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와 아침 산책길에.......
늦여름이면 길가 어디서나 피어있는 달개비,
닭의장풀이라고 하지만 달개비가 더 정겹다.
잡초더미에 피어 있지만 난 이 꽃에 무척 마음이
끌린다. 자세히 보면 하트 반쪽 같은 씨방 위에
어떤 것은 이층 구조로 피어서 아침해에 반짝이는데
두 개의 꽃잎 사이로 짧고 긴 수술을 살짝 들어 올린
모습이 너무 앙증 맞고 이쁘다.
한창 풀베기 철이어서 곧 예초기에 베어 버려질 것
같아서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병에 꽂아놓고 들여다
보니 더 이쁜 것들이다. 그런데 너무 여려서 함부로
손을 델 수가 없을 정도로 멍이 들어버린다.
풀꽃도 꽃이다라는 말을 음미하는 순간이 반짝반짝
너무 예쁘다. 색깔은 또 왜 이렇게 이쁜지 깊은 바다색
같기도 하고 높은 하늘색 같기도 한 색상이 너무 청초해서
더욱 마음이 끌린다. 장미만큼이나, 백합만큼이나 너는
내게 너무 아름다운 꽃이다.
저녁때, 다시 보니 꽃이 완전히 사그라들어서 파아란 점 같이 되어 있다.
죽었구나 생각하고 아침까지 기다렸더니 꽃은 몇 개만 남았고 하룻밤 사이에 씨방에서
올챙이 같은 작은 씨앗이 머리를 쳐들고 올라오기도 하고 어떤 것은 씨방 속에서 태어나기 전
온몸을 오그리고 있는 어떤 생명체 같이 소복이 모여 있다. 씨방에는 씨앗이 한 개가 아니라 두세 개가 들어 있다.
처음으로 관찰해 본 달개비가 너무 재미있고 이쁘다.
더 두고 봐야겠다. 씨앗의 색이 변하는지 언제 떨어지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