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누구를 위한 생활이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시간으로 산다. 그런 뜻에서 정신건강을 위해서 두뇌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두뇌 훈련에 좋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책을 잃고 나서 독서록을 하고 있는데 좋은 내용이 있으면 공개도 하고 공감도 하고 싶다.
`잃어버린 지평선`을 읽고 나서, 제임스 힐턴: 영국 문학의 대표적 작가, 샹그릴라(상그리라): 티베트어로 이상향이란 뜻
이 책은 히말리아 산중에 있는 신비의 낙원 상그리라를 무대로 아름답고 환상적 설경이 있는 곳인데 느끼는 사람에 따라 이곳이 낙원일 수도 있고 세속의 눈으로 보면 견디기 힘든 적막강산일 수도 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꿈속 같은 이상향을 그려본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이상향이지 이루어지기 어려운 여건이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눈에 그려지는 풍경은 마치 티브이에서 보여주던 스위스의 마터호른 봉우리를 중심으로 양 옆으로 펼쳐진 설경이 연상되었다.
흔히 이상향이라면 파라다이스, 유토피아, 지상낙원 등으로 표현이 되는데 이곳이야말로 어떤 표현법도 다 해당되는 풍경이 있다. 히말라야 설산을 사방으로 펼쳐놓은 가운데 카라칼(푸른 달빛) 골짜기를 만들고 그 아래는 언제나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옥색 빙수로 빛나는 호수의 물이 안정적은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주고 있으며 위에는 설산이지만 아래 동네는 푸른 잔디밭과 비옥한 농토가 있어 지상의 삼재(물, 바람, 불)가 다 비켜가는 곳이며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고 정이 넘치며 무엇보다도 중용을 지키는 온유한 성품이다.
이 깊은 골짜기 절벽에는 라마교 사원이 마치 한 송이 꽃을 핀으로 꽂아둔 것처럼 아름답게 보이는데 밤이면 푸른 달빛이 설산 빙벽을 비추고 달이 없으면 별빛이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밤에 음악이 흘러서 어떤 연출기법 보다도 훌륭한 그림이 완성되는 듯하다. 이곳에는 인생이라 불리는 짧은 막간의 속도를 늦출 수 있고 불로장생을 누리는 곳이다. 사원에는 거의 백 살 혹은 그 이상을 거의 살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은 이상향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서구의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상실해버리는 귀중한 보물, 그것이 시간이라는 걸 일깨워주어 이 고립무원에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이 마치 강풍이 휘몰아치는 바다에 떠있는 한 척의 구명보트 같은 느낌 때문에 골이 너무 깊고 험해서 탐험가들 혹은 어쩌다 길을 잃은 사람들이 등대의 불빛 같은 곳으로 모여들었다가 점점 마력에 빠져들어 정착을 하게 되는 곳이다.
어떤가요? 이만하면 상그릴라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죠? 책 내용을 살펴보면, 1931년 5월 영국 식민지 시절인 인도 바스 쿨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그곳의 거류민들을 파키스탄 페샤와르로 소개(이동) 시키는 과정에 영국대사관 영사인 주인공 콘웨이와 전도사, 미국 시민, 대위 4 사람이 탄 비행기가 납치되어 가는 과정에서 험준한 히말라야 골짜기에 착륙을 시도하는 중에 조종사가 사고로 죽기 직전에 카라 칼산 샹그릴라로 가라는 말을 남기고 죽자 탑승자 4 사람이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때에 가마를 멘 사람들과 사원의 예비 승려이자 그들의 지도자인 무리가 나타나 이들을 골짜기 사원으로 데려간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납치는 샹그릴라의 인구유입을 위해 계획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지만 체류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을 하면서 오히려 아름다운 곳에 장기 휴가를 즐기는 것처럼 지낸다. 주인공 콘웨이는 안정된 후에 그들의 속담처럼"정렬이 고갈된 곳에 예지가 시작된다."는 것을 느끼고 이곳에 정착하기로 맘먹고 아무나 만날 수 없는 승정과 여러 번의 대면 끝에 후일 이곳의 승정의 후계자가 되어어줄 것을 약속받지만 승정이 죽고 나서 동료였던 한 사람이 탈출하자는 말에 함께 상그릴라를 떠나간다.
이 책을 읽고 다 나서 기억에 남는 한 대목이 생생하다. "푸른 달빛 골짜기는 단 하나뿐이며, 이밖에도 더 발견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자연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책을 덮어도 한동안 상그릴라의 잔상이 아련히 남아 있어 한여름의 더위를 잊게 해 주는 감명 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