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동천에서 대장동까지...

반야화 2021. 12. 1. 14:24

늦가을 탄천에서 동막천까지....
새빨갛게 물들어 활활 타오르던 시간의 조각들이 후드득 떨어지고 땅에는 그것들의 죽음이 돌아가는 길에 잠시 곱게 머무르는데 그걸 두고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 쓸려나 자루 속에 꽁꽁 묶여 있다. 이제 무엇이 되려나. 어느 아궁이에 불쏘시개 가 되거나 다른 목숨의 거름이 되리라. 그렇게 시간이란 것이 형체도 없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지나간 시간의 자취는 무언가에 다 남아 있게 된다. 허허로운 빈 가지도 다 시간이 흘러간 검은 자취다. 꽃 피웠고 열매 맺었고 한 뼘 더 키우기 위한 잠자는 시간까지 거기 다 들어있다. 해마다 한 해가 끝나가는 이즘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늦가을 날씨가 좋아 혼자 탄천을 걸었다. 날씨가 좋은 날은 밖으로 나가야 된다. 매일 주어지는 당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기회 같은 거란 생각이 들어 그 시간에 집중하려면 조용히 걸으면서 시간이 버리고 간 것들을 들여다 보고 또한 시간이 가져다줄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것이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나만의 정리를 하는 것이다.

물은 흐르는 것 같지만 도는 것이다. 흐르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말라 없어지겠지만 도는 것이기 때문에 강이란 이름을 얻은 이래 마른 적 없이 수백 년을 흐르는 것이다. 작은 개울 하나가 강이 되고 바다가 되고 증발해서 다시 개울이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순환 속에 살아가면서 사람만이 그 이치를 알고 사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무심히 따라 흐를 수만 있겠는가. 가져다준 것에 감사하고 잊게 하고 버리게 하는 것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된다.

강변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일어난다. 만물의 생로병사를 관장하는 시간이야말로 신이고 스승이더라. 내 의지대로 할 수 없게 하는가 하면 힘이나 권력으로도 거역할 수 없는 것은 오직 시간뿐이며 생명은 시간의 노예로 살다 가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잘 흘러가자. 때로는 어둠 속으로 데리고 가기도 하지만 이내 밝음으로 나오기도 하는 걸 느끼며 살다 보니 거부함이 없었다. 물리적인 시간을 마음의 시간으로 빠르게도, 느리게도 할 수는 있다. 목표가 있으면 시간이 더디기도 하겠지만 잠시 목표를 늦추면 마음속 시간은 그만큼 느려지기도 한다. 목표를 다 이룬 나에게 있어서 시간은 마음으로 통제하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 당기는 것보다는 느슨하게.....

용인 쪽에서 남북으로 흐르는 탄천 구미교에서 서쪽으로 올라가면 탄천 지류인 동막천이 합류하는데 어떻게 이어지는지 너무 궁금해서 걸어봤다. 동막천이 분당구에선 탄천과 같이 아름답게 잘 관리되고 있다. 분당구에서 걷다 보면 성남과의 경계를 지나 고기리가 나오고 더 올라가면 동막천의 흐름을 거두어 저수지 하나를 만들고 저수지 위로 하천부지는 습지처럼 되어 흐름은 복류인지 보이지 않다가 그 유명한 대장동을 만들고 있다. 더 이어지지만 대장동 구경을 끝으로 중단했다. 말 많은 대장동은 일부 입주를 했고 입주를 앞두고 있는 곳도 있어 보이는데 공사는 진행 중이었다.

무성한 소문에 비해 동네가 너무 좋았고 아파트 세대수보다 공원 면적이 더 넓은 것 같아 무척 쾌적하고 조용한 아름다운 동네로 보였다. 마을 중앙에 인공하천 같은 것을 공원 안에 만들고 물이 낙생저수지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으로 보였다. 아직은 공사 중이라 물이 없지만 수변공원이 잘 조성되어서 살고 싶은 동네로 느껴졌다. 아마도 인공하천 같아 보이지만 그것이 동막천의 흐름을 이어가지 싶다.

동막천 중간지점에 있는 낙생저수지,물이 맑고 깊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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