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에 기죽어 작게 피는 가을 야생화, 봄꽃은 나무에서 태어나고, 가을꽃은 풀숲에서 태어난다. 봄꽃은 마음을 들뜨게 하고 풀꽃은 마음을 차분하게 조절한다. 봄꽃은 움츠렸던 마음에 날개를 달아주어 꽃 따라 흐르게 하고 가을꽃은 날아다니던 마음을 한 곳으로 불러 모아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봄꽃은 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절로 보이고, 가을 풀꽃은 애써 봐야 꽃인 줄 알게 한다.
용담, 은꿩의 다리, 짚신나물, 이삭여뀌. 고마리, 여뀌, 진범, 구절초, 짚신나물, 개미취, 참취, 투구꽃, 용담, 강활, 물봉선, 등 어여쁜 꽃이지만 꽃자를 빼고 풀이름으로 먼저 불려지는 서러운 꽃이다. 작은 풀꽃들이 스러지면 계절의 마지막 눈꽃이 스러져 누운 꽃무덤에 하얗게 봉분을 만들지. 하얀 봉분 속에는 모든 씨앗이 잠들게 하고, 산천은 모든 생명을 잉태한 채 깊이 잠들어 아름다운 춘몽을 꾼다.
물매화, 천황산에서
산자고
금강초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