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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오산 독산성

멋진 가을 풍경이 되던 날, 일 년 전만 해도 자고 나면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했는데 요즘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코로나 확진자의 숫자를 보는 것이다. 그렇게 점점 습관처럼 일상이 되어버린 전염병 한가운데서도 때때로 심신의 활력소를 찾아드는 것도 어쩌면 자기 관리에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가까운 곳에 자연 속으로 푹 잠겨보는 것이다. 문리적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의 거리는 더욱 좁혀야 하는 시기에 친구들과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독산성에 다녀왔다. 내 주변에 있는 명소들도 몰라서 가지 못했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갈 수 있는 숨은 명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요즘 먼 곳을 접어두니 보이기 시작한다. 서울의 가을은 약 50일 정도가 된다고 한다. 올해는 워낙 비 오는 날들이 많아서 가을을 맛볼..

living note 2020.09.27

순수의 절정

예토 [穢土]란 부정한 것이 가득 찬 인간세상이란 뜻이다. 이 예토에서 때 묻지 않으려고 혼자가 되어 보니 정신적 빈곤을 느낀다. 쓸쓸해지기 쉬운 빈곤한 마음 한 구석을 채워주는 연하디 연한 이쁜 꽃이 가장 작으면서 가장 큰 공간으로 마음속에 들어차는 아침, 너무 여려서 가여운 어린 생명의 꽃에서 가난한 마음을 채운다. 이제는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고 혼자서도 잘 놀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혼돈의 세상이 관계라는 이어짐을, 단절이라는 시간으로 세상을 정화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이다. 꽃을 가꾸고, 책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을 즐기는 일상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지를 깨달아 가는 것도 지혜리라. 코로나 이전에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허송의 시간이 줄 알았다. 그 하찮아하던 것들에서 큰 가치를 느..

나의 꽃밭 2020.09.23

필사의 꽃

누렇게 말라버린 잎을 떨구며 몸부림치던 꽃 한 그루가 살기 위한 필사의 꽃을 피웠다 꽃무리에서 퇴출당한 덴드롱이 여러날 물 한 모금 얻이먹지 못한 채 버려진 걸 알았나 햇빛이 찾아와 빛을 나눠주고,바람도 찾아와 어루만저 주더니 어느날 빨간 입술 내밀고 살아있다고 애원을 한다. 그 간절함에 물을 주었더니 한 잎도 없던 가지에서 무성한 잎을 달고 당당히 꽃무리 속으로 들어온 날 어울려 살던 꽃친구들도 다 좋아라고 윤기를 흘리는구나. 애썼다.미안하다.고맙다. 바로 뽑지 않은것은 네게서 희망을 봤기 때문이야.

나의 꽃밭 2020.08.27

의왕 왕송호수공원

처음 가고 있는 길은 얼마나 먼지 끝까지 가봐야 알듯이 우리는 지금 악조건 속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며 그 길이 어디서 끝날지 알지 못한 가운데 가고 있지만 그 길에도 계절은 바뀌고 꽃이 핀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불행 속에 숨어 있는 행복 찾아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힘든 여정에 잠시라도 꽃을 만나면 행복을 만들 수 있는 소스가 되어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어제는 제때를 맞아 한창인 연꽃을 보고 오니 오염되었을지도 모를 심신에 꽃물을 들이며 깨끗이 정화된 기분이다. 처음 가고 있는 이 길은 우리 함께 이겨내야 할 코로나의 길이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왕송호수는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만든 인공저수지였다가 개발로 인해 농지가 줄어들고 주택지가 되면서 원래의 목적은 쇠퇴하고 레저와 관광목적이 대세가..

living note 2020.07.29

아침단상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창으로 야산 공원을 봅니다. 산이 시퍼렇게 날 서 있는 아침은 보는 순간부터 빨리 나가고 싶어서 두근거립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오늘 아침은 마치 떠나면 다시는 오지 않을 정인 같아서 오래오래 붙잡아 두고 싶은 날씨입니다. 언제 또 오실지 모르는 정인을 만나기 위해 마중이라도 가듯이 서둘러 그 길어 들어서니 길섶에 늘어선 초목들이 다 나를 위해서 말갛게 샤워를 하고 대기하는 것 같아 난 살아 움직이듯 굽이쳐 길게 누워 있는 길을 동무처럼 함께 걸었습니다. 혼자인 듯, 둘 이인 듯 숲 속 식구들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새에게도 말을 걸고 숲에도 말을 걸어봅니다. 그뿐 아니라 귀에는 훌륭한 음악가가 연주를 해주어 아름다운 선률로 리듬을 타게 합니다. 그렇게 오래 붙잡아 두고 싶었던..

