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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코스: 진고개 노인봉 ㅡ 낙영 폭포ㅡ만물상 ㅡ 고룔폭포 ㅡ 금강사 ㅡ십자소 새벽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고 집을 나섰다. "오늘 날씨 좋군" "바람도 없고, 기온도 적당하고" 새벽하늘까지는 좋았으나 강원도 쪽으로 갈수록 하늘은 조금씩 흐려지더니 목적지인 진고개에 도착해서 차문을 여는 순간 싸아한 맛이 들어오더니 내렸던 사람들이 다시 차 안으로 들어와 옷차림을 새로 준비했다. 얼마나 춥길래 하고 밖으로 내려섰더니, 난 그런 바람 태풍 외에는 처음 맛봤다. 그런데도 선자령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니 도대체 선자령이 어땠길래? 진눈깨비까지 뿌리는 바람이 너무 거세서 이대로 갈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지만 내친걸음을 거두어 드릴 수도 없고 단단히 몸을 채우고 행진을 하는데 몸이 날릴지경이었다. 비틀거림의 자유,ㅡ산이 아..

등산 2015.02.11

소백산 봄의 왈츠

입춘 전 소백산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입춘은 땅 속에서 시작되듯이 비로봉 투명한 눈 길 밑으로 눈 녹은 물이 졸졸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입춘은 먼저 땅을 녹여서 생명이 깨어나게 한 다음에 따스한 기운은 산이 품고 있는 뭇 생명들을 언 땅을 쩍쩍 가르며 얼굴을 내밀게 하고 햇빛은 새 생명들을 알묘조장이라도 할 듯이 마구 끌어올릴 태세다. 봄은 이미 그렇게 서서히 입춘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버들강아지 눈뜨는 얼음장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가락을 짓고 소백산은 봄의 왈츠 서곡이 흐르는 듯했다. 소백산 옆구리 아슬아슬한 버스길을 무던히도 지났는데 정작 그 산은 어떻게 생긴 줄도 모른 채 죽령을 넘나들었던 때가 있었다. 서울에 살면서 친정에 갈 때는 중앙고속도로가 생기기 ..

등산 2015.02.04

한라산 영실코스

오!! 비행기에서 한라산 백록담을 보는 순간이다. 구름 위로 솟은 백록담의 장관은 좀처럼 보기도 힘들고 포착하기는 더 어려운데 드디어 봤다. 행운의 순간이다. 추자도 올레 이틀을 마치고 쉬지 않고 다시 한라산으로 가는 체력 넘치는 우리들이다. 그동안 함께 했던 산행의 저력을 발휘하는 거지. 한라산의 설경은 영실코스가 좋기 때문에 그리로 갔더니 상고대가 없다. 자주 가다 보면 같은 곳이라도 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번엔 상고대보다 흑백의 기암들이 이채롭다. 우리 셋은 체력이 같아서 함께 여행하기에 딱 어울리는 친구들이다. 이렇게 셋이서 한라산을 오르다니 이번엔 기회가 아주 좋다. 나뭇가지에는 눈이 없어도 바닥에는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눈길 숨구멍 한참 밑에 계단이 보일 정도다. 한라산의 날씨는 하루..

제주의 사계 2015.01.29

겨울 함백산

상고대가 연상되는 함백산 가는 길, 며칠간 날이 따뜻해서 눈꽃을 볼 수는 없을 것이란 예견을 하고 가는 길이여서 실망도 않으리라. 오래전 겨울에 태백산에 갔을 때 멀리 건너다 보이던 하얀 봉우리, 그곳에 드디어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니 설경과는 상관없이 기쁜 마음으로 갔다. 함백산은 정선군과 태백시를 동서로 가르는 태백산맥 등줄기이며 백두대간의 중심부 정도 되는 곳이다. 지난봄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산행이 지속되다 보니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가는 길이 비록 끊었다 이었다 하는 행보일지라도 결국에는 나만의 방법으로 언젠가는 백두대간 종주라는 타이틀 하나 다는 게 아닐까 싶다. 회원 중에 걸음이 빨라서 느리게 가는 것이 고역인 사람들은 화방재에서 시작하고 ..

