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는 이쁜 것이 권력이다. 노루귀 앞에서는 모두가 엎드렸다.
그 이쁘고 앙증맞은 작은 것 앞에서 무엇을 바라며 엎드려서 아부를 하는지 "제발 흔들리지 말아 다오"이렇게 애원하며 여린 권력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공들여 모셔오고 나면 그제야 봄이 온 걸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인간 세는 병들어도 자연의 힘은 삶의 항체가 어떤 방해에도 다 당해내기 때문에 해마다 그 꽃자리에 찾아가면 언 땅 뚫고 쌓인 낙엽 헤치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검은 산천을 아름다움 한 점으로 봄의 시작을 알린다.
흙은 생명의 용광로 같다. 꽃피고 잎 피고 푸르던 온갖 생명을 하나의 흙으로 녹여 한해살이를 끝내는 것 같더니 그 차가운 흙에서 녹여졌던 모든 생명이 다시 솟구치는 걸 보면 신비 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것 같아 봄을 찬탄하게 된다.
따스한 빛의 손길이 대지를 어루만지니 산천이 깨어나고 사람도 깨어나서 겨우내 움츠렸던 근육들을 일제히 깨워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내 몸도 씩씩하게 꽃 보러 간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이 시처럼 풀꽃은 거기 있는 줄 알고 봐야 보이고 자세히 살펴야 보인다. 시인도 풀꽃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것 같다. 나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느다란 허리 봄바람에 바로 서지 못하고 배배 꼬고 서 있는 모습이 수줍은 처녀의 연정과 같이 이쁜데 그 모습 앞에서는 모두가 사랑하는 연인이 된다 누가 그 이쁜 자태에 허물어지지 않겠는가.
봄은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세상에서 긴장 크고 화려한 갤러리를 오픈하는 때다. 보이는 모든 것이 여러 장르의 화풍이
다 전시되어 있어 매일 전시장을 누비게 하는 갤러리를 이제 오픈했고 자연의 첫 작품이 노루귀를 올렸다. 겉모습과 아름다움에는 차이가 있지만 봄은 보이는 그대로가 다 작품이다. 부지런히 작품 감상을 하기 위해 바빠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