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 또다시 그녀 앞에 엎드렸다.
도도한 그녀, 한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사방에서 모여들어 스스로 굴복하는 인간들에 얼마나 우쭐했을까.
산이라고 다 있는 꽃이 아니다. 이토록 도도하고 이쁜 것들은 아무 데나 살지 않는다. 일급수가 흘러내리는 계곡이 있어야 하고 바람골이 있어야 되고 볕도 잘 찾아들어야 하는 조건을 갖쳐야 터를 잡는다. 터가 마련되면 마음껏 종족을 퍼뜨려 일대 장관을 이루며 그들만의 밭을 이룬다. 지난해에 이어 찾아갔는데 조금 때가 조금 이른 탓에 이제 막 이파리를 하나씩 들어 올리는 자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우연히 본 꽃들이라면 찾아가지 않았겠지만 거기에 지금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아름다움에 끄달려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