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중 노루귀 눈과 꽃과 내가 하필이면 오늘 절묘한 만남이 있었던 건 오고 감이란 아무도 막을 수 없음에서 비롯되었어. 눈이 온다고 꽃이 피는 걸 말릴 수 없고 꽃이 피는데 눈을 오지 말라고 막을 수 없듯이 그곳에 꽃이 있는 걸 알고 가는 나를 또한 누가 막을 수 있단말이냐. 너무도 아름답고 청순하고 가련한 만남이었어. 예측 불가능한 것, 법칙이나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신의 행위라고 하는데 눈 속에서 노루귀를 본다는 거 이건 정말 신의 행위였다. 삼월 하순에 그 여린 것이 눈 속에서 그토록 이쁘게 가녀린 몸으로 떨고 있을 줄이야, 철 없이 나왔다가 화들짝 놀랐을 여린 꽃대가 너무 애처로웠다. 무거운 춘설에 짓눌려서도 제 색을 잃지 않고 눈에 띄지도 않게 숨어 있었던 꽃을 발견하는 것도 꽃을 좋아하는 심미안이 없으면 .. 야생화 2022.03.21
노루귀의 권력 노루귀는 이쁜 것이 권력이다. 노루귀 앞에서는 모두가 엎드렸다. 그 이쁘고 앙증맞은 작은 것 앞에서 무엇을 바라며 엎드려서 아부를 하는지 "제발 흔들리지 말아 다오"이렇게 애원하며 여린 권력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공들여 모셔오고 나면 그제야 봄이 온 걸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인간 세는 병들어도 자연의 힘은 삶의 항체가 어떤 방해에도 다 당해내기 때문에 해마다 그 꽃자리에 찾아가면 언 땅 뚫고 쌓인 낙엽 헤치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검은 산천을 아름다움 한 점으로 봄의 시작을 알린다. 흙은 생명의 용광로 같다. 꽃피고 잎 피고 푸르던 온갖 생명을 하나의 흙으로 녹여 한해살이를 끝내는 것 같더니 그 차가운 흙에서 녹여졌던 모든 생명이 다시 솟구치는 걸 보면 신비 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것 같아 봄을.. 야생화 2022.03.16
처음 느낌 봄의 전령사를 처음 만나는 날의 표현은 어떤 말로 표현해도 진부하기만 하다. 난 이렇게 느꼈어, 옥문이 열리고 두 팔 벌려 맞이하는 세상에서 모든 빛이 내 얼굴에 조명되는 환희의 순간. 자유보다 더 감동적인 희망을 끌어안는 순간 행복은 순간이니까. living note 2022.03.14
봄을 그린다 해마다 만나는 봄이지만 해마다 새로워서 새봄인가 보다. 새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긴 터널을 지나는 듯 어둡고 지루했다. 긴긴 터널 끝 소실점의 작은 불빛 하나 같은 봄 내발길은 흙빛 캔버스를 고이 밟으며 살아있는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봄이 그려놓은 꽃을 만지며 자세히 들여다보다 긴긴 추위를 어떻게 지냈느냐고 인사도 나눈다. 꽃들은 연약한 이파리를 살랑이며 그냥 잠들었노라 꽃눈 뜨고 화답한다. 내가 그린 그림, 복수초 난 그림 그리는 사람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공작도 흉내 내고 산수유도 그려보고 재미있다. 무채색 겨울을 물리치고 유채색을 담고 싶었다. 생동감을 싣고 싶었다. 나무에 생명이 넘치는 것을 담아내고 싶었다. 나도 봄이 되고 싶어 봄을 그린다. 꽃들도 흙 밖으로 나와 빛나는 세상을 보고 싶었을 것.. living note 2022.02.21
입춘입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땅에는 눈의 뒤끝이 어설픈데 땅 속에서는 봄의 씨앗이 발아를 하는 절기죠. 우리들 마음도 새로움을 위한 발아가 필요할 때입니다. 동토를 뚫고 올라오는 새싹의 힘처럼 이겨냅시다. living note 2022.02.04
우리마을 사계(겨울) 2022 임인년 설날 자연의 차례상, 조율이시, 좌포우혜, 홍동백서는 없지만 다 있는 듯한 자연이 차린 차례상, 이보다 더 풍성할 수가 없다. 조율이시의 뿌리와 가지가 하얗게 차례상에 올랐으니 임인년 설날 행복한 백설 위에서 시작하는 출발이 뭔가 예감 좋은 서설이다. 2022년 음력 1월 1을 설날 아침에....... 우리마을 사계 2022.02.01
겨울 도봉산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인 대한의 추위를 절정으로 이제 겨울 추위도 잦아들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 절기를 기념이라도 해야 된다는 둣 오랜만에 도봉산을 찾았다. 전 날 대설주의보란 예보에 얼마나 들떴는지 내일은 산으로 가야 되는데 누구와 가지, 하면서 짝을 물색하고 있는데 이심전심인지 늘 함께 산행을 즐기던 나의 트레블메이트가 먼저 도봉산 가자며 당장 올라온다고 해서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그녀가 옆에 있을 때 너무 좋았는데 먼 곳으로 이사를 간 후 동행할 친구가 늘 아쉬웠다. 옆에 친구가 있다고 다 산행을 함께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기대치는 도봉역에 내리면서 반이 뚝 잘라졌지만 음지에는 고스란히 남아 있을 거야, 지난해의 멋진 설경을 추억 속에서 꺼내어 잘라진 기대를 품고 정상을 .. 등산 2022.01.20
기흥호수의 빙상설원 연초의 계획을 세우라는 듯이 끝없는 도화지가 펼쳐져 있었다. 한 해의 시작을 아무도 볼 수 없는 마음의 펜으로 드넓은 백지 위에 서원을 담은 꿈의 씨앗을 뿌리면서 둘레를 걸었다. 꽁꽁 언 호수 위에 덮인 눈이 쉬이 녹지 못해 설원이 되어 있어 보이진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꿈이 빼곡히 적혀 있는 것 같았다. 흠집 하나 없는 호수의 설원은 바라보는 마음까지도 백지가 되어버린 것 같아 지난 시간을 다 지워버리고 새 희망으로 채우고 싶어 졌다. 너무 깨끗했다. 너무 순수했다. 한 해의 대문을 열자마자 밀려든 추위는 중순이 지나도록 이어지고 있다. 겨울이 길지만 설산을 누비며 쫓아다닐 때는 긴 줄도 몰랐다. 이제는 바다를 건너지 않고는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재미로 비틀거리던 산행은 할 수가 없다. 겨울 눈을 그.. living note 2022.01.18
기다리는 마음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눈 내리고 한기 든 하얀 아침에도 기다리는 마음 하나 간직하니 시린 겨울이 두렵지 않네 창으로 밀려든 아침해 넉넉히 채운 내 방 봄볕과 다르지 않아 향기도 만들기 전 봄 인양 착각하여 꽃망울 터졌네 솜털 보송한 노루귀 얼레지 만날 날 기다림은 노루귀 마음도 나와 같으리 living note 2022.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