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고흥 거금도

반야화 2014. 3. 9. 10:52

아! 하룻밤의 격세지감이여,

전날 그 투명한 하늘에서 일출과 일몰을 보며 여행을 했는데 하룻밤 사이에 춘설이 내려 다른 세상의 아침을 맞으며 자칫 어제의 기억이 눈에 묻혀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전남 고흥군 금산면, 산행코스: 파성재-마당 목재-적대봉(592m)(봉수대) -오천리(몽돌해변) - 거금도-소록도 무박산행이다. 무박산행을 하려면 우선 일상의 필수 코스인 잠을 빼야 하는 일정이지만 가끔은 신체리듬의 코드를 바꾸었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겪어보는 것도 몸 상태를 체크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좋은 점이다. 결론적으로 아직은 내몸이 쓸만하다는 체크를 끝내고 적막강산에 발을 내딛고 검은 하늘에 점점이 박힌 별빛을 내 몸에다 박 으며 멀리 녹동항의 야경을 보며 산을 오른다. 이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밤하늘의 별빛인가! 섬을 보러 온 것인지 별을 보러 온 것인지 모를 정도로 별빛은 유난히 밝고 크게 보인다. 하늘에도 별빛이고 땅에도 별빛이다. 발아래는 플래시 불빛에 반짝이는 언 서리가 또한 별이다.

 

청량한 첫새벽의 공기로 고픈 잠을 쫓아내고 오르다 보니 어느새 여명이 밝아 오면서 서서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가늠이 간다. 고흥반도 서남단에 불룩 솟아 몇 개의 봉우리로 연결되어 산으로만 형성된 거금도에 하루의 시작을 위한 의식을 거행하는 제법 경건한 마음으로 해님을 맞으려 바다를 주시하고 있는데 금방이라도 터져서 단물이 입 안에 감돌 것 같은 감홍시를 닮은 해가 쏘오옥 붉게 웃는다. 매일 뜨고 지는 태양이지만 일출을 대할 때는 언제나 마음이 경건해진다. 그만큼 모든 것의 출발은 신령한 것이지.

 

거금도 능선, 생각보다는 길게 이어진 대여섯 개의 봉우리를 거쳐가며 아침해가 물들인 금빛 바다를 끼고돈다. 마음도 반짝반짝 산뜻한 산책을 끝내고 오천마을을 지나 몽돌해변을 본다. 이름이 말해주듯 동글동글한 돌들은 몇 겁의 파도가 깎았을까? 파도와 돌이 하나가 된 청정한 해변의 내음은 비릿하지도 않아 오히려 맛이 있었다. 해초의 맛이 후각에서 미각으로 느껴졌다. 잠시의 휴식을 취한 다음 거금대교를 걷는다. 거금대교는 고흥군 금산면과 소록도를 잇는 장장 2000m를 넘는 대교다. 이 화려한 다리를 지나면 쓰디쓰고 뼛속까지 아픈 마을에 달디 단 도시의 여가 인파의 물결이 스며드는 곳이다. 누구를 위한 다리일까? 소록도 주민에게 그 다라가 정녕 필요했을까? 쫓기고 쫓겨 더 이상 바다와 산에 막혀 주저앉은 막다른 그곳에 정착한 아픈 곳을 우리는 무슨 우월감으로 그곳에 갔을까? 그러나 그곳에서 주민은 만날 수 없었다.

 

자기 마을에서 조차 맘 놓고 햇빛을 볼 수 없게 외지인들이 그들의 자유를 빼앗은 건 아닌지 한편 미안한 마음이 쓰였다. 하나 도움도 줄 수 없는 그곳에 상대적 박탈감만 뿌려줄 뿐이지. 소록도 중앙공원 입구 자그만 보리피리 휴게소에는 한하운의 시 한 편이 쓸쓸하다. 그 한 편의 시에 소록도의 설움이 다 녹아 있었다. 화려한 대교보다는 차라리 그들이 원할 때 잠시 나올 수 있는 나룻배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그들은 더 자유로웠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픈 마음으로 소록도를 돌아 나오면서 나에게 불평 불만조차 사치가 아닐까 싶어 괜히 부끄러웠다. 남해에는 어느덧 매화 동백이 만개하고 아직은 차가운 바닷바람에 여린 꽃잎의 작은 떨림이 애처로워 보인다. 봄은 그렇게 꽃잎을 매만지며 올라오겠지 올봄 소록도에 가장 따뜻하여라.

 

 

 

 

 

 

 

 

 

 

 

 

 

 

 

 

멀리에 보이는 곳이 팔영산이 아닐까?

 

소록도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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