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영시암-오세암-마등령-설악동 자연이 하는 일을 인간의 마음으로 헤아린다는 건 무리야. 지구는 인간의 것이기 이전부터 먼저 자연이 주인이었으니까. 하산해서 차에 타자마자 서 대장한테 "앞으로 비 오는 날은 산행 안 할 거야"이렇게 말했지만 산고의 고통을 겪고 나면 다시는 안 낳겠다고 하면서 둘째를 낳듯이, 지난주에 그렇게 힘들고도 잊은 듯이 어제는 그보다 배가되는 고행을 했고 며칠이면 또 잊고 우중산행이라도 또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일 년에 고기 한 근도 대접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매주 온 산천을 돌아다니는 건 내 발과 다리한테 너무 가혹했어, 그리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빗속에 조마조마한 산길을 걷는데 문득 그 생각이 드는 건 내게도 양심이 있어서다. 지난주의 경험을 살려 이번에는 좀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