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보미양, 노루귀

반야화 2023. 3. 17. 23:32

어디에 가면 만나는지 알고 가는 길은 설레임이다.

그때 그 자리에는 어김없이 봄이 갓 낳은 아가 같은 노루귀가 하늘거리고 있었다.  너무도 여리고 작은 앙증맞은 꽃대 앞에서 오늘도 나는 굴복한다.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 무릎 꿇는 건 못난 짓이지만 무수한 목숨을 끌어안고 혹한에 맞서며 그 많은 목숨 지켜낸 대지와 여린 목숨 앞에 한없이 몸을 낮추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굴복할 줄  아는 것은 대지에 기대어 사는 나 또한 같은 생명으로써 감사를 표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대지의 모성이 온기를 느끼자마자 땅 위로 가장 먼저 밀어 올린 여린 목숨이  노루귀다. 노루귀를 만나야 비로소 봄이 왔음을  인식하게 되고 새봄을 맞이하는 어떤 의식  같은 것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 이즘에는 연중행사처럼 노루귀를 찾아 나선다.

해마다 그 자리에 찾아갔을 때 살아있는 것도 감동인데 꽃까지 피워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굳이  장소를 말하지 않는 것이 꽃을 사랑하는 마음인 줄 알기에 고이 담아 오기만 한다.

이제 시작된 꽃놀이에 빠져 다른 건  더러 잊어도 좋으리.

무릎을 꿇지 않으면 담아오는 걸 허락하지 않지만 그래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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