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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선운산도립공원

코스: 석상암-마이제-도솔산-견치산-소리제-천상봉-천마봉-도솔암-선운사 계곡-주차장. 막바지 가을 산행을 나서면서 기대치에 돌덩이를 매달았지만 실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각각의 부제가 붙었지만 일대가 선운산 도립공원인 곳으로 생각되는 선운산 가는 길에 경수산을 돌아보며 오른다. 나설 때는 겨울 같은데 산을 오르면 땀이 나고, 옷 선택이 애매한 철이다. 겨울옷을 입었더니 몸에 척척 감기는 느낌이 개운치가 않다. 11시가 다 돼서 시작하다 보니 얼마 걷지도 않은 것 같은 견치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소리제까지 가는 길은 유유자적할 수 있는 조용하고 좁다란 토끼길이 무척 좋았다. .조금 흘렸던 땀은 갈바람에 날아가고 다시 산뜻해진 심신으로 가뿐하게 걸어서 천상봉에 오르면 처음으로 선운산의 위용이 느껴지는 사자바..

등산 2014.11.12

백양산과 내장산 단풍

코스: 백양사 주차장-영천 굴-백양산-새제-소 죽음재-신선봉-연지봉-내장사 제4 주차장. 가을은 봄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봄은 새로움과 희망이라면, 가을은 봄에 맞았던 새싹에서부터 푸르름의 일대기를 보는 것 같아서 그 지켜보는 마음도 생장의 주기를 따라 흐르면서 만추의 한가운데 서게 되면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맑은 하늘만 봐도 그 너머에 있는 사람까지 생각하게 되고 살갗에 닿는 싸늘한 바람기는 그런 마음 간수를 해야 할 때를 알리는 사유의 계절이다. 산행하는 날은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늘을 본다. 새벽하늘에 별이 보이면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들뜬다. 이번에는 출발점이 아닌 승차 끝 지점에서 차를 기다리디 보니 차가 늦어지면 겨울에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 것 같았다. 이제까지는 항상 바로 차에 오를 수 있..

등산 2014.11.05

시간 속에 산다는 건.....

오랜만에 도시 지하철을 탔다. 겨울 옷에 나프탈렌 냄새가 나는 지하철에는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는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난 아직 가을이 한창인데 어느새 오리털 파카를 입은 사람은 왜 겨울일까? 그에게는 가을이 얼마든지 남아서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는 듯하다. 시간 속에 산다는 건,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시간에 길들여지고 시간에 복종하고 시간에 순응한다는 것, 시간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배하고, 시 은 피라미드의 가장 윗자리에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지배한다. 시간을 지배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그건 마음이다. 시공을 초월하는 마음으로 저물어가는 가을을 헌팅하러 세 여자는 서울 남산으로 간다. 우리는 해마다 10월의 마지막을 그곳에서 보낸다. 우린 단풍이야, 그러나 봐! 얼마나 고운지를 가는 가을 잡아채고 봄..

living note 2014.10.31

한라 수목원

제주의 숲을 다 보기는 힘들지만 대표적인 곳은 다 가보고 싶었다. 내가 본 곳은, 한라생태숲, 사려니숲, 비자림 숲, 절물휴양림 숲, 한라수목원이다. 제주의 숲은 가을색이 거의 없이 늘 푸른색이다. 이번에 한라수목원에 갔었는데 잎들은 지고, 꽃도 없고 단풍도 별로 없어 뭔가 좀 어울림이 꽉 차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식물 공부를 하기엔 참 좋았다. 나무마다 이름이 붙여져 있고 전시실에는 제주 자생식물 유전자원의 수집·증식·보존·관리·전시 및 자원화를 위한 학술적·산업적 연구를 목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희귀 야생화 개발 보급 및 유망 향토수종 증식 시험과 시민에게 휴식공간 제공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도 하는 곳이다. 여기서 처음으로 제주 풍난 꽃을 보았다. 너무 청초하고 아름다운 하얀색이 이뻐서 한..

제주의 사계 2014.10.28

ㅡ한라산 영실단풍

한라산의 가을색 맑고 투명한 하늘이 너무 좋다. 이런 날은 보람 있게 쓸 의무감까지 느껴지는 날이다. 연 3일째 선물 받은 느낌으로 좋은 날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날이다. 오늘 한라산의 단풍까지 봄으로써 사계절을 다 본 셈이다. 아직은 2프로 부족한 듯 하지만 영실을 오르는 오른편 풍경은 은은한 단풍색이 요란하지 않은 갈색톤이어서 더 고급스럽다. 변화무쌍한 한라산인데 오늘은 구름도, 바람도 없는 따뜻하고 잠잠한 더없이 오르기 좋은 날이다. 영실코스는 산 아래 다 달으면 첫인상부터 그다음을 설레는 마음으로 보고 싶어 지는 비경을 보여준다. 그래서 아무 준비 없이 온 관광객까지도 위 로위로 끌어올리는 마력이 있는 코스다. 산 전체가 단풍나무는 아니지만 멀리서 보면 잔..

