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꽃밭을 살피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두 딸이 꽃이었는데 이젠 더 이상 돌보지 않아도 되는 딸꽃들은 화분을 박차고 더 넓은 공간으로 꽃을 피우러 나가고 나니 어디에다 정성을 쏟아야 할지 생각하다가 화초를 키우기 시작했다. 자고 나면 한 잎씩 피어나고 꽃을 피워주고 내 마음을 안다는 듯 이쁜 모습으로 정성에 보답해 주니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잎에는 윤기가 흐르고 꽃은 제 색깔을 가장 농후하게 머금은 채로 우리는 날마다 아름다운 교감을 나누고 있다. 난생처음으로 내손으로 씨앗을 뿌려 꽃까지 피워보니 농사꾼의 해마다 거두는 결실에 못지않은 기쁨이 있다.
뭔가를 키운다는 것은 잃어버린 시간인 줄 알았던 내 시간들이 고스란히 새싹과 꽃잎에 녹아있다는 걸 깨닫고 나니 아무것도 안 하면 시간은 어디에도 남겨지지 않은 채로 주름으로만 남지 않을까 생각된다. 올봄에 앞산에서 지천에 널려있는 제비꽃을 세 포기 캐어다 심었더니 글쎄 그 놈들이 끊임없이 씨방이 사방으로 터져서 계속 새끼를 치고 있는데 아마 내년 봄에는 온통 제비꽃 밭이 될 것 같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다른 손님이 와서 눈에 띄지도 않게 야금야금 꽃잎을 먹어 치우고 있지만 머잖아 날씨가 추우면 일생을 다 할 것 같아 차라리 보시나 하자는 뜻으로 벌레를 잡지 않고 그냥 두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난 어느새 내년에 보라색 제비꽃과 각시붓꽃이 가득 피어있는 보라색 꽃밭을 그리고 있다.
바이 롤렛
페페로미아
워터 코인
아메리칸 블루
아라비아 재스민
산세베리아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