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86

제주, 삼다수숲길

그리움과 기다림의 대상이 자연일 때가 가장 순수하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그리움은 때론 괴로움이 되기도 하고 기다림은 상처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자연은 어느 누구의 특정 대상이 아니라 그리워하는 자의 대상이 되어준다. 자연은 그냥 있어주기만 한다. 치장하지 않아도 예쁘고 새파랗게만 살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그것이 무위의 자연이다. 얼마나 좋은가, 자연의 심성이. 오랜만에 그리운 제주의 숲을 찾아간다. 올레길을 두 번 완주하기 위해서 또는 산과 숲을 찾고 싶을 때 부단히 쫓아다니던 제주를 한동안 가지 못하다가 자연을 대하는 마음이 나와 똑같은 친구들의 만남이 제주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어 제주로 가면 이야기가 참 많아서 좋다. 길지 않은 일정이지만 심신 가득 채우고 오는 여행이다. 제..

제주의 사계 2024.11.01

걷기축제와 와흘리 메밀밭

연중행사로 열리는 제주올레 걷기 축제를 3일 앞두고 10.29 참사 애도기간으로 정하는 바람에 축제는 취소되었지만 이미 예약된 비행기 티켓과 숙소 등을 임박해서 취소한다는 건 어렵다는 걸 올해 몇 번을 경험했으니 이번에는 그냥 여행겸 제주로 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마음인지 참석자가 무척 많았다. 축제의 이벤트는 사라졌지만 걷는 건 정해진 코스대로 진행이 되었는데 오랜만에 아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함께 걷는 시간이 참 좋았다. 3일간 걷지만 우리 일행들은 하루 참석하고 제주의 다른 명소들을 찾았다. 제주의 도심은 여느 도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제주시를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야 제주다움의 특색을 만난다. 우선 날씨가 연일 너무 좋다. 여행하기에 딱 좋은 3박 4일 일정으로 가는 제주여행이다. 구..

제주의 사계 2022.11.07

3개의 오름과 진수내

오름 투어를 했다. 평소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려운데 이번에 가장 아름다운 오름 세 곳을 올랐다. 다랑쉬오름에 올랐을 때는 동서로 펼쳐진 한라산 동쪽자락에 올망졸망 장식품처럼 달려 있는 듯이 보이는 오름들이 한눈에 보인다. 멀리에 우도, 일출봉, 용눈이, 아끈다랑쉬 등을 다 볼 수 있는 풍경 제일 제주의 전망대 같은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 아부오름에 올랐다.

제주의 사계 2022.11.05

제주올레 14-1 (백서향)

올해는 제주의 봄꽃이 한 달 가까이 늦어져서 현지 사람들도 꽃을 보기 위해 몇 번이나 헛걸음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이어서 2월 중순이면 꽃을 볼 수 있는데 일진이 좋으면 눈 덮인 곶자왈에서 눈꽃 같은 하얀 꽃을 볼 수 있지만 말로만 들었던 풍경이다. 그런데 올해는 두 번이나 헛걸음했다는 지인과 세 번째 동행 끝에 백서향을 보고 왔다. 꽃은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피는데 왜 그렇게 빨리 져버리는지, 더구나 향기로운 이쁜 꽃들이. 내가 갔을 때는 3월 28일이었는데 꽃이 시들기 시작해서 향기를 잃고 있었다. 육지에서는 봄이라는 말만 나오면 제주로 백서향 향기가 그리워 오직 그 꽃을 보기 위해서 날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아는 사람만이 간다. 향기는 꽃의 영혼이라고..

제주의 사계 2022.04.04

가파도10-1

담장 밑 제비꽃이 소담하게 모여 필 무렵 난 더 깊은 봄 속으로 들어갔다. 4월이면 벚꽃보다 먼저 생각나는 청보리 물결이 이는 가파도를 생각한다. 처음으로 가파도를 찾았던 때를 잊을 수 없는 그날, 세월호 침몰이 있어 목적지였던 제주에 이르지 못한 슬픔이 서려 있는 그 바다를 건너며 무척 아팠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그날의 보리밭은 파랗다 못해 군데군데 누렇게 누워 있던 그 자리를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과 결부시키며 혼자 애도의 마음 안고 걸었다. 그런데 그 후 몇 번을 더 찾았지만 그날의 가파도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약간씩 못해지는 걸 느껴야 했다. 그날따라 바람이 보리싹 위에서 초록 파도를 타며 건강하게 풍차 바람과 해풍에 춤추던 그 밭을 이제는 볼 수 없는 것일까. 두 번째는 늦은 겨울에..

