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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백담사코스

백담사-영시암-오세암-마등령-설악동 자연이 하는 일을 인간의 마음으로 헤아린다는 건 무리야. 지구는 인간의 것이기 이전부터 먼저 자연이 주인이었으니까. 하산해서 차에 타자마자 서 대장한테 "앞으로 비 오는 날은 산행 안 할 거야"이렇게 말했지만 산고의 고통을 겪고 나면 다시는 안 낳겠다고 하면서 둘째를 낳듯이, 지난주에 그렇게 힘들고도 잊은 듯이 어제는 그보다 배가되는 고행을 했고 며칠이면 또 잊고 우중산행이라도 또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일 년에 고기 한 근도 대접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매주 온 산천을 돌아다니는 건 내 발과 다리한테 너무 가혹했어, 그리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빗속에 조마조마한 산길을 걷는데 문득 그 생각이 드는 건 내게도 양심이 있어서다. 지난주의 경험을 살려 이번에는 좀 더 ..

등산 2014.08.27

가평 석룡산과 조무락계곡

참으로 값진 시간에 찍은 내 인생의 한 순간들이다.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를 이루는 석룡산을 도마치 고개에서부터 시작한다. 때아닌 가을장마가 며칠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잡힌 산행이지만 오후쯤에 개인 다고 해서 만반의 준비는 하지 않고 우산 하나 달랑 들고 나섰다. 큰 비도 아닌 것이, 안개도 아닌 것이 멎을 듯하면서도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온몸을 적시는 날이었다. `정신적 요리는 마음의 부엌에서 만들어진다` 하지 않던가? 그러니 오늘 내 마음의 요리가 밥이 될지 죽이 될지 모르지만 이왕 불을 지폈으니 끝까지 해보는 거야. 그런데 오늘은 왠지 죽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살면서 다 치른 가시밭 길이 이즘에 새로 시작되는 걸 보면 역시 인생은 다 살아봐야 알 수 있어 뭐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등산 2014.08.20

경주 금선사

경주시 충효동 선도산 금선사 금선사는 경주시 충효동 선도산 자락에 있다. 선도산은 경주의 서쪽에 자리 잡은 높이가 390m밖에 안 되지만 전설이 있는 신라의 진산이다. 그 이유는 선도산 정상에는 `성모 유허비`란 비석이 있고 조금 아래에는 성모 사당이 있다. 그리고 반대편 선도산 자락에는 국보 20호인 태종 무열왕릉 비가 있고, 사적 20호로 지정된 태종 무열왕릉과 진흥왕릉, 진지 왕릉, 문성왕릉, 헌안왕릉, 등 여러 왕릉과 김인문, 김양 등의 묘소도 있는 걸 봐서는 분명 명당자리인 것 같다. 聖母는 성모 마리아란 뜻이 아니라 `성스러운 어머니`란 뜻이며 신라의 건국신화인 박혁거세와 알영부인의 상징적 어머니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도 사당에선 매년 음력 3월 1일에 제사를 지내는데 특이한 것은 제관과 봉찬..

living note 2014.08.13

인제 조경동 계곡

하루살이에게 가장 무서운 건 시간이라고 한다. 하루살이의 시간 같은 그 귀한 날들을 작년 여름에는 복지부동으로 다 날려버렸다. 땀 흘리기 싫어서. 맞서 보지도 않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게 해 주는 날, 어제는 그랬어. 四美로 꽉 채운 날이었어, 금오신화에서 김시습은 사미란,좋은계절,아름다운 경치, 이를 즐길 줄 아는 마음, 유쾌하게 노는 일이라 하셨지. 지나간 시간들이 어디로 달아나 없어지는 게 아니라 잠재의식으로 깊이 간직되었다가 심적 자극에 의해 어느 순간에 밖으로 표출되는거지,잠시 잊고 있었던 어린 동심이 맑은 물속에서 마구마구 발동이 되는지 모든 어른들이 아이가 되었다.그러는 사이에 오탁악세는 다 씻어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사바로 돌아온다 해도 한 번도 씻어내지 못한..

