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꽃과 내가 하필이면 오늘 절묘한 만남이 있었던 건 오고 감이란 아무도 막을 수 없음에서 비롯되었어. 눈이 온다고 꽃이 피는 걸 말릴 수 없고 꽃이 피는데 눈을 오지 말라고 막을 수 없듯이 그곳에 꽃이 있는 걸 알고 가는 나를 또한 누가 막을 수 있단말이냐. 너무도 아름답고 청순하고 가련한 만남이었어.
예측 불가능한 것, 법칙이나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신의 행위라고 하는데 눈 속에서 노루귀를 본다는 거 이건 정말 신의 행위였다. 삼월 하순에 그 여린 것이 눈 속에서 그토록 이쁘게 가녀린 몸으로 떨고 있을 줄이야, 철 없이 나왔다가 화들짝 놀랐을 여린 꽃대가 너무 애처로웠다. 무거운 춘설에 짓눌려서도 제 색을 잃지 않고 눈에 띄지도 않게 숨어 있었던 꽃을 발견하는 것도 꽃을 좋아하는 심미안이 없으면 밟고 지나쳐도 보이지 않을 일이다.
이런 절묘한 만남은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거야. 이런 조합을 보는 것도 어렵고 그때에 맞혀 내가 거기 있다는 건 인위적으론 만들어낼 수 없는 조합이야. 이 모습을 담고 보고 느끼면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지,
아, 오늘은 늙은 여심이 환호 작약하는 멋진 날이었어. 너무 행복한 날로 기억되는 하루여!
핸드폰을 갤럭시 지 플립으로 바꾸고 작은 꽃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졌다. 흔들림 보정이 좋고 자동으로 HDR이 되니까 폰을 피사체 가까이 대면 아웃포커싱도 어느 정도 되면서 줌으로 찍을수록 더욱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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