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모녀여행 (말레시아)

반야화 2020. 1. 31. 10:59

2020.1.25일

설날 아침 우리 모녀는 해외여행을 간다.

출가한 딸이 설날 아침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은쾌히 허락해주시는 어른들께 감사하면서 말레시아행 비행기를 탔다. 그럴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으니 허락을 받아서라도 가려고 했다. 오랜 직장생활 끝에 이직을 하게 되었고 한 열흘간의 공백 기간을 그냥 날려버리지 않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라도 여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어른들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이번 모녀 여행은 둘이서만 한다. 작은딸은 설 차례를 모셔야 하니까 다음 기회에 함께 하기로 했다.

말레시아까지는 비행기로 6시간이 걸린다.아시아지역 치고는 꽤 먼 거리다. 인천에서 아침 열 시에 보딩 해서 우리나라 시간으로 3시 50분에 쿠알라룸프르 공항에 도착했다. 캄보디아에서 뜨거운 날씨를 경험했기 때문에 그 정도 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기온이 좀 낮은 것 같았고 섭씨 32도라고 방송이 나왔다. 도착하니 시계는 한 시간 늦게 바뀌고 일정이 시작되었다. 먼저 오후 5시 15분에 고속버스를 타고 쿠알라룸프르 숙소를 향해가는데 차창으로 스치며 보는 것으로 여행은 시작되었다. 까맣던 겨울 속에서 빠져나와 짙푸른 열대림을 보는데 그 겨울은 어느새 잊고 바로 늘 그랬던 여름처럼 초록색이 특별하지 않은 채 바로 현실로 받아들여졌다. 약 1시간 걸려서 터미널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시티즌 M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맡겨둔 채 초저녁 밤거리로 나갔다. 저녁 먹을 장소를 찾기 위해서 야시장을 통과하는데 열대의 밤을 즐기기 위한 여행객들이 얼마나 많고 북적이는지 우리는 그냥 구경만 하고 다른 장소에서 깔끔한 음식을 시켜 먹었다.

 

잠깐 둘러본 말레시아 시가지 풍경은 도시미관을 생각지 않은 듯 일정한 거리에 줄지어 배치된 건축물이 아니라 들쑥날쑥한 마천루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나는 것을 보면 발전적인 모습의 전형 같았다. 더운 나라여서 밤문화가 발달했겠지만 마침 춘절을 맞아 중국인이 많이 사는 나라여서 중국으로 착각할 만큼 온통 거리마다 홍등이 달려있어 붉은 물결이 넘쳐났다. 거리마다 축제였고 밤이 깊을수록 인산인해를 이룬 인파 속에서 우리도 한 무리가 되어 움직였다. 그러나 그 속에서 딱히 즐길거리는 없어 우리는 내일을 위해서 숙소로 돌아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공항에서 쿠알라룸프르로 가는 길에 차창으로......

 

시티즌 엠호틸, 실내가 무척 깔끔하면서 꼭 필요한 물건 외에는 없이 쾌적하고 만족스러웠다. 더블침대가 작은 방 한 칸만 했다.

시티즌 m 호텔 복도

야시장 풍경, 더운 나라여서 밤이 되니 불야성을 이루고 밤이 깊을수록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대낮같이 밝아서 야경 같지가 않은 거리다. 홍등이 꽃송이처럼 매달려 있고 온통 붉은 물결의 중국풍이여서 중국 같고 음식점마저 밖으로 들고 나와서 거리를 점령해버렸다. 여기서 음식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2일째 26일, 말레시아의 고도 말라카로 간다.

고속버스를 타고 약 두 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달려가는데 말라카로 가는 인터체인지를 지나 도로를 달리면서 차창 밖을 보는 풍경은 길은 편도 4차선이었다가 5차선인 곳도 있고 3차선으로 줄어드는 곳도 있는데 몇 개의 마을을 지나는 동안 변화가 있었다. 도로변은 열대림이 우거져 있고 야트막한 언덕이 도로를 따라 이어져 있다. 말레시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인 말라카는 어떤 곳일까 궁금해하면서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그날이 휴일 이어서일까, 허름한 상점들은 문을 닫은 것인지 폐업을 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유명세에 비해 전혀 관리가 안 된 듯했다. 터미널이 그 지역의 첫인상인데 마치 유령도시 같아서 이런 곳에서 무엇을 보여줄까 싶었는데 다시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서 체크인하고 나왔더니 보여주는 것이 있었다. 우선 역사를 알아야 장소를 이해할 수가 있다. 말라카는 원래는 말레이반도 중남부의 한적한 어촌이었으니 14 세기 들어 수마트라섬에서 온 사람들이 이슬람 왕국을 세웠고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잇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해상 실크로드의 거점도시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 후 1511년 포르투갈이 점령해서 향신료 무역을 독점했으며 기독교 전파를 위한 기지로 만들었다. 이무렵 명나라 시대의  중국인까지 이주해 살기 시작해서 현지인과 결혼해서 중국과 말레시아 문화가 섞여서 페라나칸 문화를 만들었다. 1641년에는 네덜란드한테 정복당하고 1824년에는 영국이 정복해 식민지를 만들었으며 태평양전쟁 당시는 일본도 점령해서 이차대전이 끝나는 1945년까지 잠깐 점령했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말라카는 서양 식민지풍의 건물과 중국풍의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2008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말라카에 있는 타임스 호텔

 

로비 벽에는 세계의 기념시계와 독특한 디자인의 시계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88 올림픽 기념시계도 있었다.