등산 2015.01.14

2014년 송년산행(설악산 12선녀탕)

한 해동안 함께해 주신 여러 회원님과 공유하고 싶은 섣달 그믐날입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거창한 주제가 없어도 뭔가를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지는 날인데 올해는 송년산행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날에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낼 때는 괜스레 센티해지기도 하고 우울감에 젖기도 하고 그랬는데 올해는 송년가 한 번 듣지도 못하고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무디어지는 것인지, 그게 좋은 것인지, 새해에 대한 기대도 계획도 없고 간다는 생각도 없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흔히들 이즘에서 한 해를 돌아보며 하는 말은 해놓은 것도 없이 세월만 갔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여러 회원님과 함께한 시간들을 뒤돌아 보면 매화가 필 무렵부터 눈꽃을 볼 때까지 참 많이도 다녔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여름에는 경험..

등산 2014.12.31

덕유산 눈꽃

코스: 설천봉-향적봉-백암봉-동엽령-안성지구 한라산이 진달래로 뒤덮였을 때 진달래만이 꽃이다.라고 했다. 설악산 공룡능선에 섰을 때 단풍이 꽃 이상이다.라고 했다. 오늘 덕유산 선계에 도달했을 때 아! 눈꽃이야말로 꽃의 절정이다.라고 난 또 변했다. 아! 이 지조 없는 자연을 향한 마음을 어쩌란 말이냐! 지난가을 선운사에서 가을을 보내고 돌아서 온 뒤 한 달가량 공백 기간을 보내고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산행을 했는데 꽁꽁 얼어 붙었던 세상이 오늘따라 성깔 부리던 매서움을 누그려 뜨리고 바람도 없는 날이 눈꽃을 보존이라도 하듯 너무도 잠잠하여 만나는 장면마다 탄성을 지르지 않고는 견뎌내지 못할 정도로 목구멍을 마구마구 간지럽혔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 설천봉에 내렸을 때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

등산 2014.12.24

한글 창제의 비화

정찬주 소설`천강에 비친 달을 읽고, 제목의 뜻은 "천 개의 강에 달빛이 비치듯 부처의 가르침이 온 백성에게 드리우길 바랐던 세종과 신미대사가 이룬 한글 창제의 진실이다." 훈민정음이란 `백성을 가르치는 한자의 바른 소리`라는 뜻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작가가 한글 창제의 비화를 많은 사람들이 알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보았기에 나 또한 그 뜻을 함께 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이 책은 허구의 소설만은 아니라 영산 김 씨 세보, 문종실록, 세종실록에 기록된 것을 고증을 거쳤고 또한 훈민정음해례본의 서문을 쓴 정인지의 문장에 드러나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글이 세종께서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창제하신 걸로 알고 있을 것 같고 나 또한 그런 줄 알았지만..

living note 2014.12.02

첫눈 오는 날

첫눈이 저토록 펑펑 내리는데 난 왜 이토록 덤덤하게 되는지 밤새 몰래 내린 눈 위에 맨 먼저 새겨지던 내 발자국 그 열정은 어디로 가고 행여 이 마음 시릴까 포근히 감싸줄 솜이불 깃이나 덧대고 있다니 옆에서 보채는 강아지 놈 열정이 넘치는지 발자국 남기고 싶어 안달이 났다 아! 내 고운 옷이 빨래가 되어가는 열정이여. 그러나 그러나 눈발에 떠올리던 첫사랑조차 가물거리지만 단 한 사람 그 사람 혹여 눈으로 찾아올까 손바닥 위에 고이 받아 본다.

living note 2014.12.01

용인 한국민속촌

떠날 건 떠나고 남을 건 남은 늦가을, 친구와 단 둘이 걷고 싶은 곳 찾아 용인 민속촌으로 갔다. 그 곱던 이파리들도 떠나고 떨어진 낙엽도 쓸려 나가고 사람들마저 붐비지 않는 한적한 날이다. 맛있는 먹거리들로 즐비하던 난전들도 문을 닫았고 주말이 아니어서 참 한가로이 걸을 수 있었다. 거리는 깨끗이 쓸려 있고 보드라운 황톳빛 바닥의 촉감이 참 좋다. 무엇을 본다고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한가로이 걸으며 화려함이 지나간 뒤의 그 여운을 즐기러 갔기 때문에 그런대로 좋은 장소였다. 우리가 다 보고 이용까지 했던 과거의 물건들은 쓸모도 시간도 정지되어 있고 초가의 지붕은 이엉을 이기 전의 누추한 모습으로 썩은 속살을 털어내고 한창 월동준비로 분주히 보내는 모습이었다. 마당을 쓸고 있는 아저씨, 엿장수 ..

living note 201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