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천마산 야생화

반야화 2021. 4. 6. 22:50

꽃길 따라 들어가서 꽃밭에서 놀다가 물길 따라 나왔다.

호킹 박사님께서는 불구의 몸으로도 우주를 다 내다보시면서 "우주의 이 장대한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는 이 한 번의 삶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하셨는데 이 장대한 지구에 꽃으로 수를 놓은 이 섬세함을 선생의 찬양에 덧붙이고 싶다. 꽃밭에서 온 마음을 다 쏟아 들여다보고 있는 순간만큼은 동적인 시간에서 정적인 시간으로 전환해도 좋을 만큼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언젠가는 내 인생 정적으로 살아도 그 고요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아 내적인 행복을 만들어도 좋을 날이 오겠지만 아직은 마음이 몸을 따르지 않고 더 치치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땅에서 올라오는 야생화는 끝물이지 싶다. 한차레 땅 꽃이 지고 나면 나무에서 피어나는 야생화가 또 한 번 내 마음을 뺏어가지 싶어 기다리는 자세로 잠시 쉬어가야겠다. 천마산 정상을 등산만 했지 소문만 듣고 정상에서 야생화를 찾았지만 꽃을 볼 수가 없었는데 계곡 따라 들어가니 맑은 계곡이 물을 가득 담아 흐르면서 양쪽으로 야생화를 키우고 있어 시간이 정지된 듯했다. 꽃도 좋고 잎은 더욱 푸르르고 물은 끓임 없이 따라 흐르는 길을 하루 종일 걸었다. 코스 마지막에는 흐르는 옥수를 가득 받아서 호수를 만들고 있는 오남저수지는 물빛이 산색을 담았는지 푸르기가 비취색 같았다.

시간이 남아도는 나이에 잘 못 쓰면 룸펜 같지만 어여쁘게 시간 귀족이란 말로 바꾸면 그야말로 억만장자 부럽지 않은 부자가 된 기분이다. 시간을 마음대로 향유할 수 있는 시간 귀족이 되려고 살아왔던가, 꽃을 보는 마음으로 만사를 보면 미움도 시기도 다 사라지고 세상은 평화로 넘칠 것 같다.

친정엄마가 2대 독자 오빠를 위해서 삼신할머니께 손이 닳도록 빌고 비는 걸 듣고 자랐고 나 역시 그 기도 말을 이어받아 아직도 세상을 향해 빈다. 어디서든, 누구든 우리 자식들 꽃을 보듯이 보게 해 달라고.

산자고

남산제비꽃

얼레지

족두리풀

큰굉이밥
피나물꽃

피나물꽃
개별꽃
금붓꽃

산굉이눈

남양주 오남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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