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의 가을은 아름다웠다.
임하댐 안동댐 낙동강 줄기, 물의 고장답게 아침은 늘 안갯속에서 맞는다. 댐과 강에서 토해내는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안갯속에서 노란 은행잎 가로수들이 마치 허공 터널 같은 연한 실루엣을 만든다. 내 어릴 때는 집 앞에 신작로라고 부르던 자갈길이 이제는 고운 아스팔트 길이 되고 달구지나 시외버스만 다니던 길이 요즘은 시외버스는 간혹 있고 주왕산 가는 승용차들이 너무 많아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길이 되었다.
사과농사 수십 년만에 처음으로 시과 따러 간다는 핑계로 일에 앞서 먼저 때를 놓칠까 봐 먼저 주왕산으로 갔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그 길에 골짜기엔 안개로 채우고 나직한 야산이 길게 이어진 산골은 오색단풍이 아침햇살에 유난히 찬란하다.우선 주산지까지는 오빠와 동행하고 주왕산은 혼자서 가기로 했다. 주왕산 가는 길에 잠시 들려볼 수 있는 곳이 예전에는 존재감이 없었다. 영화 한 편의 파급효과로 세상에 알려졌는데 너무 유명세를 타서 그럴까 생각보다는 좀 실망할 수 있다.미리 그 풍경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저수지 가운데 우뚝 서 있던 왕버들 나무는 뼈대를 겨우 유지한 상태로 버티는 것 같고 물은 만수위 때가 아니면 가장자리의 휑한 모습이 드러나고 규모도 작아서 너무 기대는 말고 가는 게 좋다.
단풍은 11월 초가 절정인 것 같다.그래서인지 주말에는 차를 세울 곳이 없다 하고 인파가 너무 많다는 정보가 있어 월요일에 갔지만 멀리서 대절버스들이 몇 차씩 들어부어 놓은 인파들이 이날도 많이 복잡했지만 그들은 거의 용연폭포가 마지막 코스인 것 같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주왕산은 위로 올라가 봐야 더 좋은 풍경은 없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정상이 아니면 등산을 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고정관념이 있지 않은가.
혼자서 719미터 금은광이 삼거리까지 올라갔는데 장군봉까지 가고 싶었으나 해가 질 것 같은 생각에 다시 그 길로 내려왔다. 낯선 곳에서의 혼자 산행을 한다는 것이 좀 두렵기는 했다. 혹시 산돼지라도 만나면 어쩌냐 그런 것 때문에, 주왕산은 입구에서부터 기암봉이 압도한다. 처음부터 사람을 너무도 작게 만들어버리는 절벽 코스와 그 사이를 폭포가 흐른다. 내 생각엔 원래 하나였던 산이 어떤 큰 변화를 겪으면서 갈라지고 그 사이가 길이 되면서 우리는 산의 내부를 통과하면서 절벽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어마어마한 규모의 급수대, 학소대, 시루봉 같은 곳은 사람의 발길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 바라만 보라는 신의 영역 같았다. 그 거대한 모습이 단풍과 어우러져 너무 멋진 풍경으로 가을산의 대표 격이 되어도 좋았다.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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