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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설악산 설경

2020.2.9일, 정월대보름을 하루 지나고 한 귀퉁이가 약간 덜 찬 것 같았던 만월을 설악산 대청봉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채워서 봤다. 겨울이면 당연히 보고 즐겼던 눈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눈이란 것이 기다림과 그리움의 대상으로 되어버렸다. 그러나 찾아가면 그 속에 빠질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위로가 되어 주는 설악산이 있어서 꿈속 같은 설경을 즐기고 왔다. 당연한 것도 없고 변하지 않는 것도 없다는 걸 알면 매사, 매 순간이 다 소중한 줄을 알고 살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은 하루였다. 더구나 전염병인 폐렴이 돌고 있어서 온통 마음이 어수선해서 외출까지 자제하고 있던 차에 설악산 가자는 친구의 한 마디에 얼른 따라나섰다. 거기 가면 만날 수 있었으면, 기다리던 겨울꽃을....... 설악에서 봐야 하는 것들을..

등산 2020.02.11

20년 설악(대청봉에서)

소청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우고 첫새벽 푸른빛이 감도는 6시 반 경에 대청봉으로 오르는데 유명한 대청의 바람이 높은 산봉우리들에 부딪혀 거센 굉음을 내면서 몸을 흔드는 가운데 눈으로 하얀 새벽길을 오른다. 멀리서 보이는 대청 대피소의 불빛이 마치 불이 난 것처럼 보인다. 어둠이 남아 있는 새벽이지만 눈이 하얗고 만월이 빛을 뿌리니 자연조명으로 플래시 없이도 오를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올라야 되고 대피소에서는 약 20분이면 대청봉에 오르는데 대청봉 정상 아래서 어느새 불그레한 동쪽의 여명이 깔리는데 추위와 바람과 맞서면서 정상에 오르니 말로 다 할 수 없는 명장면이 나를 압도했다. 한 번도 만족하지 못했던 정상의 풍경을 빠짐없이 다 보여준다 소청 위에는 만월이 덩그렇게 올라앉았더니 조금 더 오르자 봉우..

카테고리 없음 2020.02.11

모녀여행 (말레시아)

여행 3일째, 아말 라카에서 다시 쿠알라룸푸르로 와서 말레시아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마주 보는 곳인데 멋진 야경을 보기 위해 좋은 위치에 있는 트레이더스 호텔 16층 숙소로 돌아왔다. 체크인을 한 뒤 페트로나스 호텔 밑에 있는 대형 쇼핑몰인 Sura cll에서 점심을 먹는데 와, 이곳은 우리가 본 가장 복잡한 곳이었다. 세계적인 관광객이 다 모인 듯했고 쇼핑몰이며 음식점이 다 몰려 있어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트윈타워 전망대에 올라가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어떤 여행지이든 타워에는 올라가 봐야 도시의 전경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타워는 다 무시했다. 여행 3일째 되는 날, 숙소인 트레이더스 특급호텔 16층에서 창으로 보이는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

해외여행 2020.01.31

모녀여행 (말레시아)

2020.1.25일 설날 아침 우리 모녀는 해외여행을 간다. 출가한 딸이 설날 아침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은쾌히 허락해주시는 어른들께 감사하면서 말레시아행 비행기를 탔다. 그럴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으니 허락을 받아서라도 가려고 했다. 오랜 직장생활 끝에 이직을 하게 되었고 한 열흘간의 공백 기간을 그냥 날려버리지 않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라도 여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어른들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이번 모녀 여행은 둘이서만 한다. 작은딸은 설 차례를 모셔야 하니까 다음 기회에 함께 하기로 했다. 말레시아까지는 비행기로 6시간이 걸린다.아시아지역 치고는 꽤 먼 거리다. 인천에서 아침 열 시에 보딩 해서 우리나라 시간으로 3시 50분에 쿠알라룸프르 공항..

해외여행 2020.01.31

양평물소리길 1코스

물소리길 1코스, 양수역에서 신원역까지, 해가 바뀌고 1월도 초순을 지나고 있다. 일 년이란 묶음을 개봉하고 나니 솔솔 하루하루가 빠져나가는 한 해의 벽두부터 길을 걷는 걸로 시작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올해도 왠지 길 위에서 시작하고 길 위에서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무위도식하는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아직 내 위치만큼은 가정의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에 쓸모없는 건 아니어서 열심히 노는 것으로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고 늘 변명을 한다. 건강은 재물로도 살 수 없기 때문에 잘 노는 것이 노후대책이다. 정체성을 잃은 계절이 혼돈을 겪고 있는 것 같다.예년 같으면 눈길을 걸어야 할 때지만 아직도 늦가을 된서리가 하얗게 피는 것 같은 서리꽃길을 걷는다. 그러다 보니 겨울에..