등산 2014.07.30

마음이 무거워져야할 의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힐링의 시대를 살면서 모두가 삶의 질을 생각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그런데 어느 날 책을 보다가 한 구절에서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숨이 멋는 듯한 정념에 잠기게 되었다. 황현산 산문집인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에서 `마음이 무거워져야 할 의무`라는 대목에서 무거워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말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아픈 역사를 보면서 선조님들이 어떤 댓가를 치르게 되었는지 한 번쯤 생각하고 오늘날의 이 물질풍요와 자유에 대해서 감사할 줄 알아야 된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임진왜란 때 조선인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가 우리의 도예기술을 전수하면서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은 게 아니라 종살이의 신세로 낮에는 움직일 수 없고 밤에만 움직일 수 있었다고 한다. 먼 적국에 끌려가 얼마나..

카테고리 없음 2014.07.26

북설악 마산 물굽이계곡

설악산에 바람 없기를 바랐더냐, 설악의 바람으로 도전이란 말이 생겼지 않았느냐. 대청봉 정수리에서 산신령이 들려주는 말이 들리는 듯한 바람 많은 날, 오늘은 행운 같은 날의 여름 산행이다. 바람은 언제나 나뭇가지 위에서 놀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큰 바람이 폭풍의 소리를 내더라도 작은 우리 인간은 바람 아래 놀면서 조금씩만 자비롭게 어루만져 주셔도 무더운 날엔 그 감사함이 바람의 위력만큼이나 크게 느껴진다. 이 장마철에 비가 실리지 않은 바람은 삼복더위에 도전하는 산꾼들의 행보에는 배낭 속에 든 어떤 음식보다도 더 이로운 보양식이 되어 준다. 북설악 마산으로 가는 날,북설악은 설악산에 이름은 올렸지만 그 산의 장대함에는 감히 끼지 못하고 설악산 국립공원의 권역에서 경계를 이루며 백두대간 종주자들이 남한 쪽..

등산 2014.07.23

루비 입양

2014.3.1일 출생 2014.6.4일 입양 태어난 지 3개월이 된 아기 강아지를 데려왔다. 그동안 두 가지 마음이 상충해서 많이 망설이다가 결국 가족이 다 키우기로 합의를 하고 입양하는 마음으로 안 고왔다. 첫째는 청결문제, 둘째는 집을 비울 때, 그러나 그 생각은 다 기우였다. 나직한 울타리를 치고 방석과 수통과 배변판을 넣어주고 며칠 두었더니 금방 익숙해지고 몇 번 실수하더니 이제는 울타리 밖에 놀다가도 대소변 보러 열어둔 문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배변판에 볼일을 본다. 푸들이라 털도 빠지지 않는다 하고 영리하다고 하니 키우는 재미가 앞으로 더해질 것 같다. 처음에 애견샆에 갔을 때 작은 유리 케이스 안에 젖도 안 떨어진 것 같은 강아지들이 팔려가기 위해 갇혀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가여워서 한 마..

루비앨범 2014.07.03

단양군 올산

유월의 신록이 너무 좋다. 산천은 자연의 법칙으로 충만하고 어느새 매미도 자연의 목소리에 코러스의 선율을 넣는다. 이 푸르른 계절에 산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은 열심히 살고 있는 삶의 수당 인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단양에 있는 올산으로 갔다.갈 때마다 처음인 산, 그래서 기대치가 높은 산행이다. 둥근 타원형으로 돌아나올 그 산에는 또 어떤 것들이 나를 반길지 모를 그 설레는 마음이 초입의 힘드는 과정은 다 짊어질 각오로 간다. 여름에 산을 오르면서 흘리는 땀은 몸속의 노폐물을 밖으로 다 배출해내는 과정이며 그만큼 들어가는 물은 몸을 헹구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어쩌다 물방울이 튀기라도 하면 그것을 닦아내려고 애쓴다. 그러나 전체가 다 젖으면 젖었다는 생각 없이 바람에 맞긴다. 흠뻑 젖은 몸 위로 실바람이라..

등산 201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