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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민둥산

가을, 나의 행복의 도구가 되어주는 산행을 한껏 즐길 수 있는 계절이 되었다. 하루를 그냥 보내고 나면 시간이 아까워질 만큼 매일이 좋은 날들이다. 9월 정기산행, 혼자 멀리 떨어져 나온 뒤 정기산행에는 꼭 참석한다는 나와의 약속이지만 그날이 되면 어디로 가든 목적지보다는 함께 한다는 그 시간들이 참 좋다. 산은 높낮이를 떠나서 무조건 경외심을 가져야 된다는 걸 깨달았다. 코스가 짧다고 해서 스틱 없이 오르는데 경사도가 심해서 몸의 지탱을 두 다리에만 부담을 주다 보니 쉽지가 않았다. 아마도 북한산 의상봉 정도? 다행히 따가운 가을 햇살이 아니어서 무난히 오를 수 있었다. 그동안 억새 산행을 재미없을 거라 생각해 왔었다. 왜냐하면 억새밖에 볼 게 없을 것 같아서 가을이면 어느 산에나 있을법한 걸 뭐하러 ..

등산 2013.09.29

고창투어

코스: 새만금 방조제, 변산반도, 고창읍성, 방장산 편백숲, 고인돌 박물관, 미당 시 문학관, 선운사. 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길 우중에 출발했지만 별 무리 없이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석정온천에서 눅눅한 심신을 속속들이땀으로 우려내고 난 뒤 근처 숙소에서 세상의 소음은 다 어둠 속에 묻히고 오직 풀벌레들만 잠들지 않은 추분의 밤을 나 역시 잠들지 못하고 그 작은 몸짓의 음악에 취하는 밤이었다. 이튿날, 그 긴 밤을 모질도록 지새웠다. 다행히 비는 그치고 풀잎마다 방울방울 "나 너를 적신다" 하고선 비는 바람이 되었다. 가을은 고창의 하늘에서 나리고, 대지는 그 드높은 하늘의 푸른빛을 받아 황금색 들판으로 가을의 바탕색을 만들었다. 노랗게 물들어 가는 바탕색에 피어나는 꽃무릇, 얼마나 보고 싶었..

living note 2013.09.25

잃어버린 지평선

요즘은 누구를 위한 생활이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시간으로 산다. 그런 뜻에서 정신건강을 위해서 두뇌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두뇌 훈련에 좋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책을 잃고 나서 독서록을 하고 있는데 좋은 내용이 있으면 공개도 하고 공감도 하고 싶다. `잃어버린 지평선`을 읽고 나서, 제임스 힐턴: 영국 문학의 대표적 작가, 샹그릴라(상그리라): 티베트어로 이상향이란 뜻 이 책은 히말리아 산중에 있는 신비의 낙원 상그리라를 무대로 아름답고 환상적 설경이 있는 곳인데 느끼는 사람에 따라 이곳이 낙원일 수도 있고 세속의 눈으로 보면 견디기 힘든 적막강산일 수도 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꿈속 같은 이상향을 그려본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

living note 2013.08.27

책 속에서의 피서

지루한 장마도 거의 끝나가고 아직은 비 때문인지 실내에선 크게 덥다는 생각 없이 지내왔다. 팔월 초 이제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텐데 이럴 땐 집에서 독서를 하면서 내용에 빠지다 보면 더위를 잊을 수가 있기 때문에 난 이 방법을 택해서 조용히 여름을 나기로 했다. 며칠 전에 본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라다이스`다 이 책은 몇 개의 부제가 있는데 그중에서 `영화의 거장`을 재미있게 보아서 줄거리를 남겨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얼굴 사진만 봐도 장난기가 흐른다. 상상의 대가이며 그는 모든 사물을 대할 때도 만약이란 단서를 붙여서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 상상이 언제나 가능성을 지향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중 `영화의 거장` 부제엔 있을법한 미래란 말을 제시한다. 만약 3차 대전 후가 된다면 지구는 방사..

living note 2013.08.04

삼복더위의 고행

삼복더위에 등산을 한다는 건 고행과도 같은 것입니다. 집을 나서기 전엔 고행을 자처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여름이 워낙 길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피하다 보면 세월은 저 먼치 달아나버리죠. 그래서 더위라고 피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산행인데 중간중간 시원한 폭포도 만나고 낙엽 잔해가 다 쓸려간 계곡은 명경같이 투명하고 맑아서 무력한 체력에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식혀주었고 한 차례 소나기를 맞고 난 다음 계곡을 벗어날 즘에는 산등성이 빙수바람이 불어와 몸속 노폐물까지 다 짜내어 말려주는 고행자들의 헐떡이는 심신에 청량제가 되어주었죠. 장마 중에 잠시 빤한 틈을 타 산행을 한 시간 이용은 한여름이 아니고는 볼 수없는 풍경을 보여줍니다. 물을 가득 품고 있는 짙은 녹음과 숲향이 있고 계곡을 가득채우고도 넘..

