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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길과 서복 전시관

유토피아란 명칭만 들어도 걷고 싶은 길이었다. 잠시라도 유토피아를 경험한다면 하루라도 즐거울 것 같아서다. 이 길은 서귀포 시내와 자구리 해안로를 포함한 총 4.7킬로미터이며 약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지만 처음 가는 길은 언제나 약간의 착오가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 되진 않는다. 가당미술관과 소암 전시관은 찾지 못했고 이중섭거주지에서 칠십리공원 가는 길에서 좀 헤매다가 천지연에 도착해서 해안을 따라가다 보니까 자구리 해안이 나오고 거기서부터는 죽 이어지는 해안 따라 길이 이어져 있어서 비교적 편하게 갈 수 있었으며 정방폭포와 소 정방폭포를 보고 유토피아 길의 행보를 마쳤다. 특히 이 길은 이중섭 씨가 산책했던 길이며 요즘은 예술인들의 작품이 전시된 예술인의 길이 되었다. 자구리 해안에서 소남머리까지에는 ..

제주의 사계 2014.06.19

방선문계곡과 산천단

국가지정 명승 92호 방선문 계곡 벌써부터 가고 싶었던 곳인데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이어서 미루다가 나의 가이드를 데리고 갈 수 있었다. 대표적인 제주의 계곡 하면 탐라계곡이지만 방선문 계곡은 명승지로 지정도 되었어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단체여행객은 거의 가보지 못한 곳일 거야. 우선 방선문이란 뜻은 신선들이 방문하는 문, 신선이 사는 곳으로 들어가는 문이란 뜻이 있다고 한다.계곡 중간쯤에 바위가 문처럼 뚫려 있다. 제주에는 거의가 현무암인데 이곳은 암석이 화강암처럼 생겼다. 물의 힘이 얼마나 강하면 넓고 긴 계곡의 돌들을 그렇게 맨질맨질하게 다듬었을까? 제주의 계곡은 거의 건천이다.비가와야 비로소 계곡 같은 모양을 갖추는 곳이다. 계곡 널찍한 바위에는 글씨가 새겨진 것이 많은데 거의가 조선시대 문..

제주의 사계 2014.06.16

청화산과 조항산

시작점: 늘재-청화산- 암릉-조항산-삼거리 옥양. 이번 산행은 상주와 문경을 끼고돌면서 괴산에서 끝나는 백두대간의 한 구간이다. 나에겐 꿈만같은 백두대간, 종주는 꿈이지만 그 꿈을 가능성만 열어둔 채 우선은 그 한 구간이라도 걸을 수 있음이 그 길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해 줄 연습 산행이다. 시작점에서 우뚝한 백두대간이란 표지석을 보는데 뭔지 모를 가슴 뭉클함이 느껴진다. 그 뒤로는 요즘은 보기 드문 성황당이 있다. 한 마을을 굽어보며 마을 수호신을 모시고 제를 지내던 신성시되던 곳이지만 이제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산꾼들의 의정표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신은 아직 마을을 버리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계절의 여왕 5월, 그 여왕의 왕관과도 같았던 연분홍 꽃물결 그 아름답던 연달래의 축제는 끝나..

등산 2014.05.28

소백산 형제봉코스

거시기 산행, 우리나라 대표 대명사인 거시기엔 어떤 말을 대신해서 거시기를 대입해도 의사소통이 다 된다. 그러나 약간의 오류가 생길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의 자기 합리화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명사여서 때로는 엉뚱한 발상이 될 수도 있는 참 재미있는 엄연한 표준어다.나 역시 이번 산행에서 거시기를 엉뚱하게 생각했었으니까. 어제는 가지 말라는 길로 들어서서 길한테 매를 맞는 날인지도 모른다.그런가 하면 군자이기를 포기한 길이 기도한 것은 사람 다니는 길이 아니라 산돼지가 다니는 길이라니....... 군자라고 항상 대로행을 하다 보면 삶이 따분할 수도 있어서 한 두 번 정도는 애교일 수도 있으니까. 소백산엔 아직 한 번도 못 갔기 때문에 목적이 뭐든 기대감으로 따라나섰다.그런데 알고 보니 명산의 명불허전을 감상하..

