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도 거의 끝나가고 아직은 비 때문인지 실내에선 크게 덥다는 생각 없이 지내왔다. 팔월 초 이제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텐데 이럴 땐 집에서 독서를 하면서 내용에 빠지다 보면 더위를 잊을 수가 있기 때문에 난 이 방법을 택해서 조용히 여름을 나기로 했다.
며칠 전에 본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라다이스`다 이 책은 몇 개의 부제가 있는데 그중에서 `영화의 거장`을 재미있게 보아서 줄거리를 남겨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얼굴 사진만 봐도 장난기가 흐른다. 상상의 대가이며 그는 모든 사물을 대할 때도 만약이란 단서를 붙여서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 상상이 언제나 가능성을 지향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중 `영화의 거장` 부제엔 있을법한 미래란 말을 제시한다. 만약 3차 대전 후가 된다면 지구는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서 인류의 종이 자기 파괴가 되고 지구는 폐허가 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앞으로 지구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 각국의 원수들이 모여 회의를 연다. 안건은 `종교 폐지, 국가 폐지, 국경 폐지`를 해서 더 이상 물고 뜯고 하는 싸움이 없게 하자는 데 힘을 모은다. 그러기 위해선 `국가주의, 광신주의, 원리주의의 토양이 되는 역사교육 자체를 없애고 다시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기억 자체까지 지워버리자고 한다. 역사 속에서 자행되는 영웅주의를 없애서 잔인한 만행이 대대로 전수되는 걸 막아서`과거 교육 중단` 을 결정하고 완전히 깨끗한 기초 위에 새로운 사회를 건설 하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이가 한 가지 언어를 쓰고 정체성이 드러나는 역사적 특성을 지닌 단어를 어휘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0년 이전에 인류는 오류 속에서 살았으며 세상의 종말이 왔고 인류 전체가 사라질 뻔했다고 가르친다. 과학자들은 더 이상 획기적 기술을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에너지와 농사 양쪽의 관점에서 생활을 자동화하는 기술로 태양에너지가 석유를 대체한다.
산다는 것이 과거가 사라지고 스트레스가 없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뭔가가 필요해질 때 현자위원회는 기분전환 욕구를 위해서 아포칼립스 이후에는 영화산업이 발전한다. 나도 가끔은 각종 생활쓰레기를 버릴 때 한 번쯤 이런 세상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매일같이 넘처나는 쓰레기를 버릴 때 맘이 편치 않아 우리 집, 우리 동네, 우리나라. 이렇게 생각을 넓혀가다 보니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쓰레기가 싸여가는 것이구나 하는 걱정이 앞서 앞으로 더 이상 과학이 발전하는 것보다는 원시로 정말 돌아가긴 어렵지만 조금이라도 삶의 방식을 옛날로 현명하게 돌릴 수 있는 과학적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내 생각이 반영된 것 같은 책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영화산업이 발전하다 보니 시나리오, 제작사, 영화배우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데 그 가운데 아주 유능한 영화감독인 데이비드 큐브릭이라는 사람이 만드는 영화만 성공을 하고 그의 영화가 개봉되는 것은 지구상의 온 인류가 기대하는 대 사건이고 지구 전체가 일심동체로 울고 웃으며 이미지를 통한 인류의 통합이란 칭송을 받는다.
그는 드넓은 땅에 자기만의 아성을 짓고 배우든 직원이든 한 번 거기에 들어가면 밖으로 나올 수 없고 거기서 살다가 거기서 죽게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그의 비밀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지고 아무도 그를 본 적도 없고 영화가 어땋게 만들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과학자들은 그 베일을 벗기기 위해 유명 영화 전문 기자를 잠입시키는데 알고 보니 그 감독은 고조 때부터 영화를 만들어 대대로 이어지는 유명한 영화 집안이었고 그 철옹성 속에는 최첨단 기술로 과거로 돌아가는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른 가속기를 만들고 그 현장감 넘치는 영화를 만든 것이 다 현실 속에서 일어났던 과거의 삶을 끌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거장이 61년간 만드어낸 영화는 거기서 61년을 되돌린 것이고 더 이상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자 돌릴 수 있는 과거는 끝이 나고 궁금증을 참지 못하던 사람들이 철옹성 속에서 찾아낸 것은 죽은 가속기 기술자, 영화의 거장, 잠입 기자들의 시체였다.
결론적으론 역사를 죽였지만 영화를 통해 역사인 줄도 모르고 61년의 역사를 본 것이지만 그건 영원한 비밀이 된다. 이 모든 것이 비록 상상의 산물이지만 미륵 세게 가 온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주인한테는 지구가 고향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할 만큼 우주에서 보는 지구는 너무나 아름다운 별이고 거기다가 줄을 긋고 네꺼다, 내 거다 하고 싸우는 것은 어리석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도 전 세계는 지구촌이라고 할 만큼 하나로 돌아가고 작은 기계 하나에 세계를 손바닥에 다 넣고 들여다보고 있으니 언젠가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국경이 없는 지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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