제주의 사계 2022.03.30

제주올레 두 번째 완주를 기념하며.....(4코스)

참 오래 걸렸다. 보이지도 않는 미물에 붙잡혀서 세월만 흘러갔다. 목표와 목적의 다른 점이란, 무엇을 얼마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목표라면, 왜 그것을 해야 하는가 의미를 주는 것이 목적 일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목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해야 되기 때문에 제주올레 완주란 목표를 세우고 제주를 다 알고 싶은 것이 목적이 되었고 이제 그 두 가지를 이루어 냈다. 제주올레를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을 정도로 얼마나 좋았으면 최고 50번을 완주한 사람도 있다 하니 난 거기에 비하면 새 족지혈이다. 최근 3년간 완주자가 부쩍 늘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외국으로 여행을 못 가는 이유와 코로나로 인해 지친 사람들의 마음치유를 위한 길이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길에서 만난..

제주의 사계 2022.03.30

제주여행(궷물오름)

2021.7.6일, 오랜만에 제주를 다녀왔다. 장마 중이었지만 어쩌다 각처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급하게 우리들의 본부 같은 제주에서 만남을 가졌다. 제주의 여름은 어느 곳보다 덥다. 소금기 많은 습도가 높으면 달라붙는 옷과 끈적임이 싫지만 다행히 비가 오는 중에는 시원한 날씨여서 비옷을 입고 숲 속으로 들어갔는데 무척 투명하고 짙은 녹음이 싱그럽게 곶자왈을 이루고 있었다. 제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현지인과 함께 다니는 것인데 우리가 갈 때마다 숨은 명소를 소개해 주는 지인이 있어서 비록 짧은 일정이지만 알차게 즐기고 온다. 그동안 제주를 많이 갔지만 아직도 모르는 곳이 많다. 이번에 간 숲은 궷물 오름이 있는 둘레길이다.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첫 입구부터 제철을 맞은 산수국이 숲을 가득..

제주의 사계 2021.07.12

제주의 대표 풍경들

2020.4.21일, 7박 8일간 올레길과 곶자왈과 무인도를 탐방 바다는 제주를 품고, 제주는 봄을 품고, 봄은 꽃을 품고 우리는 꽃길을 걸었다. 움츠렸던 심신을 활짝 펴고 두 번이나 예약과 취소를 거듭하다가 세 번째 드디어 제주로 향했다.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는 제주의 봄 풍경을 그리며 오랜만에 도착한 제주는 여느 해의 봄과 다를 게 없는데 세상이 전염병 오염으로 정지된 듯했지만 제주의 봄은 그대로였다. 한동안 갇혀 지내던 마음의 문을 겨우 열고 빠져나가는 이번 여행길은 숲이 너무 그리워서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숲 속 공기를 나눠 마시고 싶었다. 봄은 그런 거였어. 엉크런 뿌리를 다 드러내고 죽은 가지를 곧추세운 고목이 곁가지 하나 살려 꽃과 잎을 피워내게 하는 모성, 그 자체였어. 곁가지 하나가 세..

제주의 사계 2020.05.07

15코스

첫 번째 15코스는 A코스를 걸었는데 그때는 거의 농로를 따라 걸었다면 이번 두 번째는 해안로를 걷는 코스여서 다른 충경을 볼 수 있어 더 좋았다. 한림항에서 시작해서 귀덕리 마을을 지나면 애월 곽지해수욕장, 한담해안로를 걷는데 B코스를 걷게 된 건 너무 잘한 일이었다. 바다의 신들, 첫 번째부터 영등 하르방, 영등할머니, 영등 대왕. 영등 나라는 지구의 북쪽 끝 시베리아에 있는데 여기엔 추위와 함께 온갖 바람의 씨를 만드는 영등 하르방이 산다. 제주에 영등이 들려면 영등 하르방이 바람의 씨를 만들어 영등할머니에게 내어 주어야 하는데 영등 하르방은 영등 2월 초하루 남방 국 제주를 찾아가는 영등할머니의 바람 주머니에 오곡의 씨앗과 봄 꽃씨를 담아 주는 신이다. 영등할머니는 음력 2월 1일에 왔다가 영등 ..

제주의 사계 2020.05.02

제주올레길 19,20코스

첫 번째 올레길을 걸을 때는 그 길에 있는 중요지점을 다 사진으로 담으면서 그 길을 수놓듯이 펼쳤다 그러나 이제 두 번째부터는 한 층 여유가 생겨서 길을 걸으면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만 담아내는 것으로 만족하며 즐기는 걸음이 되어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19코스에서는 조천읍에 있는 북촌마을을 다 돌고 서우봉을 넘어 함덕으로 넘어오면 함덕해수욕장의 푸른 바닷길을 걷고 신흥리 바다를 걸으면서 하루의 길이만큼 걷고 하루와 같이 길을 마쳤다. 아래로부터는 20코스를 역으로 걸으면서 세화리, 평대리 마을의 농로길을 다 걷고 나면 한동리에서부터 바닷길을 걷는다. 가장 아름다운 곳은 역시 월정리 바다와 김녕 성세기 바닷길이었다.

제주의 사계 2020.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