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도 그 산에 있었다. 날이 맑으면 마음이 맑고 마음이 맑으면 지나온 자취가 거울처럼 마음속에서 다 비친다. 오늘 같이 좋은 날엔 깊숙이 잠재된 의식의 심중 깊은 곳까지 다 들쳐지는 맑디맑은 마음이다. 면경 같이 맑은 오늘 위로 펼쳐지는 풍경들은 발걸음을 춤사위로 만들어 가락까지 흐르게 한다. 지평선이 없는 우리나라, 곧은 지평선은 숨을 곳 하나 없어 보이지만 굴곡진 삶을 다 감추어 줄 것만 같은 내 나라 지형은 잘 못 된 건 감추어 주고 불룩 솟아 막아주며 키다리 아저씨의 선행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산은 산 자와 죽은 자를 차별 없이 감싸주는 넓은 품이 있어 오늘처럼 무덤 앞 따스한 볕에서 점심을 먹어도 우리의 조상님을 뵙는 것 같은 편안함이 있어 웃고 즐기는 장소도 되어준다. 그렇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