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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겨울 숲에서.....

2021년, 아슬아슬하게 한해를 거의 다 지나왔다. 새 달력의 365일을 받아 들고 숫자 하나하나를 살얼음 딛듯이 징검징검 건너는데 날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반질반질한 징검다리 돌이 되어 위태롭고 혹시라도 잘 못 디뎌 전염의 바다에 빠져버릴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어느덧 종착지에 도달했다. 그러다 보니 돌 하나하나에 간절함을 실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무사히 건너옴에 무척 감사하며 새로운 날들을 받아 쥐었을 때는 거친 돌을 쉽게 건너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주길 두 손 모으면서 시작하는 시점에 와 있다. 새날들은 어느덧 내 앞에 서서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며 조심하라고 일러주는 듯한데 징검다리 입구에 서성이며 선뜻 들어서기 겁이 날 정도로 낯선 숫자가 무섭다. 사계절 중에 가장 오래 기다려야 하는 계절은 봄이다..

등산 2021.12.28

강아지(루비)를 위한 가족여행

우리집 강아지 루비를 위한 가족여행으로 비발디파크(소노펠레체)에 다녀왔다. 영하 14도,맑고 깨끗한 아침에 출발했는데 저녁때 함박눈, 밤에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뜬 산중에는 첫눈을 더욱더 희게 보이는 삼색의 하루를 보냈다. 홍천으로 가는 도중에는 산천의 초목과 바탕색이 한 가지 흙빛으로 생명을 묻어둔 거대한 더미 같더니 집으로 돌아올 때는 완전 다른 하얀색으로 덮어버린 눈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첫눈인데 여러 날 연거퍼 온 눈처럼 쌓여서 단단하다. 첫눈이 오는 날과 첫눈을 맞는 날은 눈 때문에 생기게 될 이면의 일들은 생각하지 못한다. 꼭 온다던 사람이 오는 날처럼 기쁘기만 한 날이다. 하얀 눈에 저마다의 추억을 꺼내고 추억을 만들고 하느라 교통 여권의 어려움은 생각조차 못하고 즐기는 순수의 시..

루비앨범 2021.12.18

동천에서 대장동까지...

늦가을 탄천에서 동막천까지.... 새빨갛게 물들어 활활 타오르던 시간의 조각들이 후드득 떨어지고 땅에는 그것들의 죽음이 돌아가는 길에 잠시 곱게 머무르는데 그걸 두고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 쓸려나 자루 속에 꽁꽁 묶여 있다. 이제 무엇이 되려나. 어느 아궁이에 불쏘시개 가 되거나 다른 목숨의 거름이 되리라. 그렇게 시간이란 것이 형체도 없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지나간 시간의 자취는 무언가에 다 남아 있게 된다. 허허로운 빈 가지도 다 시간이 흘러간 검은 자취다. 꽃 피웠고 열매 맺었고 한 뼘 더 키우기 위한 잠자는 시간까지 거기 다 들어있다. 해마다 한 해가 끝나가는 이즘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늦가을 날씨가 좋아 혼자 탄천을 걸었다. 날씨가 좋은 날은 밖으로 나가야 된다. 매일 주어지는 당연한 것이 아..

living note 2021.12.01

팔달산에서 광교저수지까지......

가을 한 철은 집 밖에만 나가면 내 모습이 풍경화 속에 들어 있는 인물이 된다. 어느 한 곳이 아닌 마을마다, 들판마다, 산천마다 저마다의 풍경화를 그려놓고 마치 심사를 받기 위한 행사를 열어둔 것 같다. 아무 곳을 다녀도 산, 들, 마을의 점수를 매길 수가 없다. 그래서 두루뭉술하게 "다 좋아, 그런데 전시 기간이 너무 짧아" "더 길게 전시하는 쪽에 점수를 많이 줄 거야"라고 말하고 말았다. 새봄 어린 새싹에서부터 낙엽이 질 때까지 난 그들의 한 해 살이를 지켜보며 산천을 헤매고 다녔다. 모체에서 아기 눈이 쏙 나오고, 눈을 뜨고, 꽃 피우고, 꽃지고, 무성한 숲이 되고, 단풍 들고 낙엽질 때까지, 이제 낙엽 지면 나무들의 한 해 살이는 끝이 나는 셈이다. 겨울에는 숙면을 취하면서 이듬해 봄을 위한 ..

