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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릉산(성남누비길 7코스)

오월이 구름 되어 사라져 가고 유월이 내린다. 오월의 여운은 꼬리조차 싱싱하다. 타는 갈증을 느끼던 오월이 막바지를 지나는 길목에서 오랜만에 단비로 목을 축이고 너무 좋아서 산들산들 초록 춤사위로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니 그 밑을 지나는 우리들마저 그 춤사위에 덩달아 춤추듯 즐겁게 산길을 걸었다. 비 온 후 산길은 촉촉한 생명의 바탕인 흙에서 올라오는 공기와 싱싱한 숲에서 나오는 향기로 가득찬 길을 걷는 내내 마음조차 혼미해질 정도였다. 청계산은 수도 없이 갔지만 큰 산 그늘 같은 밑자리에 인릉산이 있는 줄 몰랐네. 잘난 사람 옆에 있으면 늘 묻혀버리는 평범한 사람처럼 365.2미터의 인릉산은 그렇게 나지막하게 묻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나 보다. 성남 누비길 마지막 코스인 7코스를 걷다 보니 인릉..

등산 2022.05.26

오월의 특별한 기념일

오월은 심신이 바쁘다. 가정마다 다 그럴 것이다.챙겨야 할 날들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바쁘다. 계절이 좋아서 놀기도 바쁘고 남의 일 때문에도 바쁘고 이제는 나를 챙기는 날에 참석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바쁜 시간 속에 들어 있다. 참 많은 날들을 입을 막고 살았다. 외출할 때 자연적으로 손에 들려 있던 핸드폰은 필수품이라기보다는 마치 몸의 일부처럼 붙어 다녔다. 그러다가 한 가지 더 늘어서 마스크도 이제는 핸드폰과 붙어 있는 물건처럼 언제나 내 입에 붙어 있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어언 3년이 지나고 며칠 전에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이 내렸다.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이냐, 오월의 그 많던 어떤 기념일보다 더 특별한 기념일의 맨 앞자리에 두어도 될 만큼 나에게는 중요한 날이다. 특별..

living note 2022.05.01

우리마을 사계(봄)

간밤에 비가 많이 왔나 보다. 오랜만에 대지를 흠뻑 적시고도 남은 물이 웅덩이를 만들어 봄의 반영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니 초록으로 짙어진 나무들 사이로 영롱한 빛이 내리고 동네는 모든 시인의 시구와 모든 화가의 그림이 전시된 시화전이 펼쳐진 것 같다. 날씨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된다. 삶이 단순해서일까, 길을 걷는 내내 상큼한 미소가 가시지를 않는다. 가장 좋은 건 밤새 흠뻑 비가 내리고 아침해가 방긋 웃는 것인데 이 좋은 조건을 다 갖춘 오늘, 선물 같은 하루다. 이런 날은 그냥 보내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약속이 나에게 있다. 너무 좋은 때다. 벌레가 곡예를 하고,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송화가루가 날리면 그 좋은 숲도 조심을 하게 된다. 이제 곧 이 모든 악조건이 시작될 텐..

우리마을 사계 2022.04.26

단양여행(귀촌)

믿지 않았다. 그녀가 농부가 된다는 것을...... 현실은 모든 개념을 초월한다더니 이제껏 내가 생각했던 평소 그녀의 모습에서 풍기던 이미지를 마음 한구석에 밀쳐놓고 그녀의 삶을 깊이 존중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시골로 이주를 해서 농사를 짓는다고 할 때 내가 했던 말은, 노는 땅에다가 꽃이나 볼 수 있게 도라지 씨를 뿌리든지 코스모스씨를 뿌려놓고 즐기라 했다. 그 말을 한 후로도 농기구를 샀다느니 트럭을 샀다고 할 때도, 장화를 신고 시골 아낙네의 차림세의 사진을 보고도 인정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여행 삼아 찾아간 그녀의 보금자리는 너무 아름다운 풋내기 농부의 터전이 맞았다. 오랜만에 버스와 기차를 타고 친구들(여행 메이트)과 단양으로 여행을 갔다. 행정구역은 단양이지만 제천과 ..

living note 2022.04.16

의림지와 일대풍경

의림지, 잔도. 보발제 단양에서 이틀째 우리들이 좋아할 만한 트레킹 코스를 두루 찾아다니며 새로운 단양팔경이라고 명명하며 투명하고 다채로운 봄 풍경 속을 누비고 다녔다. 의림지 제방은 신라 진흥왕 때 우륵이 처음 쌓았다고 하고 그 뒤 약 700여 년 뒤에 박의림이 쌓았다고 하는데서 명칭이 유래된 듯하다. 호반둘레가 약 2㎞ 정도를 도는데 봄 날씨답지 않게 바람이 차갑게 불어서 짙어가는 봄빛을 시 셈하고 있어 몸이 움츠려 들었다. 제방과 호수 주변에는 노송과 수양버들이 늘어서서 호수보다는 소나무가 더 멋이 있었지만 의림지라는 잘 얼려진 이름에 묻혀서 호수만 생각하고 갔다가 의림지를 돋보이게 하는 자연의 예술품 같은 소나무와 수령을 같이할 것 같은 느티나무 등 물을 감싸고 있는 환경에 더 많은 감탄을 자아내..

