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걷기축제와 와흘리 메밀밭

반야화 2022. 11. 7. 11:28

연중행사로 열리는 제주올레 걷기 축제를 3일 앞두고 10.29 참사 애도기간으로 정하는 바람에 축제는 취소되었지만 이미 예약된 비행기 티켓과 숙소 등을 임박해서 취소한다는 건 어렵다는 걸 올해 몇 번을 경험했으니 이번에는 그냥 여행겸 제주로 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마음인지 참석자가 무척 많았다. 축제의 이벤트는 사라졌지만 걷는 건 정해진 코스대로 진행이 되었는데 오랜만에 아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함께 걷는 시간이 참 좋았다. 3일간 걷지만 우리 일행들은 하루 참석하고 제주의 다른 명소들을 찾았다.

제주의 도심은 여느 도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제주시를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야 제주다움의 특색을 만난다. 우선 날씨가 연일 너무 좋다. 여행하기에 딱 좋은 3박 4일 일정으로 가는 제주여행이다.

구름 한 점 없는 상공을 날아가는데 바다에는 아침해가 푸른 바다에 붉은빛을 뿌리고 구불구불 휘어진 강줄기가 바다로 흘러드는 모습까지 선명히 볼 수 있는 맑은 날씨다. 작은 물줄기는 큰 강과 만나고 큰 강은 바다를 찾아가는 여정이 훤히 보이는데 강줄기가 휘어진 것은 물의 성품 때문이다. 기어이 큰 바다에 이르겠다는 일념으로 높은 지형을 만나면 넘지 않고 돌아가는 심성 때문에 강물은 유순해 보이지만 선과 악을 함께 지니고 있다. 높은 상공에서 보는 강물은 기어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회귀본능까지 있는 고집스러움도 보이는 물의 성품이 바다의 깊이만큼이나 알 수 없는 신비감으로 한참을 감상하는 재미도 참 좋았다.

제주에 가까이 접어들면 아기자기한 들판을 보는 것도 참 재미있는 볼거리다. 경지정리가 되지 않은 검은 밭담의 선이 또한 휘돌아진 물길만큼이나 아름답다. 마치 퍼즐을 맞춘 듯한 조각들의 여러 색상 조화가 경지정리가 된 들판에서는 볼 수 없는 예술성이 있어 이쁘다. 육지의 들판들은 바둑판처럼 반듯반듯해서 오히려 특별하지 않은데 제주의 들판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림 속으로 사뿐히 내려앉는 느낌이 든다.

가을 끝자락을 제주여행으로 마무리하는 묘미는 5.16 도로를 달리면서 시작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인데 마침 길 양쪽의 숲들이 곱게 채색되어 있어 설레는 마음이 더욱 출렁거렸다. 단풍 든 수목들은 육지의 단풍나무와는 다른 수종들의 자그마한 나뭇잎들이 섬세하게 물들어 있고 화려하지 않으면서 노란빛이 더 많은 은은한 색채의 조화가 단아한 가을빛을 내고 있어서 좋은데 차창으로만 보기엔 너무 아까워 뛰어내려 숲 속으로 잠겨 들고 싶었다.

며칠을 잘 놀았더니 힘든 건 내발이다. 몇십 년의 발걸음에도 여전히 나를 떠받치고 충직하게 내 몸을 지탱하게 해주는 발에게 감사하며 여행을 마친다.

아침해가 빛을 뿌리는 바다위를 나른다.

전국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본부인 제주를 찾은 지인들
제주를 싣고 있는 달나라

걷기가 끝나고 잠시 쉬어가는 서쪽하늘에 비늘구름이 하늘을 아름답게 뒤덮고 있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제철을 맞은 모슬포의 방어회를 저녁으로 먹었다.
걷기축제를 참가한 이튿날 아침산책을 하는데 상쾌하고 잔잔한 가을바다를 밝히는 아침해가 전구알처럼 사방을 밝히는 듯하다.
보목동에서 바라보면 새섬,문섬 범섬이 다 보이고 뒤로는 제지기오름이 있는 곳에서 3박을 했는데 이른아침 바다를 보는 건 한낮의 바다와 또다른 맛이 있어 너무 좋다.뭔가 다 씻어내는 듯하다.
와흘리 메밀밭은 농사가 이니라 풍경을 위해 조성된 것 같다.메밀은 다 흰색만 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한번도 메밀을 자세히 관찰한 적 없이 멀리서 한눈에 보이는 들판을 봤을 뿐이다.이번 제주에서 본 메밀은 자세히 들여다 보니 흰꽃,분홍꽃,빨간 꽃이 있었고 빨간 메밀은 빨갛게 세모난 메밀이 영글어 가고 흰색은 흰 알맹이로 세모나게 영글어가는 모습이 너무 이쁘고 신기했다.꽃보다 더 이쁜 메밀을 처음으로 봤다.
확대한 꽃과 메밀
한라산과 오름,메밀밭이 멋진 그림이다.
빨간색.흰색.분홍색의 꽃이 섞여 있어 전체적으로는 밭이 붉으스레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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