등산 2021.11.10

도봉산

가을 풍경화 전람회는 너무 짧아. 오랜만에 도봉산에 갔더니 이미 무대는 막이 내려졌다. 겨우 2주 정도 관람할 수 있는 전람회가 짧아서 분주히 쫓아다녀도 도봉산까지 가는 데는 늦은 감이 있었나 보다. 날씨조차 뿌옇게 먼지가 많아서 원경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올해는 그나마 다른 해보다 맑은 날씨가 많아서 재미있게 쏘다녔는데 하필 산다운 산을 찾았는데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요즘은 주로 야산을 많이 걷는다. 야산이지만 나가면 하루 약 5시간은 걷는데 그것이 체력 유지에는 도움이 되는 것인지 어제는 도봉산의 난코스에 속하는 다락능선으로 올랐는데 마지막 구간은 와이계곡급이어서 힘들게 올랐다. 그렇다고 우회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피해 갈 수 없는 길이어서 수직벽을 로프를 잡아당기면서 올랐다. 거의 마지막 정..

카테고리 없음 2021.11.05

서울대공원 둘레길

가을 한 상 가을 한 상 진수성찬 받아 드니 낭만 한 접시 센티멘탈 한 접시 서러움 한 접시 이별 한 접시 어느 시인님이 남기신 말, 가야 할 때를 분명히 알고 떠나는 이 떠날 때가 언제인지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라고 하셨지 나무야말로 떠날 때를 분명 알고 떠나는 길에 이토록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겨둔 눈물 나는 가을 아! 나 또한 이러하기를.....

living note 2021.11.03

안동여행

2021.10.26~27 길안, 영주 소수서원 선비촌, 무섬마을, 부석사 가을 창밖은 큰 창으로 봐도 쪽창으로 봐도 그림이다. 꽃보다 더 붉은 단풍이 진다. 붉은 선혈 같은 이파리를 떨구며 가을이 깊어지면 친정 생각이 절로 나서 붉은 물결 따라 깊이 들어가면 엄마 없는 친정에 닿는다. 고향땅에는 엄마만큼이나 포근한 오빠 내외가 있지만 어느새 그 오빠도 엄마만큼이나 살아낸 인생을 무겁게 지고도 농사를 짓고 있어 늘 늦가을이 되면 애가 쓰인다. 말로는 일을 도우러 간다고 하지만 정작 마음은 딴 곳에 있는 걸 숨기고 먼 거리를 달려 안동으로 갔다. 가을 해는 짧아서 과수원으로 바로 가도 오전은 훌쩍 꺾어지고 겨우 몇 시간을 사과 따는 걸 재미로 생각하며 따 담다가 재미가 노동이 될 만큼 시간이 지나면 해는 지..

living note 2021.10.28

속리산 가족등산(큰딸 부부)

가을을 가장 먼저 만나러 가는 속리산 가는 길이다. 더디다고 투정 부리고 싶지 않은 계절이 가을인데 그래도 가을의 색체만큼은 기다려진다. 올해는 단풍이 늦은 감이 있어서 속리산에도 아직 만산홍엽이 되려면 일주일은 더 있어봐야 될 것 같았다. 세 번째 속리산을 가지만 법주사에서 오르기는 처음이다. 갈 때마다 법주사와 정이품송이 보고 싶었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쳐가는 절이나 문화제 같은 것은 보려 하지 않아서 늘 불만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큰딸 내외하고 승용차로 가족 등산으로 가니까 법주사 들머리에 있는 정이품송을 만나고 하산 길에 법주사 경내를 둘러보는 시간이 되어서 너무 좋았다. 정이품송 앞에 섰는데 순간 큰 어른을 찾아뵙지 못해 죄송한, 그런 마음이 밀려왔다. 600여 년을 간직하면서 한쪽 팔..

등산 2021.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