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무르익으면 민들레 홀씨 여행을 하고 애기똥풀 꽃대에 노란 물이 차오른 꽃을 피우지. 봄이 무르익으면 송화가루 노란 바람 일으키고 벌레들 외줄 잡고 그네를 탄다.
봄이 무르익어 풋열매 맺히고 성급한 벌레들 바삐 집을 짓는 것, 이 모두가 짧은 한 생애를 살아내야 하는 그들의 분주한 삶의 방식이다.
봄이 무르익고 무르익어 짓무르도록 살아도 내 생애의 꽃은 낙화하지 못해 집착의 가지 끝에 힘겹게 버티고 있지만 사는 동안 그 어떤 꽃이기를 희망한다.
길섶에 피어 있는 아주 작은 풀꽃 바삐 걸으면 보이지 않는다. 여럿이 걸어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보기 위해 살펴야 보이는 이 작은 꽃에 이름을 붙여준 이는 누구였을까! 가벼운 미풍에도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린 생명, 봄이 무르익을 때, 작은 것에 무심하지 않을 때만 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