living note 2020.01.12

2020,신년 파티

2020년 1월 11일, 나,당신,우리가 21세기를 벌써 20년이나 살아냈고, 20년을 써버렸다고 생각하니 나머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이지만 생각하지 않기로 해요. 다만 아직도 청춘의 풋풋함 같은 것이 한가닥 남아 있도록 마음밭을 잘 가꾸어서 행복의 화수분이 되도록 할 것이며, 노력하지 않아도 절로 솟아나는 즐거움이 넘치도록 합시다. 사랑은 바라는 게 많아서 이기적으로 돌아설 수도 있지만 우정은 바라는 것보다는 주려는 게 많아서 언제나 따뜻하고 배려심 깊게 서로에게 끌림이 되는 소중한 사람이 될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충분히 요소요소의 조건이 충족되어 주는 멋진 친구가 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일화를 말하여지면 1856년 출생의 극작가이자 평론가였던 아릴랜드 출신 죠지 버너드쇼의 묘비명..

living note 2020.01.10

눈 없는 태백산

해마다 새해가 되면 태백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태백산 천제단에 오르고 나면 뭔가 한 해의 소망 같은 것을 빌어 보면서 정기를 받고 싶어서다. 그뿐 아니라 태백산에는 눈 없는 겨울이란 이제까지는 없었기 때문에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높은 산이니까 당연히 눈이 올 줄 알아서다. 수북이 쌓은 눈밭에 죽어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주목이 아름다운 운치가 있을 그 태백산에 눈이 없었다. 이렇게 기후가 변해가는 과정을 알게 되는 변화를 겪고 있다. 전 날에 왔던 눈이 녹으면서 길은 다 빙판이 되어 있어 오르내리는 길이 너무 위험한 산행이었다. 그런대로 오르는 중에 운무가 깊이 깔리면서 또 다른 태백의 운치를 만들어 주니 운무 속에 잠겨서 함께 정상으로 올라갔다. 사계절 산을 찾다 보면 온갖 날씨의 심술을 ..

등산 2020.01.07

양양 디모테오 순례길(신년걷기)

코스: 양양 송이벨리-MTB 라이딩 길-오상 영성원-부소 치재-성 클라라 수도원-죽도해변-죽도-휴휴암 이틀 전에 송년 걷기를 하고 이어서 신년 걷기를 하면서 숫자로 치면 일 년의 시차처럼 보이지만 물리적인 면에서 무엇으로 경계를 삼아야 할지, 이럴 땐 마음으로 경계를 지으면서 긴 길이라도 하나 걷고 나면 이것과 저것의 경계 같은 선이 되어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숱한 길 중에서도 신심 가득한 성지를 돌아보는 순례의 길을 걸어서 어느 때보다 특별한 시작이 된 듯하다. 더구나 길 끝에는 청아하고 드넓은 바다를 걸었으니 묵은해의 찌꺼기는 다 씻어낸 듯하고 정화된 마음속에 새로운 설계도를 그려녛으면 된다. 2020년, 한 해의 첫 장을 열고 나면 시간들이 유수 같이 가 아니라 뭉..

living note 2020.01.03

송년걷기(광교산)

수원 6 색길 중 산너울길, 2019.12.31일, 어떤 날의 특별한 의미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거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와 다르지 않지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 그날은 특별해지는 날이 된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송년 걷기란 의미를 부여하고 하루를 마감하니 뭔가 어제와는 다른 날이 된 것 같다. 어제와 오늘의 경계선을 긋듯이 산 하나를 걸었다. 일년 전, 달력 한 장을 받아 들었을 때 커다란 백지에 일 년이란 테두리 안에 석류알처럼 촘촘히 들어찬 숫자들을 선물처럼 받아 들었을 때는 뭔가 많이 남아 있고 가득 채워져 있다는 넉넉함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빼곡히 들어찬 날들을 하루하루 내보내고 나니 보석 같은 알들이 다 빠져버리고 구멍만 숭숭 난 석류껍질만 남아 있는 것 같..

living note 2019.12.31

가을의 잔해(구성)

청춘의 한 시절이 바스러지는 계절, 낙엽이 수북한 산길을 걷는다. 푸르던 한 때를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나무는 무심해 보인다. 그 무심함 마저 밟히고 있지만 나는 왜 무심할 수 없는지, 가을의 잔해들을 주워서 푸르름이 아니면 어떠냐고 비록 온전한 거 하나 없지만 흙이 되기 전에 내 손을 거쳐서 어떤 구성으로 남겨두기라도 한다면 2019년, 새천년이 어느새 20년째를 맞이하는 특별한 가을로 기억돼 않을까. 초록도, 꽃도, 잎도 다 나목 속에 간직되어 있다.봄은 그 기운들을 일깨워 세상에 펼쳐보이는 에매이지 요정이 될 것이므로.

living note 2019.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