오름과 백록담에 물이 차 있을 것 같고 하늘도 맑고 푸르니 이 얼마나 좋은 기회냐 싶어서다. 더불어 이른 감이 있지만 진달래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동안 한라산 다른 코스는 갔었지만 관음사코스를 못 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성판악에서 출발해서 관음사코스로 하산하는 게 목표다. 한라산은 거의 눈 산행을 했고 봄에 가는 건 처음인데 참 다르더라. 눈 속에 묻혀 볼 수 없었던 울퉁불퉁하고 뾰족한 검은 돌들이 제멋데로 박힌 길이 뜻하지 않아도 느리게 걸을 수밖에 없었다. 돌계단 나무계단을 번갈아 오르는데 눈이 들어찼을 땐 얼마나 편하게 걸었는데 이게 뭐야? 발만 보고 걸어야잖아, 산 입구에는 나뭇잎이 푸른빛이 ..

제주의 사계 2014.05.09

진해 장복산

벚꽃 나라 진해로 간다. 봄꽃 쫓아다니기에 지치도록 몸을 괴롭히는 시간이 즐겁다. 가만히 기다려도 내 집 문 앞까지 찾아 올 봄물 결이건만 굳이 찾아다니는 건 순간의 절정을 보기 위함이다. 짧은 순간을 보기 위해선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절정의 순간을 본다는 건 인생을 무위도식하려는 정신이 이 닐까! 삶에도 단계가 이어서 그 순서를 밟아 누구나 그렇듯 열심히, 헌신적인 삶을 다 살아내고도 남는 시간을 여생이라고 한다면 그 여생은 나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진해, 그 전통적인 군항제를 이제야 찾게 되다니! 그만큼 나를 위한 시간을 모른 채 열심히 살았다는 거지. 그러나 획일적인 축제의 마당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기념적인 일에 그곳에 간다는 것도 축제는 축제다. 장복산, 행..

등산 2014.04.02

구례 둥주리봉,오산 사성암

봄이 왔다. 김용택 시인의 책 한 권을 보고 난 뒤부터 봄이 오면 섬진강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는데 그 봄도, 나도, 우린 약속을 지켰다. 자연만큼 정직한 게 없다. 봄이 언제 온다 하고 오지 않은 때가 있었던가? 꽃이 언제 핀다 하고 피지 않은 때가 있었던가? 무언가를 사랑하면 닮아가는지 세월의 두께가 책장처럼 쌓여가면서 자연을 닮아, 나도 작정을 하고 나면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편이다.봄과 섬진강은 불가분의 관계처럼 이미 설정된 곳이다. 강변 따라 그만큼 긴 길에는 봄의 색으로 덧칠을 해놓는 거대한 화폭이 되지만 이번엔 좀 이른 시기에 그 장관을 보지는 못했지만 나무를 보면 꽃은 연상작용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으로도 본다. 구례 동해마을에서 둥주리봉으로 오르는데 처음부터 가파른 ..

등산 2014.03.23

양명산 국립공원

대만에서 3일째 되는 날 우리는 양명산 국립공원으로 갔다. 남의 나라에서 한 번에 길을 정확하게 찾기는 무척 어려워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산의 규모가 그렇게 넓은 줄도 모르고, 등산을 한 다음 하산하면서 노천온천도 즐기고 산책도 하고 그럴 예정이었는데 택시를 타면서 정확한 지점을 말해야 되는걸 그냥 양명산으로 가자고 했더니 산 입구에 내려주었다. 대만 기사들이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힘들었는데 겨우 물어서 다시 택시를 탔더니 산의 반 이상을 차로 올라가는 길이었고 걷는 구간은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 같았다. 한 번에 연결해서다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코스별로 정해서 가야 한다는 걸 몰랐다. 그러나 우리가 더 좋은 곳을 본 것이다. 양명산은 대만에서 4대 국립공원 중의..

