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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의 피서

지루한 장마도 거의 끝나가고 아직은 비 때문인지 실내에선 크게 덥다는 생각 없이 지내왔다. 팔월 초 이제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텐데 이럴 땐 집에서 독서를 하면서 내용에 빠지다 보면 더위를 잊을 수가 있기 때문에 난 이 방법을 택해서 조용히 여름을 나기로 했다. 며칠 전에 본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라다이스`다 이 책은 몇 개의 부제가 있는데 그중에서 `영화의 거장`을 재미있게 보아서 줄거리를 남겨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얼굴 사진만 봐도 장난기가 흐른다. 상상의 대가이며 그는 모든 사물을 대할 때도 만약이란 단서를 붙여서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 상상이 언제나 가능성을 지향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중 `영화의 거장` 부제엔 있을법한 미래란 말을 제시한다. 만약 3차 대전 후가 된다면 지구는 방사..

living note 2013.08.04

삼복더위의 고행

삼복더위에 등산을 한다는 건 고행과도 같은 것입니다. 집을 나서기 전엔 고행을 자처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여름이 워낙 길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피하다 보면 세월은 저 먼치 달아나버리죠. 그래서 더위라고 피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산행인데 중간중간 시원한 폭포도 만나고 낙엽 잔해가 다 쓸려간 계곡은 명경같이 투명하고 맑아서 무력한 체력에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식혀주었고 한 차례 소나기를 맞고 난 다음 계곡을 벗어날 즘에는 산등성이 빙수바람이 불어와 몸속 노폐물까지 다 짜내어 말려주는 고행자들의 헐떡이는 심신에 청량제가 되어주었죠. 장마 중에 잠시 빤한 틈을 타 산행을 한 시간 이용은 한여름이 아니고는 볼 수없는 풍경을 보여줍니다. 물을 가득 품고 있는 짙은 녹음과 숲향이 있고 계곡을 가득채우고도 넘..

등산 2013.07.23

나와 바람과 산책

언제나 그렇듯 나의 하루는 산책으로 시작한다. 집 밖을 나서면 아파트 사이에 녹지공간을 살려서 산책코스를 남겨 둔 도시설계가 맘에 들고 또한 바로 야산으로 이어지도록 좁다란 산책로를 남겨놓은 것에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겨울이면 새벽 같은 시간, 6시가 되면 집을 나서는데 처음엔 신선하고 서늘한 공기가 너무 좋구나 하고 한참을 오르다 보면 점점 몸 속의 피가 데워지고 정상에 도달하면 급기야 피는 끊어서 김이 몸밖으로 배출되면 금방 수증기로 변해 방울방울 맺히는 그것이 땀인 것 같다. 산책을 할 때는 발의 감각을 최대한 이용해서 한 걸음 한 걸음에 한 생각 한 생각을 실어서 걷다 보면 잡념은 사라지고 대신 평소에는 생각 못 했던 깊은 사고와 사물을 관찰하게 된다. 새들이 우는 소리를 듣다 보면 한 마리가 ..

living note 2013.07.07

2013년의 슈퍼문

일 년 중 달이 가장 크게 보인다는 슈퍼문, 보잘것없는 카메라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기회를 놓칠세라 저녁에 달맞이 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는데 오늘따라 아파트 높이가 왜 그렇게 다 마천루 같은지, 적당한 장소에는 공중에 떠있는 집들이 너무 높아 달이 가려지고 겨우 우리 마을 산책로가 멋진 언덕으로 올라가 구름 속으로 들랑날랑 하는 달을 기다림 끝에 겨우 찍었더니 맘에 드는 게 없다. 떨림이 심해서 쉽지가 않다. 그래도 겨우 한 장 얻은 것에 계수나무와 토끼도 보이니 너무 기쁘다. 그리고도 뭔가 부족해서 집안에서 한 장 더 찍었지만 역시 붉게 떠오르는 순간이 가장 좋다.

living note 2013.06.23

덕풍계곡

미끌미끌, 울퉁불퉁, 아슬아슬. 여태껏 산행을 많이 했지만 이번처럼 곡예사 같은 산행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아무나 할 수 없고, 두 번 할 수 없는, 그러나 험난한 과정이 앚혀지면 다시 하고 싶어 질 것 같은 곳. 마을 산악회가 어느덧 5년째를 맞고 있다. 처음으로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가족을 대동하고 나선 산행이다 보니 울진과 삼척에 걸쳐 있는 산행을 완주할 수 없는 대원들이 있어 2팀으로 나누어 마니아들은 완주를 계획하고 나머지는 다소 소풍 같은 코스를 갔기 때문에 우리는 2팀의 즐거움을 모르고 2팀은 우리의 곡예를 아직도 모르는 상태다. 처음엔 정상 2시간, 하산 5시간으로 예상했으니 하산길은 예상을 빗나가 6시간이 넘게 걸렸고 빡빡한 일정 때문에 쉬어가고 싶은 곳에 쉬지 못하고 내달려야 했던 점이 ..

