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연상되는 터기의 올림포스로 간다.
이곳은 일정에 들어있지 않아 그냥 스쳐갈까 했는데 마음을 바꾸어 안탈리아에서 그리 멀지 않아 잠시 들리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까 들리기를 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올림포스는 작은 휴양도시다. 바다가 무척 아름답고 절벽으로 된 산이 있어서 자일을 메고 암벽을 타려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안탈리아에서 올림포스로 가는 길은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풍경이 있다. 터키는 주로 키 작은 나무들이 많은데 이 길은 마치 강원도로 들어가는 길처럼 양 옆으로 키가 큰 소나무들이 울창하다. 그뿐 아니라 길도 굽이굽이 높은 산골짜기로 올라간다. 2시간 40분 정도 달려서 도착한 곳이 돌무쉬 종착지인데 높이 올라온 산꼭대기 정류소다. 거기서 다시 올림포스 마을까지는 다른 돌무쉬가 시간 맞추어서 온다. 기다리는 동안 잠시 둘러보니까 설산이 눈앞에 보이고 날씨가 겨울같이 춥다. 해질 무렵에 도착해서 보니 숙소가 오렌지 농장 안에 있는 오렌지 펜션이다. 들어서자마자 오렌지 꽃 향기가 물씬 풍기는데 너무 좋다. 지난해의 오렌지가 그대로 달려 있는데 다시 봄꽃이 피어나는 기이한 현상이다. 바닥에는 떨어진 오렌지가 두꺼운 껍질 때문인지 말짱하게 밭 가득 뒹굴고 있어서 주워서 먹어봐도 달고 맛있었다.
올림포스는 그리스에 있는 줄 알았는데 터키에도 있다니 어떤 곳인지 더욱 궁금했다. 그런데 산 어디쯤에 키메라라고 불리는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불꽃을 보기 위해서는 밤에 올라가야 된다고 해서 이 날따라 너무 추워서 상상만 하고 보지는 못해서 지금 생각하니 후회가 된다. 꺼지지 않는 불은 신화로 전해지는데, 불타는 바위산에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살았는데 그는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이며 태양신 아폴론의 배다른 동생이라고 한다. 불꽃의 화신 헤파이스토스는 태어나자마자 불꽃을 휘날리고 그 불타오르는 듯한 형상에 혐오감을 느낀 어머니 헤라가 그를 그리스 올림포스에서 추방해 버렸다는 신화다 아마 쫓겨나서 터키로 온 게 아닐까 싶었다.
이튿날 우리는 유적이 있는 골짜기로 갔는데 허물어진 마을과 알아볼 수 없는 유적들이 많고 석관이 도굴이 되었는지 뻥 뚫린 채로 방치돼 있었다. 유적지에는 산에서 흐르는 계곡물이 만들어진 도랑을 따라 수량도 많고 맑은 물이 넘치도록 흘러가고 물가엔 키가 크고 굵은 몸통이 탐스러운 미나리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도랑 가득 무성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우리는 조금 뜯어서 반찬으로 먹기로 하고 뜯어서 맛을 보니 향긋한 틀림없는 미나리인데 너무 굵고 잎이 넓어서 믿어지지 않아서다. 그리고 유적을 보면서 산으로 올랐더니 뒤편엔 지중해 바다의 해변이 너무 아름답게 파도가 일고 있었으며 산에는 야생화가 아주 많이 피어서 폐허가 된 유적지의 비애를 떨쳐버리게 했다. 먼 산에는 눈이 하얗게 쌓였고 파아란 바다와 흰 파도 거니는 사람 이모두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돌이 오는데 오렌지 농장 할머니 밭으로 불러서 오렌지도 주고 직접 따보기도 하고 했는데 과일과 꽃이 한 나무에 같이 달려 있는 건 처음 봤는데 신기하고 이뻤다. 계곡물과 바닷물이 합류되는 것도 특별한 모습이었고 여름에 휴가지로 너무 좋은 곳 같았다. 우리는 나무에 달린 지난해의 오렌지를 많이 따서 그걸 껍질은 벗기고 배낭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다음 일정에서 목마를 때마다 요긴하게 잘 먹었다. 올림포스의 기억은 아름답게 오래 남을 것 같다.
바닷물과 민물이 이어지는 곳
오렌지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