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 송이에 굴종한 하루였다. 더 좋아하는 쪽이 지는 법이다. 나는 처음으로 만난 하얀색 얼레지를 보고 얼레지한테 지기로 결심하고 세 시간을 기다리며 그 앞에 엎드렸다. 내가 선택한 아름다운 굴종이다. 얼레지는 꽃을 좋아하고 아는 사람한테만 보이는 작고 가녀린 꽃이다. 분홍색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그곳에 관찰력이 좋은 우리의 눈에 발견된 하얀 얼레지 딱 한 포기가 있었다. 처음 봤을 때 입을 꼭 다물고 있어서 너무 아쉬웠는데 한 친구가 기어이 꽃잎이 활짝 열릴 때까지 기다리지고 했다. 지금 못 보면 다시 못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다리기로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것이 점점 꽃잎을 열 때까지 세 시간이 걸렸고 우리는 결국 활짝 열린 하얀색 얼레지를 고이 담을 수 있었다. 보고 싶었던 것을 보게 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