등산 2013.06.09

제주의 초여름(친구와함께)

한라산 등산을 마치고 이튿날 일출봉, 정방폭포. 새연교를 건너 새섬에서 주위에 있는 섬 3개를 조망하고 쇠소깍, 용눈이오름에 올라 조금씩 떨어져 둘레에 있는 여러 오름들을 둘러본 다음 비자림 갔다가 서귀포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다 보니 하루가 저물고 일몰까지 본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일출봉 정방폭포 문섬 쇠소깍 용눈이오름 건너 멎은 편에 보이는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에서 보는 제주 들판 풍경

제주의 사계 2013.06.07

한라산 철쭉

한라산 영실코스에서 본 철쭉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매시간 정각에 있는 1100 도로행 버스를 타고 9시에 출발해서 차로 한 시간 가량 소요되는 거리인 영실에서 올라가 어리목으로 하산하는데 윗세오름 구간 전체가 철쭉으로 덮여 있었다. 이 장관을 보기 위해 지난겨울부터 마음먹고 6개월을 기다렸다가 드디어 6월 5일, 이번에 5번째 가는 한라산이다. 이번 한라산행은 친구와 들이서 아주 느리게 가기로 하고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보고 즐기는 그렇게 여유로운 산행은 처음인 것 같다. 느림의 미학을 마음껏 누린 셈이다. 겨울 설경이 너무 좋았지만 백록담 남벽에서부터 윗세오름 전체가 꽃밭이 된 그 드넓은 평원이 연분홍으로 물들었으니 그걸 보는 내 마음의 색은 어떡했겠는가! 산에 오르기도 전에 짙은 초록에 덮인 한..

제주의 사계 2013.06.07

운무 속으로

3일간이나 안개장막을 드리우고 출입금지를 하더니 산은 무엇을 했을까? 무엇을 더 빚어 놓았을까 궁굼해서 기어코 걷히지 않은 안개길을 올랐다.좀더 깊이 들어갔더니,봄비에 송화가루를 털어내고 솔순은 쑥 자라 있고 별떨기같은 때죽꽃도 피워놓고 그 향을 사방으로 뿌리면서 서서히 안개를 걷어 보란듯이 짙푸른 속내를 보여준다. 산에 오르면 새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몸은 숨긴 채 열심히 대화를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그들 세계의 언어라 알아들을 수가 없다. 아마도 이런말을 하지 않았을까, '오늘 우리 만날까" "어디서" "떡갈나무가 잎이 넓어서 좋아" "그리로 와" "아니야 이왕이면 향기 좋은 아까시아가 어떄?" "꿀도 있잖아" "난 꿀보다 네가 좋아" 뭐 이런 대화를 하지 않았을까. 새인들 이 좋은 계절에 사랑밖에 ..

등산 2013.05.30

인천 무의도

어느새 5월 마지막 주다. 상림마을 정기산행이 있는 날, 그동안 참석을 못 한지가 석 달이나 되었으니 회원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정기산행만큼은 참석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한 달에 한 번인데도 하필이면 디데이에 사정이 생길 때가 있다. 생각해보면 거리라는 것이, 몸이 멀어진 거리보다는 마음이 멀어진 거리가 더 멀다는 생각을 한다. 상림마을에서 혼자 뚝 떨어져 나왔지만 마음의 거리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회원님들의 정이 있고 반겨주니까 좀 수고로워도 함께 하는 그날이 참 좋다. 아이들은 참 금방 자라는 것 같다. 얼마간 못 본사이 키가 부쩍 커져 있고 행동도 차분해져 있었다. 정기산행 때는 가족 중심이지만 앞으로 그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멀지 않은 것 같다. 초등학교만 졸업..

등산 2013.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