living note 2020.07.16

강원도로 여행

강원도에서 여행의 고픔을 채우고 돌아와 다시 이쁜 흔적들을 들여다보니 행복한 포만감이 한동안 여운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의 때를 놓치면서 참아왔던 반년을 보내고 있는 중에 여행길에 오르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다르지 않은지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이 보였다. 모두가 참는 것에 한계라도 느낀 듯 서로 조심하면서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여행은 분명 삶의 조미료 같은 것이다. 무미건조한 생활에 조미료 같은 여행을 곁들이면 삶의 맛이 좋아지고 윤택해진다. 두 번의 전염병을 경험했지만 세 번째 진행 중인 코로나19는 반년이 넘도록 좀처럼 꺼질 줄 모르는 잔불을 묻어두고 있는 듯 조금만 방심해도 되살아 나니 이제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 모습이다. 서로를 견제하면..

living note 2020.06.15

제주의 대표 풍경들

2020.4.21일, 7박 8일간 올레길과 곶자왈과 무인도를 탐방 바다는 제주를 품고, 제주는 봄을 품고, 봄은 꽃을 품고 우리는 꽃길을 걸었다. 움츠렸던 심신을 활짝 펴고 두 번이나 예약과 취소를 거듭하다가 세 번째 드디어 제주로 향했다.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는 제주의 봄 풍경을 그리며 오랜만에 도착한 제주는 여느 해의 봄과 다를 게 없는데 세상이 전염병 오염으로 정지된 듯했지만 제주의 봄은 그대로였다. 한동안 갇혀 지내던 마음의 문을 겨우 열고 빠져나가는 이번 여행길은 숲이 너무 그리워서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숲 속 공기를 나눠 마시고 싶었다. 봄은 그런 거였어. 엉크런 뿌리를 다 드러내고 죽은 가지를 곧추세운 고목이 곁가지 하나 살려 꽃과 잎을 피워내게 하는 모성, 그 자체였어. 곁가지 하나가 세..

제주의 사계 2020.05.07

15코스

첫 번째 15코스는 A코스를 걸었는데 그때는 거의 농로를 따라 걸었다면 이번 두 번째는 해안로를 걷는 코스여서 다른 충경을 볼 수 있어 더 좋았다. 한림항에서 시작해서 귀덕리 마을을 지나면 애월 곽지해수욕장, 한담해안로를 걷는데 B코스를 걷게 된 건 너무 잘한 일이었다. 바다의 신들, 첫 번째부터 영등 하르방, 영등할머니, 영등 대왕. 영등 나라는 지구의 북쪽 끝 시베리아에 있는데 여기엔 추위와 함께 온갖 바람의 씨를 만드는 영등 하르방이 산다. 제주에 영등이 들려면 영등 하르방이 바람의 씨를 만들어 영등할머니에게 내어 주어야 하는데 영등 하르방은 영등 2월 초하루 남방 국 제주를 찾아가는 영등할머니의 바람 주머니에 오곡의 씨앗과 봄 꽃씨를 담아 주는 신이다. 영등할머니는 음력 2월 1일에 왔다가 영등 ..

제주의 사계 2020.05.02

제주올레길 19,20코스

첫 번째 올레길을 걸을 때는 그 길에 있는 중요지점을 다 사진으로 담으면서 그 길을 수놓듯이 펼쳤다 그러나 이제 두 번째부터는 한 층 여유가 생겨서 길을 걸으면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만 담아내는 것으로 만족하며 즐기는 걸음이 되어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19코스에서는 조천읍에 있는 북촌마을을 다 돌고 서우봉을 넘어 함덕으로 넘어오면 함덕해수욕장의 푸른 바닷길을 걷고 신흥리 바다를 걸으면서 하루의 길이만큼 걷고 하루와 같이 길을 마쳤다. 아래로부터는 20코스를 역으로 걸으면서 세화리, 평대리 마을의 농로길을 다 걷고 나면 한동리에서부터 바닷길을 걷는다. 가장 아름다운 곳은 역시 월정리 바다와 김녕 성세기 바닷길이었다.

제주의 사계 2020.05.02

화순곶자왈

제주지역은 도심을 벗어나면 다 숲이고 숲은 거의 곶자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곶자왈이 많다. 내가 가 본 곶자왈 중에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저지 곶자왈이고 가장 좋은 곳은 이번에 처음 가 본 화순 곶자왈 같다. 안덕면 화순리에 있는 곶자왈인데 숲 속에 산책로가 많고 약간씩 오르내리는 길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숲을 걸을 수 있다. 몇 개의 길을 다 걷다 보면 하루를 숲 속에서 시간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잘 조성되어 있고 봄인데도 숲이 꽉 차 보이는데 한창 꽃 피우고 있는 보리수나무(보리수나무)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오월에 상산 향이 있다면 사월에는 보리수나무 향이 숲을 감싸고 있어 마치 향수 통 속을 걷는 듯했다. 보잘것없는 꽃이 그토록 진한 향기를 지닌 것은 눈에 잘 띄지 않아서 그럴 ..

제주의 사계 2020.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