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길 1코스, 양수역에서 신원역까지,
해가 바뀌고 1월도 초순을 지나고 있다. 일 년이란 묶음을 개봉하고 나니 솔솔 하루하루가 빠져나가는 한 해의 벽두부터 길을 걷는 걸로 시작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올해도 왠지 길 위에서 시작하고 길 위에서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무위도식하는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아직 내 위치만큼은 가정의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에 쓸모없는 건 아니어서 열심히 노는 것으로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고 늘 변명을 한다. 건강은 재물로도 살 수 없기 때문에 잘 노는 것이 노후대책이다.
정체성을 잃은 계절이 혼돈을 겪고 있는 것 같다.예년 같으면 눈길을 걸어야 할 때지만 아직도 늦가을 된서리가 하얗게 피는 것 같은 서리꽃길을 걷는다. 그러다 보니 겨울에 접어들면 늘 배낭 속에 들어 있어야 했던 아이젠을 필요할 때만 넣어 다니다가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작년에도 아이젠 한 번 착용해보지 않았는데 올해도 그럴 것 같다. 봄을 기다리던 마음이 오히려 겨울다운 겨울을 기다리는 아이러니라니,
물소리길 1코스를 몇 년 전에 걸었던 적이 있다.가장 먼저 테마길로 제주올레를 걷고 다음으로 걸었던 길이 물소리길인데 너무 비교가 되어 실망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제주올레를 완주하고 나서 워낙 다양한 길들을 걷다 보니 좋은 길만 길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옛날에 교통이 열악하던 시절에 주민들이 걸어 다니던 길이 발전 속에서 묻혀 있던 길들이 부활을 한 셈이다 길이란 사람이 걷지 않면 기능을 잃어버리는데 어쩌면 죽었던 길들이 다시 살아나서 새롭게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옛길을 찾아 나선다는 건 발전 속에서 잃었던 정서를 찾아내는 향수를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끊어지고 잊혔던 길을 이어나가는 작은 오솔길들이 신작로보다 정겹고 이쁘다는 걸 알고 나서 찾아다니다 보니 국토의 실핏줄 같은 흐름을 체험하게 되고 그것이 국토를 동맥과 정맥의 흐름을 원활히 해서 건강한 국토를 만들어나가는 역할에 나도, 우리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행보다.
같은 길인데 계절을 달리하니 새로운 맛이 있다.처음엔 초봄에 걸었고 이번엔 한겨울에 걷는데 하얀 서라 꽃길을 밟으니 언 땅 바스러지는 소리가 눈길 뽀드득뽀드득 걷는 것만큼이나 즐겁다. 양수역에서 시작해서 신원역까지 이어지는 13.8킬로의 거리다. 목왕로를 따라 용담마을을 걷는 동안 왼쪽으로 북한강 물줄기가 새어 나와 개천을 만들고 그 물을 이용해서 들판을 먹여 살리는 길을 따라가면서 물소리를 듣는다. 이삼일 비가 오더니 개천이 강줄기만큼 우렁차게 물소리를 내면서 흐르고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도 휴면기를 맞아 이랑과 고랑을 드러내면서 한가롭게 펼쳐져 있다. 들판을 다 지나 구름다리를 지나면 부용산 입구로 접어들어 자드락 길을 걷다가 더 편한 길을 찾아 계곡을 건너뛰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부용산으로 들어가 야트막한 부용산 둘레를 걷다 보면 쉼터의 고개를 넘어 신원역 방향으로 내려선다.
산길을 빠져나오면 몽양 생가와 기념관이 있다. 코스를 도는 도중에 역사적인 인물의 유적을 세 곳이나 만난다.한음선생의 신도비가 있고 정창손 묘소와 몽양 선생의 생가와 기념관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강 쪽을 향해 내려가면 길 양편에 몽양 어록이 새겨진 시비가 늘어서 있고 어록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길은 다시 꼬부라져 강가로 나아갔다. 몽향 어록 길을 따라 나오면 한강이 모습을 드러내는 풍경이 아름다워서 끝난다는 게 너무 아쉬워 우리 일행 몇은 양수역까지 되돌아 더 걷기로 하고 남한강 자전거길로 들어섰다. 자전거길을 걷는 동안 위쪽에는 중앙선 철도가 지나고 아래는 북한강이 흐르는데 한강과 양수대교의 교각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데 길이 끝날 즘에는 그 강물에 뿌려지는 석양빛으로 물들어 가는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풍경을 다 보면서 지나는 길이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경기도 남부 중심에서 경기도 북부 중심까지 참 길게도 지났다.약 세 시간 가까이 차로 이동하는 경로에서 심심찮게 지나가는 곳곳의 풍경을 보는 것으로 길은 이미 시작되었고 오늘 행보의 일부라고 색각 하며 느긋하게 지나갔던 하루였다.
구름다리, 여기서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 전에는 용담마을 들판길을 지난다.
부용산으로 들어가는 자드락길
서리꽃
부용산 쉼터,쉼토고개를 넘어가면 신원 역방향이다.
몽향 생가
남한강 자전거길에서......
부용 1 터널
부용 2 터널
부용 3 터널
용담터널, 이터널을 다 빠져나오면 양수리역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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