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강아지 루비를 위한 가족여행으로 비발디파크(소노펠레체)에 다녀왔다.
영하 14도,맑고 깨끗한 아침에 출발했는데 저녁때 함박눈, 밤에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뜬 산중에는 첫눈을 더욱더 희게 보이는 삼색의 하루를 보냈다. 홍천으로 가는 도중에는 산천의 초목과 바탕색이 한 가지 흙빛으로 생명을 묻어둔 거대한 더미 같더니 집으로 돌아올 때는 완전 다른 하얀색으로 덮어버린 눈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첫눈인데 여러 날 연거퍼 온 눈처럼 쌓여서 단단하다. 첫눈이 오는 날과 첫눈을 맞는 날은 눈 때문에 생기게 될 이면의 일들은 생각하지 못한다. 꼭 온다던 사람이 오는 날처럼 기쁘기만 한 날이다. 하얀 눈에 저마다의 추억을 꺼내고 추억을 만들고 하느라 교통 여권의 어려움은 생각조차 못하고 즐기는 순수의 시간에 빠진다.
낮에는 슬로프에 인공눈을 뿌려서 마치 장발 단속에 걸려 밀어버렸던 머리통 같더니 하늘이 덮어준 스키장은 산 전체가 하얗게 덮혀 스키장 본연의 모습으로 보였다. 스키 슬로프가 정면으로 보이는 숙소에서 보이는 스키장 불빛이 불야성인 가운데 밤하늘엔 보름달이 구름과 친구 하며 설운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 하얀 밤이 너무 좋았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을 벗어나 순수한 빛들의 향연 같은 밤을 보내고 있는데 보름달이 빛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얀 눈이 달빛을 반사시켜 하늘로 되돌려 보내고 오직 눈빛만 희디한 하얀 밤이다.
이튿날 루비와 함께 산책을 즐겼다. 매일 들려오는 아픈 뉴스를 들을 때 온통 아픈사람들만 있는 것 같더니 이곳에 오니 다들 건강하고 여유로운 행복한 사람들 같았다. 아직 강아지와 함께 숙박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보니 이곳에 많이 모였는지 이쁜 강아지들이 눈치 보지 않고 목줄 없이 마음껏 펫 그라운드에 뒤어노는 모습을 보니 자유가 넘치고 바라보는 나도 활기를 느꼈다. 가끔은 강아지한테도 마음껏 자유를 주고 싶다. 루비를 팔 년간 한식구로 살고 있는데 함께 여행하는 건 처음이다. 기회는 많았지만 루비가 차 타는 걸 싫어해서 가족 중 누군가는 루비 때문에 집에 있어야 했는데 요즘은 차 타는 걸 즐기진 않지만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루비를 데리고 함께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어서 뜻깊은 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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