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오름과 진수내 오름 투어를 했다. 평소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려운데 이번에 가장 아름다운 오름 세 곳을 올랐다. 다랑쉬오름에 올랐을 때는 동서로 펼쳐진 한라산 동쪽자락에 올망졸망 장식품처럼 달려 있는 듯이 보이는 오름들이 한눈에 보인다. 멀리에 우도, 일출봉, 용눈이, 아끈다랑쉬 등을 다 볼 수 있는 풍경 제일 제주의 전망대 같은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 아부오름에 올랐다. 제주의 사계 2022.11.05
가을길 가을길은 쓸쓸한 길 가을 길에서 고독함을 안다면 인생도 가을길 인생의 가을이 나쁜 것만은 아니야 잎들을 다 떨궈내고 숙면을 취하는 나무들처럼 인생도 그래, 어떤 역할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나만의 여생을 즐길 수 있어 좋아. 고운 낙엽 하나 주워 들여다보면 한 해의 고단했던 삶이 고스란히 다 들어 있지. 사계절을 겪어내면서 다채로웠던 색상으로 꽃 피우고 잎 피우면서 변신을 하다가 마지막을 화려하게 막을 내리는 가을 길은 한 생이 떠나가는 길이고 거름이 되어 모체로 돌아가는 길. 등산 2022.10.26
우리마을 사계(가을) 스스로 통제하고 서로 간에 울타리 치고 긴 질곡의 시간이지만 자연 속에선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가는구나. 모진 태풍 지나고 산 위에 뭉게구름 일어나니 마음이 먼저 길을 나선다. 길섶에 고추잠자리 거센 바람 타지 못하고 주저 않아 떨고 있는데 부러지지 않으려는 나무들 흔들리며 바람소리로 운다. 어느새 가을이 와 있네,하며 무심코 길을 가는데 가을 한송이 떨어져 있고 풋밤 세알 나란히 박힌 채 가난한 마음에 넉넉한 가을을 예고하는데 벌레도 맛보지 못한 알밤을 입에 넣으니 초가을 풋내가 너무 아리다. 우리마을 사계 2022.10.20
가을산의 열매들 꽃이 피지 않고 열매 맺는 일을 보았는가, 사계절을 살아내는 자연의 순리를 난 다 지켜보았다. 작은 새싹이 모체 밖으로 쏙 나와서 그것들이 성장해가고 꽃 피우는 것까지, 한때는 꽃으로도 아름다웠지만, 잎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지. 꽃자리가 다 열매로 맺어지는 건 아니었어. 좋은 조건의 환경에서 자라야만 열매 맺는 건 어쩌면 우리의 삶과도 똑같은 결과였어. 이제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어딘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한 유혹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바람에게 부탁하고 새에게 부탁해서 땅으로 내려앉기를 기다리며 조용히 임종의 때를 기다리는 모습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오직 자연뿐이다 모든 삶이 마지막까지 저토록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이제 곧 모든 나무들이 몸에 붙어 있던 걸 다 떨구면 이름표를 떼는 거다. 그리.. 등산 2022.10.18
성남누비길 목표가 있는 삶을 이어가기 위한 도전의식으로 또다시 성남 누비길 위에 섰다. 돌아보니 참 많이도 걸었다. 완주라는 목표 없이도 언제나 길을 걸었지만 이왕이면 목표를 세우면 어떤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고 아직은 도전적인 정신을 갖는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 같아서 성남 둘레길을 짧지만 완주라는 목표를 세웠다. 목적이라고 하면 "왜"라는 의문에 접근하는 생각이 들지만 목표는 의문 없이 어떤 지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생각되어서 목적보다는 목표가 더 가벼운 마음가짐이 된다. 목표점이 없으면 가다가 힘들면 돌아서게 되지만 지향하는 것이 있으면 끝을 보게 된다는 경험을 맛봤던 우리들이다. 그동안 완주한 것들을 살펴보니, 제주올레길 두 번 완주, 서울 둘레길, 북한산성 14 성문 완주, 한양도성길 두 번, 사도북(.. 등산 2022.10.14