등산 2013.07.23

나와 바람과 산책

언제나 그렇듯 나의 하루는 산책으로 시작한다. 집 밖을 나서면 아파트 사이에 녹지공간을 살려서 산책코스를 남겨 둔 도시설계가 맘에 들고 또한 바로 야산으로 이어지도록 좁다란 산책로를 남겨놓은 것에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겨울이면 새벽 같은 시간, 6시가 되면 집을 나서는데 처음엔 신선하고 서늘한 공기가 너무 좋구나 하고 한참을 오르다 보면 점점 몸 속의 피가 데워지고 정상에 도달하면 급기야 피는 끊어서 김이 몸밖으로 배출되면 금방 수증기로 변해 방울방울 맺히는 그것이 땀인 것 같다. 산책을 할 때는 발의 감각을 최대한 이용해서 한 걸음 한 걸음에 한 생각 한 생각을 실어서 걷다 보면 잡념은 사라지고 대신 평소에는 생각 못 했던 깊은 사고와 사물을 관찰하게 된다. 새들이 우는 소리를 듣다 보면 한 마리가 ..

living note 2013.07.07

2013년의 슈퍼문

일 년 중 달이 가장 크게 보인다는 슈퍼문, 보잘것없는 카메라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기회를 놓칠세라 저녁에 달맞이 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는데 오늘따라 아파트 높이가 왜 그렇게 다 마천루 같은지, 적당한 장소에는 공중에 떠있는 집들이 너무 높아 달이 가려지고 겨우 우리 마을 산책로가 멋진 언덕으로 올라가 구름 속으로 들랑날랑 하는 달을 기다림 끝에 겨우 찍었더니 맘에 드는 게 없다. 떨림이 심해서 쉽지가 않다. 그래도 겨우 한 장 얻은 것에 계수나무와 토끼도 보이니 너무 기쁘다. 그리고도 뭔가 부족해서 집안에서 한 장 더 찍었지만 역시 붉게 떠오르는 순간이 가장 좋다.

living note 2013.06.23

덕풍계곡

미끌미끌, 울퉁불퉁, 아슬아슬. 여태껏 산행을 많이 했지만 이번처럼 곡예사 같은 산행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아무나 할 수 없고, 두 번 할 수 없는, 그러나 험난한 과정이 앚혀지면 다시 하고 싶어 질 것 같은 곳. 마을 산악회가 어느덧 5년째를 맞고 있다. 처음으로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가족을 대동하고 나선 산행이다 보니 울진과 삼척에 걸쳐 있는 산행을 완주할 수 없는 대원들이 있어 2팀으로 나누어 마니아들은 완주를 계획하고 나머지는 다소 소풍 같은 코스를 갔기 때문에 우리는 2팀의 즐거움을 모르고 2팀은 우리의 곡예를 아직도 모르는 상태다. 처음엔 정상 2시간, 하산 5시간으로 예상했으니 하산길은 예상을 빗나가 6시간이 넘게 걸렸고 빡빡한 일정 때문에 쉬어가고 싶은 곳에 쉬지 못하고 내달려야 했던 점이 ..

등산 2013.06.09

제주의 초여름(친구와함께)

한라산 등산을 마치고 이튿날 일출봉, 정방폭포. 새연교를 건너 새섬에서 주위에 있는 섬 3개를 조망하고 쇠소깍, 용눈이오름에 올라 조금씩 떨어져 둘레에 있는 여러 오름들을 둘러본 다음 비자림 갔다가 서귀포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다 보니 하루가 저물고 일몰까지 본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일출봉 정방폭포 문섬 쇠소깍 용눈이오름 건너 멎은 편에 보이는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에서 보는 제주 들판 풍경

제주의 사계 2013.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