등산 2014.05.21

지리산 바래봉

오월 중순, 한국의 삼신산인 방장산의 신선은 어떤 모습일까 싶어 지리산으로 간다. 독일 시인 칼 붓세는 "산너머 저쪽"이란 시에서 산너머 저쪽 하늘 저 멀리/행복이 있다고 말하기에/ 아~그를 남 따라갔다가/눈물만 머금고 돌아왔다네/산너머 저쪽 좀 더 멀리/행복이 있다고 말하네. 시인은 그렇게 행복 찾아 무작정 남 따라갔다가 행복을 찾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되돌아왔지만 난 산너머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가기에 그 행복을 누리기 위해 가는 길은 어떤 고난의 길이라도 기어이 그곳에 이르러 잠시 행복하려고 찾아간다.어차피 행복이란 순간의 연속이니까, 그 순간들을 늘려 가다보면 인생이 행복해지는 거다. 남원에서 정령치 휴게소까지 산속으로 들어가는 찻길은 마치 초록의 심연에서 점차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가는 듯한..

등산 2014.05.14

한라산 관음사코스

제주 둘째 날, 전 날 한라산에 비가 100m가 왔다는 말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사라오름과 백록담에 물이 차 있을 것 같고 하늘도 맑고 푸르니 이 얼마나 좋은 기회냐 싶어서다. 더불어 이른 감이 있지만 진달래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동안 한라산 다른 코스는 갔었지만 관음사코스를 못 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성판악에서 출발해서 관음사코스로 하산하는 게 목표다. 한라산은 거의 눈 산행을 했고 봄에 가는 건 처음인데 참 다르더라. 눈 속에 묻혀 볼 수 없었던 울퉁불퉁하고 뾰족한 검은 돌들이 제멋데로 박힌 길이 뜻하지 않아도 느리게 걸을 수밖에 없었다. 돌계단 나무계단을 번갈아 오르는데 눈이 들어찼을 땐 얼마나 편하게 걸었는데 이게 뭐야? 발만 보고 걸어야잖아, 산 입구에는 나뭇잎이 푸른빛이 ..

제주의 사계 2014.05.09

진해 장복산

벚꽃 나라 진해로 간다. 봄꽃 쫓아다니기에 지치도록 몸을 괴롭히는 시간이 즐겁다. 가만히 기다려도 내 집 문 앞까지 찾아 올 봄물 결이건만 굳이 찾아다니는 건 순간의 절정을 보기 위함이다. 짧은 순간을 보기 위해선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절정의 순간을 본다는 건 인생을 무위도식하려는 정신이 이 닐까! 삶에도 단계가 이어서 그 순서를 밟아 누구나 그렇듯 열심히, 헌신적인 삶을 다 살아내고도 남는 시간을 여생이라고 한다면 그 여생은 나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진해, 그 전통적인 군항제를 이제야 찾게 되다니! 그만큼 나를 위한 시간을 모른 채 열심히 살았다는 거지. 그러나 획일적인 축제의 마당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기념적인 일에 그곳에 간다는 것도 축제는 축제다. 장복산, 행..

등산 2014.04.02

구례 둥주리봉,오산 사성암

봄이 왔다. 김용택 시인의 책 한 권을 보고 난 뒤부터 봄이 오면 섬진강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는데 그 봄도, 나도, 우린 약속을 지켰다. 자연만큼 정직한 게 없다. 봄이 언제 온다 하고 오지 않은 때가 있었던가? 꽃이 언제 핀다 하고 피지 않은 때가 있었던가? 무언가를 사랑하면 닮아가는지 세월의 두께가 책장처럼 쌓여가면서 자연을 닮아, 나도 작정을 하고 나면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편이다.봄과 섬진강은 불가분의 관계처럼 이미 설정된 곳이다. 강변 따라 그만큼 긴 길에는 봄의 색으로 덧칠을 해놓는 거대한 화폭이 되지만 이번엔 좀 이른 시기에 그 장관을 보지는 못했지만 나무를 보면 꽃은 연상작용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으로도 본다. 구례 동해마을에서 둥주리봉으로 오르는데 처음부터 가파른 ..

등산 2014.03.23

양명산 국립공원

대만에서 3일째 되는 날 우리는 양명산 국립공원으로 갔다. 남의 나라에서 한 번에 길을 정확하게 찾기는 무척 어려워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산의 규모가 그렇게 넓은 줄도 모르고, 등산을 한 다음 하산하면서 노천온천도 즐기고 산책도 하고 그럴 예정이었는데 택시를 타면서 정확한 지점을 말해야 되는걸 그냥 양명산으로 가자고 했더니 산 입구에 내려주었다. 대만 기사들이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힘들었는데 겨우 물어서 다시 택시를 탔더니 산의 반 이상을 차로 올라가는 길이었고 걷는 구간은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 같았다. 한 번에 연결해서다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코스별로 정해서 가야 한다는 걸 몰랐다. 그러나 우리가 더 좋은 곳을 본 것이다. 양명산은 대만에서 4대 국립공원 중의..

해외여행 2014.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