제주의 사계 2014.10.19

설악산 공룡능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코스:오색-대청-중청- 소청-희운각-공룔능선-오세암 백담사. 공룡능선은 설악산의 제1경이며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그곳에서 단풍을 마중가고 싶은 곳이다.대청봉 정수리에 쏟아부어 놓은 암석조각들이 마치 태양열의 집열판처럼 빛을 받아모아 산 전체에 골고루 빛을 뿌리고 한밤중에 내린 찬서리가 밤낮의 괴리감에 몸부림 치다가 어쩌지 못한 초목들은 잎새마다 제몸에 붉은 반점의 상처로 떨었다.작은 반점에서 흘러내린 피가 지혈이 되지 않아 아래로 아래로 만산홍엽으로 수를 놓고 그 피는 백두대간을 흘러 동맥으로 정맥으로 쏟아져 나와 결국에는 한라산에서 지혈이 되리라. 밤 11시에 야반도주 하듯이 달아난 버스가 새벽 3시경에 오색리에 도착했다.한밤중 적막강산에 내린 일행들은 모두가 발등을 밝힐 ..

등산 2014.10.08

시대의 멘토

김수환 추기경님 묘소 은빛 고운 아침에 이쁜 꽃 어루만지며 산책을 한다. 내 산책길 끝에는 고운님 잠드신 "천주교 서울교구" 묘역이 있다. 몇 번이나 산자락에서 바라봤지만 너무 넓어서 못 찾을 것 같아 되돌아왔다. 오늘은 꼭 찾으리라 생각하고 가다가 마침 참배 가족을 만났다."김수환 추기경님 묘소가 어디 계시는지 아세요?" 물어서 찾아가니 성직자묘역이 따로 있었는데 그 생각은 못 하고 뭔가 특별하리라 생각하고 찾았던 것이 잘못이었다. 신자였더라면 이런 실수는 안 했을테고 좀 더 일찍 참배했을 텐데 무척 죄송했다. 찾고 보니 일반 신자의 묘소보다 특별하진 않았고 꽃이 더 많다는 거 주교님과 나란히 계신다는 거, 그거였다. 추기경님은 가만히 계시지 않으셨다 쫓기는 자 다 보듬어 주시고, 아픈 자 다 찾아가 ..

living note 2014.09.22

월악산 줄기(신선봉,마패봉)

2014년의 첫가을 산행이다. 가을은 은빛 햇살을 타고 하늘에서 내린다. 그리고는 그 하늘은 가을의 배경색이 되어주어 난 그 배경에 또한 가을 풍경이 된다. 어떤 고정된 풍경이 아니라 마음껏 가을을 향유하며 여러 장면들을 연출해 내어서 그 가을을 고정시키는 풍경으로 완성된 작품이 된다. 이 얼마나 아름답게 계절을 부릴 줄 아는 멋쟁이인가, 그렇게 자화자찬을 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난 이 가을이 너무 좋다. 어떤 목적 앞에선 끊임없는 훈련을 요하는 것 같다. 늦여름 빗 속에서 산행을 하고 나서 몇 주만에 산에 오르니 몸에서 삐걱 소리가 난다. 그러나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이고 달려가는 첫출발부터 기분이 좋다. 충북 괴산에서 출발하는 신선봉, 마패봉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메인산이 어딘지를 모르고 오르는데 산..

카테고리 없음 2014.09.17

현명한 딸의 효도(천진암성당과 두물머리)

오곡백과가 영글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맑고 푸른 초가을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를 느끼는 이 좋은 가을의 중심이 되는 한가위 연휴 마지막 날, 양 가족의 나들이가 가을 속의 풍경이 되어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딸 부부는 참으로 현명한 효도를 하고 있다. 친정과 시댁 어느 곳에도 걸림이 없이 효도를 하자는 주의로써 늘 우리는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 어쩌면 한 번의 수고로 마음 편해지는 결정일 수도 있고 또한 그 어울림이 좋은지도 모른다. 노는 일도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안다. 연휴에 손님 치르고 밤늦게까지 놀다 보면 잠도 부족하고 일하는 날보다 더 피곤할 수도 있는 게 명절인데 마지막 날에 사돈 내외분과 남한산성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천진암에 들러 성지를 둘러보고 다시 양수리 두물머리에 가..

living note 2014.09.11

난 팔불출이라도 좋아

자식 자랑을 하면 팔불출이라 했던가? 그러나 기꺼이 팔불출을 자처하며 딸 자랑을 하고 싶은 날이다. 왜냐하면 내가 잘한 일이라곤 두 딸 잘 키워 놓은 것뿐이라서 자랑할 거라곤 그것밖에 없다. 장마도 지나고 어느덧 가을바람이 느껴지는 날이어서 집안 곳곳을 열어젖히고 습기도 말리고 환기를 시키느라고 열었는데 뭔지도 모를 상자들이 있어서 다 열어 정리를 하던 중에 길게는 30년이 고이 잠들어 있는 내 정성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큰애와 작은애의 상장 상자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받은 상장과 졸업장 성적표가 고스란히 모아져 있었다. 그동안 많은 이사를 하고 버린 짐도 많은데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에 기쁘고 이젠 세월이 아까워서도 버리지 못할 것 같다. 주인한테 넘겨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네. 정리를 해..

living note 201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