해외여행 2014.03.18

3모녀여행1(타이루거 협곡)

우리끼리의 행복한 여행이다. 여행이란, 노는 걸 일하 듯하는 거, 고생 반 행복 반, 그러나 기꺼이 감수하는 자의적 고생이다. 큰딸이 힘든 프로젝트를 완성하느라 1년이 걸렸다. 별 보고 나가서 별 보고 들어오는 딸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안쓰러웠는데 본인은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싶었더니 좀 쉬고 싶다며 동생과 의논해서 이틀씩 휴가를 내고 3박4일간 세 모녀가 대만으로 여행을 갔다. 장소는 오직 엄마에게 맞는 곳을 골랐다. 음식이 까다롭고 산을 좋아하는 엄마 때문에 대만으로 결정했지만 다녀오고 나니 선택이 참 좋았다는 생각은 똑같았다. 우리는 각자 역할 분담으로 큰애는 경비지출 담당,작은애는 길 찾기 담당. 난 공짜로 누리기. 일정별로 첫날, 오후 4시정도에 루저우에 있는 시티파크 호텔에 체크인을 ..

해외여행 2014.03.17

고흥 거금도

아! 하룻밤의 격세지감이여, 전날 그 투명한 하늘에서 일출과 일몰을 보며 여행을 했는데 하룻밤 사이에 춘설이 내려 다른 세상의 아침을 맞으며 자칫 어제의 기억이 눈에 묻혀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전남 고흥군 금산면, 산행코스: 파성재-마당 목재-적대봉(592m)(봉수대) -오천리(몽돌해변) - 거금도-소록도 무박산행이다. 무박산행을 하려면 우선 일상의 필수 코스인 잠을 빼야 하는 일정이지만 가끔은 신체리듬의 코드를 바꾸었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겪어보는 것도 몸 상태를 체크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좋은 점이다. 결론적으로 아직은 내몸이 쓸만하다는 체크를 끝내고 적막강산에 발을 내딛고 검은 하늘에 점점이 박힌 별빛을 내 몸에다 박 으며 멀리 녹동항의 야경을 보며 산을 오른다. 이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밤..

등산 2014.03.09

내 화단에 다녀갔거나 건재한 화초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꽃밭을 살피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두 딸이 꽃이었는데 이젠 더 이상 돌보지 않아도 되는 딸꽃들은 화분을 박차고 더 넓은 공간으로 꽃을 피우러 나가고 나니 어디에다 정성을 쏟아야 할지 생각하다가 화초를 키우기 시작했다. 자고 나면 한 잎씩 피어나고 꽃을 피워주고 내 마음을 안다는 듯 이쁜 모습으로 정성에 보답해 주니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잎에는 윤기가 흐르고 꽃은 제 색깔을 가장 농후하게 머금은 채로 우리는 날마다 아름다운 교감을 나누고 있다. 난생처음으로 내손으로 씨앗을 뿌려 꽃까지 피워보니 농사꾼의 해마다 거두는 결실에 못지않은 기쁨이 있다. 뭔가를 키운다는 것은 잃어버린 시간인 줄 알았던 내 시간들이 고스란히 새싹과 꽃잎에 녹아있다는 걸 깨닫고 나니..

나의 꽃밭 2014.03.05

자연의 원색

**자연에서 얻은 원색** 2012년 2월 13일, 지리산 종주를 하던 날 세석대피소 위에서 일출을 찍다가 우연히 잘 못 찍은 사진에서 태양이 아닌 붉은빛만 찍혔는데 그것에 강한 인상을 받은 터라 수많은 사진 중에서 편집되지 않고 살아남아 오히려 그 빛을 살려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는 "자연의 원색을 모아보자" 하고 저장해 두었는데 한동안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어제 꽃의 원색을 추가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색의 조합이 생겨나고 휘황찬란하지만 이처럼 자연의 빛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우면서도 곱디고운 색이 어디 있으랴? 세상은 이 7가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또한 이 바탕에서 감각기관이 열리며 이 빛과 색과 향기를 받아들여 올바른 심성이 형성되고 결정되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

living note 2014.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