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안동여행

반야화 2021. 10. 28. 21:48

2021.10.26~27 길안, 영주 소수서원 선비촌, 무섬마을, 부석사
가을 창밖은 큰 창으로 봐도 쪽창으로 봐도 그림이다. 꽃보다 더 붉은 단풍이 진다. 붉은 선혈 같은 이파리를 떨구며 가을이 깊어지면 친정 생각이 절로 나서 붉은 물결 따라 깊이 들어가면 엄마 없는 친정에 닿는다. 고향땅에는 엄마만큼이나 포근한 오빠 내외가 있지만 어느새 그 오빠도 엄마만큼이나 살아낸 인생을 무겁게 지고도 농사를 짓고 있어 늘 늦가을이 되면 애가 쓰인다.

말로는 일을 도우러 간다고 하지만 정작 마음은 딴 곳에 있는 걸 숨기고 먼 거리를 달려 안동으로 갔다. 가을 해는 짧아서 과수원으로 바로 가도 오전은 훌쩍 꺾어지고 겨우 몇 시간을 사과 따는 걸 재미로 생각하며 따 담다가 재미가 노동이 될 만큼 시간이 지나면 해는 지고 빨간 보석 같은 사과는 바구니에서 찬이슬을 맺게 두고 숙소로 향했다. 안동 시내 언덕에 있는 숙소를 정하고 구시장에서 안동 별미인 닭볶음탕을 먹고 들어가니 언덕 위의 집은 이쁘게 밤 풍경을 보여주었다.

이튿날 딸 내외와 영주투어를 시작하면서 먼저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를 건너보고 작은 마을의 고택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소수서원으로 가서 지난번에 다 보지 못한 서원을 탐방하고 함께 볼 수 있도록 붙어 있는 선비촌도 보고 선비들의 식단으로 점심을 먹은 후 조금 이동해서 영주 부석사 가을 풍경 속으로 들어갔다. 너무 유명한 건 찾아가지 않아도 본 것처럼 너무 익숙해져서 오히려 늦게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부석사를 찾아가는 건 처음이었다. 구름 같은 소백산을 뒤에 세우고 있는 부석사는 붉게 물들었고 경내는 고요 속에 묻혔고먼 하늘에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나는 그렇게 가만히 안양루에 기대어  선 채로 내 얼굴에도 붉은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한없이 아름다운 송강사에 비하면 보통의 중후한 고찰이지만 안양루 앞에 서면 아름다움보다는 지켜낸 세월의 무게감에 절로 손 모아 고개 속이게 된다. 한 층 더 위에는 그 유명한 무량수전이 산하의 속세를 굽어보는 자리에 안양루와 쌍벽을 이루며 더 깊은 세월 속으로 끌어들인다. 하찮은 내가 몇 생을 지나 이곳에 섰는가, 다시 몇 생을 거듭해도 그 자리에서 중생구제를 해주시고 이 땅에 미륵부처님의 하강을 기원하며 타락한 사바를 극락정토로 만들어 주시기를 함께 기원하고 돌아서 나왔다.

보석 같은 열매 속에는 한 해의 노고가 고스란히 들어 앉아 단맛으로 녹아 있다.

과수원의 일몰은 하루의 수고를 함께 거두어 주었다.
선비촌에서 점심
무섬마을에 있는 해우당 고택,현판은 흥선 대원군의 친필

육지 속의 섬이 된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다리가 왜 하필 좁은 외나무다리였는지 밑에 물이라도 가득 차 흐르면 도저히 중심을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그러나 특별한 모양 하나가 사람을 불러모을 줄이야 어떻게 알았으리.

소수서원 백운교
죽계천,물 좋고 정자 좋은 명당에는 어김 없이 서원이 있다.
소수서원 솔밭

소수서원 경렴정,이 좋은 곳에서 시를 지으면 시에도 절로 흐름이 원할했으리라 생각 되는 운치가 멋진 정자다.소수서원은 보물 제 1402호이며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 소수
500살 먹은 은행나무, 신목의 허리를 곧게 펴게 하려고 그랬는지 길게 늘어졌던 가지들을 다 쳐내어서 보기에는 좋지 않지만 건강하게 더 오래 있어주기를 ......
소수서원 취한대
경자바위,죽계천 계곡 큰 바위에 붉은 글씨로 경자가 남아 있고 위쪽에는 취한대가 있다.경자는 주세봉이 쓰고 이황이 쓴 백운동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붉은색의 경자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다고 하는데 그 중 정축지변 때 세조에 의해 순흥부 주민이 수장 된 원혼을 달래기 위함이란 설이 전해지기도 한다.경자는 경천애인의 첫 글자로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뜻.
결렴정
돌아 나오면 멀리에 소백산 원경이 희미하게 보인다.
부석사 일주문
부석사 당간지주

봉황산 부석사.
배흘림 기둥 
부석사란 명칭이 유래된 부석.큰 바위가 떠 있는것처럼 보이는 바위다. 의상대사가 이곳에 화엄의 도리를 펴기 위해 절을 지으려할 때 이교도들이 방해를 했는데 이 때 의상대사를 연모한 선묘신룡이 나타나 이 바위를 들어올린 기적을 보였다는 바위.
안양루,무량수전 앞에서 전각을 호위하려는 듯한 이 아름다운 전각에서 경론을 공부했을 루는 아직도 독경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무량수전 아미타 부처님 보다 먼저 사바세계를 내려다보고 마치 부처님께 보고를 하려는 위치에 있으며 나르는 듯한 이 전각 옆에서 보는 풍경 또한 너무 멋지다.
안양루 옆에서......
무량수전,화엄사찰인 무량수전은 다른 사찰 대웅전에 해당하는 무량수전 안에는 소조여래상이 모셔져 있다.이는 나무로 골격을 만들고 진흙을 붙이면서 만들고 불상에 도금을 한 것이며 본존불은 아미타 부처님으로 국보 제 45호로 지정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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