세모녀의 나들이 올해는 비 때문에 차질을 빚은 일이 두 번이다. 지난 8월 10일, 기록적인 수도권의 물난리가 있던 날 호캉스를 하자며 예약을 했는데 하필이면 그날 큰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예약을 6주 뒤로 미루었다가 드디어 세 모녀가 초가을에 접어들어 서울 곳곳을 돌아보며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성수기에 날자를 미루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8월보다는 가을이 된 날자로 미룬 게 잘된 것 같다. 빛은 따가웠지만 그래도 날씨가 맑고 높푸른 가을 하늘 아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두 번째는 경주, 포항이 물난리를 겪던 날이다. 9월 3,4일 경주여행은 가족 전체가 다 나서는 일인데 태풍이 예보돼 있어서 고민 끝에 결국 취소를 하고 말았다. 그것 역시 전전날 예약 취소를 했으니 환불이 안 되고 미루는 것도 시간이.. living note 2022.10.10
선암사와 송광사(천년불심길) 오래전 어느 가을날 등산하면서 지나갔던 그 길을 잊을 수 없어 다시 찾았던 천년불심 길을 가는데 기어이 다시 찾은 그 길은 그때의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다. 길은 분명 그대로인데 단풍이 곱던 그날과는 너무 달라서 오르면서 계속 그 길이 맞는지 의심을 품었지만 분명 그 길이 맞았다. 그뿐 아니라 기억이란 것이 힘들었던 구간은 잊고 좋았던 것만 편집되어 저장되나 보다. 그렇게 나직하고 평이했던 그 길의 아름다운 기억에 흠집을 내면서 오르다 보니 쉬어가는 큰 굴목재가 700미터가 넘는다는 걸 몰랐다. 아니 잊었다. 가파른 너덜길을 함께 걷던 일행들은 연신 속았다며 웃었지만 속으론 미안하고 잘못 인도한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동서에 품고 있는 조계산은 두 절을 왕래하던 운수납자의 구도의 길과.. 등산 2022.10.02
여수 금오도(비렁길) 길은 세상에 그려진 장기들이다. 일상이 답답할 때 숨을 쉬게 하는 허파 같은 역할을 한다. 숲 속에 있는 길은 사람의 마음작용을 잘 돌게 하여 경화를 풀어주고 삶의 체증에도 숨을 쉬게 하는 장기들의 집합체 같다. 아름다운 많은 길들은 세상 곳곳에 임자도 없고 차별도 없이 누구나 위로받으며 걸을 수 있도록 하얗게 그려져 있다. 자연 속에는 이미 그려진 사계절의 수많은 그림과 곳곳에 써놓은 자연의 글들이 있어 그걸 보이는 데로 내가 옮겨오기만 하면 된다. 나의 글은 그런 것이다. 우리는 다시 남도에서 만났다. 세상의 길을 다 걷고 싶은 여전사들이 모여 여수 바다에 그려놓은 산수화 속에 길이 있다기에 그 그림 속으로 들어가려고 다시 모였다. 남도의 여름은 아직도 꼬리를 거두지 않고 끝자락에 잔뜩 습기를 머금고.. 등산 2022.10.02
법화산에서 큰 산도 아닌데 마치 어느 나라에 여행을 와서 느끼는 것처럼 기을 색채에 푹 빠져본 행복한 하루였다. 법화산 골짜기를 지나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첫눈에 보이는 풍경, 숨을 멎게 하는 이 그림이 펼쳐져 있지 않은가, 맑고 투명한 아침 빛이 초록의 계열 색을 열 가지 색채로 버무린 멋진 풍경화를 걸어두었다. 파스텔톤 그림이다. 등산 2022.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