카테고리 없음 2022.04.16

천마산 야생화

세 차례의 야생화 풀꽃을 찾아다니면서 천마산에서 보고 싶은 꽃을 잘 봤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천마산 야생화는 찾지 않기로 하고 넷이서 동시에 발도장으로 마침표를 콱 찍었다. 이 작은 풀꽃이 뭐라고 꽃에 대해 할 말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거듭거듭 쓰게 되니, 마음이 냉동된 채 살아가는 게 아니라면 무엇을 보고 느끼고 했을 때 그걸 밖으로 나타내지 않으면 생각의 포만감으로 마음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꾸만 마음을 쏟아내어 적어놓게 된다. 작은 풀꽃은 함부로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런 걸 억지로 담기 위해서는 엎드리고 드러눕고 온갖 자세를 다 취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꽃 사진 찍고 나면 다음 날 몸살이 난다. 셔터를 반 누르..

야생화 2022.04.10

제주올레 14-1 (백서향)

올해는 제주의 봄꽃이 한 달 가까이 늦어져서 현지 사람들도 꽃을 보기 위해 몇 번이나 헛걸음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이어서 2월 중순이면 꽃을 볼 수 있는데 일진이 좋으면 눈 덮인 곶자왈에서 눈꽃 같은 하얀 꽃을 볼 수 있지만 말로만 들었던 풍경이다. 그런데 올해는 두 번이나 헛걸음했다는 지인과 세 번째 동행 끝에 백서향을 보고 왔다. 꽃은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피는데 왜 그렇게 빨리 져버리는지, 더구나 향기로운 이쁜 꽃들이. 내가 갔을 때는 3월 28일이었는데 꽃이 시들기 시작해서 향기를 잃고 있었다. 육지에서는 봄이라는 말만 나오면 제주로 백서향 향기가 그리워 오직 그 꽃을 보기 위해서 날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아는 사람만이 간다. 향기는 꽃의 영혼이라고..

제주의 사계 2022.04.04

도도한 꽃의 여왕 (화야산)

얼레지, 또다시 그녀 앞에 엎드렸다. 도도한 그녀, 한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사방에서 모여들어 스스로 굴복하는 인간들에 얼마나 우쭐했을까. 산이라고 다 있는 꽃이 아니다. 이토록 도도하고 이쁜 것들은 아무 데나 살지 않는다. 일급수가 흘러내리는 계곡이 있어야 하고 바람골이 있어야 되고 볕도 잘 찾아들어야 하는 조건을 갖쳐야 터를 잡는다. 터가 마련되면 마음껏 종족을 퍼뜨려 일대 장관을 이루며 그들만의 밭을 이룬다. 지난해에 이어 찾아갔는데 조금 때가 조금 이른 탓에 이제 막 이파리를 하나씩 들어 올리는 자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우연히 본 꽃들이라면 찾아가지 않았겠지만 거기에 지금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아름다움에 끄달려 가게 된다.

야생화 2022.03.31

가파도10-1

담장 밑 제비꽃이 소담하게 모여 필 무렵 난 더 깊은 봄 속으로 들어갔다. 4월이면 벚꽃보다 먼저 생각나는 청보리 물결이 이는 가파도를 생각한다. 처음으로 가파도를 찾았던 때를 잊을 수 없는 그날, 세월호 침몰이 있어 목적지였던 제주에 이르지 못한 슬픔이 서려 있는 그 바다를 건너며 무척 아팠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그날의 보리밭은 파랗다 못해 군데군데 누렇게 누워 있던 그 자리를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과 결부시키며 혼자 애도의 마음 안고 걸었다. 그런데 그 후 몇 번을 더 찾았지만 그날의 가파도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약간씩 못해지는 걸 느껴야 했다. 그날따라 바람이 보리싹 위에서 초록 파도를 타며 건강하게 풍차 바람과 해풍에 춤추던 그 밭을 이제는 볼 수 없는 것일까. 두 번째는 늦은 겨울에..

제주의 사계 2022.03.30

제주올레 두 번째 완주를 기념하며.....(4코스)

참 오래 걸렸다. 보이지도 않는 미물에 붙잡혀서 세월만 흘러갔다. 목표와 목적의 다른 점이란, 무엇을 얼마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목표라면, 왜 그것을 해야 하는가 의미를 주는 것이 목적 일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목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해야 되기 때문에 제주올레 완주란 목표를 세우고 제주를 다 알고 싶은 것이 목적이 되었고 이제 그 두 가지를 이루어 냈다. 제주올레를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을 정도로 얼마나 좋았으면 최고 50번을 완주한 사람도 있다 하니 난 거기에 비하면 새 족지혈이다. 최근 3년간 완주자가 부쩍 늘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외국으로 여행을 못 가는 이유와 코로나로 인해 지친 사람들의 마음치유를 위한 길이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길에서 만난..

제주의 사계 2022.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