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 걸렸다. 보이지도 않는 미물에 붙잡혀서 세월만 흘러갔다.
목표와 목적의 다른 점이란, 무엇을 얼마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목표라면, 왜 그것을 해야 하는가 의미를 주는 것이 목적 일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목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해야 되기 때문에 제주올레 완주란 목표를 세우고 제주를 다 알고 싶은 것이 목적이 되었고 이제 그 두 가지를 이루어 냈다.
제주올레를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을 정도로 얼마나 좋았으면 최고 50번을 완주한 사람도 있다 하니 난 거기에 비하면 새 족지혈이다. 최근 3년간 완주자가 부쩍 늘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외국으로 여행을 못 가는 이유와 코로나로 인해 지친 사람들의 마음치유를 위한 길이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한 가지씩 사연을 안고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다. 낯선 사람과 사연에 대해 털어놓고 싶어지는 것이 또한 길을 걷고 마음을 치유하며 길동무가 되는 것이 좋은 점인 것 같다.
처음에는 코로나라는 것이 조심해야 할 대상이었다가 숫자가 늘어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두려움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지고 천명일 때는 바깥출입도 겁나더니 십만 명 단위로 오르니까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운수에 맡기게 되면서 마음을 붙들어 멜 수가 없어져버렸다. 그래서 마루고 미루던 올레길을 걸쳐놓기 싫어서 이번에 완주를 하게 되었다. 목표와 목적을 다 이루고 나니 이제야 마음이 개운하고 뭔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차분해진다. 올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 오름, 돌담, 곶자왈, 이 모두를 보고 알고 느끼게 되니 425킬로미터 안에 들어 있는 제주의 속살과 친구 같은 동질감을 같게 되었다. 언젠가는 또다시 시작 길에 오를지 모르지만 재설정은 좀 더 있어봐야 할 것 같다.
아름다운 길이라고 해서 전체 구간이 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코스마다 오름을 끼고 있고 바다와 들판을 끼고 있는데 바닷길만 걸을 때는 지루하기도 하고 들판을 걸을 때는 우리의 먹거리가 자라고 있는 풍요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장단점까지 다 소중한 길 위에 존재하는 행복의 소제들이다. 그 소제들을 버무려서 마음의 곳간에 행복이란 이름으로 저장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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