 

말라카의 구시가지 존커 거리에 있는 숙소인 타임스 호텔,

말라카의 구시가, 도로의 폭이 좁은데 차도까지 같이 있어서 걷기도 힘든 거리다. 오후 2시에 말라카 타임스 호텔에 체크인 후 늦은 점심을 먹으러 맛집이라고 알고 간 데는 자리가 없어서 다른 데서 점심을 먹었는데 맛은 좀 짠 듯했고 향신료는 먹을만했다. 거리로 나오니 여기도 좁은 옛날 그대로의 거리에 차와 인파가 뒤섞여 혼잡했다. 모든 상점들은 중국인이 다 차지했는지 여기도 온통 홍등가 같았다. 그렇듯이 말레시아는 정치는 말레시아인이 장악하고 경제는 중국인이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종교도 이슬람이 60프로, 그 외 중국인의 불교, 인도인의 힌두교가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어서 모스크와 힌두교 사원 불교 사원도 볼거리였다. 말라카 구시가지는 거리는 좁고 집은 손대지 않아 나지막한 중국풍의 허술한 건축들이고 서양식 민지 거리인 네 델란도 광장에 가면 완전히 다른 양분된 도시를 볼 수 있다

 

집들이 거의 백 년 이상 된 옛 모습 그대로가 보존되어 있는 구시가지. 존커 거리에는 지배 역사 시대의 건축물이 뒤섞여 있어 시대에 따른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데 거의가 단층으로 중국풍의 홍등 거리 같아 보이는 주로 먹거리가 모여 있는 식당가다.

집의 천장이 나무 섯가래 위에 기와를 얹었는데 밟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기와지붕을 올렸는지 신기했다.

저녁으로 먹은 메뉴

 

호텔에서 바라본 구시가의 지붕들이 다 부실해서 허물어질 것 같은데 멀리에 보이는 마천루들이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지만 높은 빌딩이 보이는 저곳은 말라카 신도시가 있는 바닷가를 중심으로 현대식 빌딩이 많은 도시다.

말라카 강, 강을 중심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침략국의 흔적이 양쪽에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관광지다. 강 오른쪽에는 네덜란드 광장 중심의 건축물이 거의 박물관으로 쓰이고 강 왼쪽에는 중국풍의 역사가 있는 곳으로 나누어져 있는 듯하다.

멜라카 강 주변

말라카강 야경, 멀리 보이는 세인트피터 교회인데 1710년 포르투갈에 의해 세워졌으며 유일한 서양식 교회라고 한다.

 

더치 광장

 

광장 중앙에 엄청 큰 고목이 있는데 아마도 말라카의 역사와 함께 한 나무 같았다. 뜨거운 낮시간에 관광객들에게 햇빛을 피해 잠시라도 쉬어가게 하는 큰 역할을 하는 나무다.

 

시대별로 조감도가 있는데 비슷한 것 같지만 건축물이 달라진 걸 볼 수 있다. 이것은 인도네시아 술탄 시대의 조감도다.

술탄 왕궁의 미니어처

스타더이스에서 바라본 더치 광장

그리스도 교회

 

이슬람 역사박물관의 예술 갤러리에는 유명한 작가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스타더이스 갤러리 작품들

 

 

 

 

 

해상 모스크, 이 그림과 같은 사진을 찍고 싶었으니 이런 위치가 보이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무희들

스타더이스, 네덜란드 건축양식의 가장 크고 오래된 1650년대의 네덜란드의 총독의 공관이었다가 지금은 말라카 왕궁 시절부터의 역사, 민족박물관과 갤러리로 되어 있다.

말라카 그리스도 교회

포환 종류들

 

중국과 말레시아인이 결혼하는 장면, 두 나라가 결혼으로 인해 뒤섞인 문화를 만들었는데 페라나칸 문화라고 한다.

어전 회의 같은 장면이다.

 

포르투갈 점령시대의 도시 조감도

 

영국 점령시대의 조감도

 

부겐빌레아 꽃

세인트폴 언덕에서 보이는 바닷가 타밍사리 전망대, 이곳에 올라가야 말라카 전경을 볼 수 있는데 못 봐서 무척 아쉽다.

세이트폴 언덕 전체가 요새였던 시대의 성터가 일부 남아 있는 모습

세인트폴 교회, 세인트폴 언덕에 있는 가톨릭 교회인데 포르투갈 시대의 사람들이 세웠다.

프란시스 자비에르 선교사 동상, 예수회 창시자로서 가톨릭 동방 선교사라고 한다.

세인트폴 언덕 아래 풍경

허물어진 교회 안쪽

 

열대지방에서 넝쿨로 자라는 몬스테라, 우리 집에서 키우는 거라 신기하게 봤다.

세인트폴 언덕 아래는 현대적 도시의 풍경이다.

 

 

세인트폴 언덕에 남아 있는 산티아고 요새

말라카 술탄 궁전, 출입시간이 늦어서 들어가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 곳.

잎은 문주란과 같은데 꽃 이름을 찾아보니 거미 백합, 스파이더 릴리라고 한다. 처음 본 참 특이한 꽃이다.

 

마지드 해협 모스크의 풍경들

 

 

모스크 탑

말라카 해변에 있는 작고 이쁜 모스크다. 바다 한 귀퉁이를 장식한 꽃 같은 모습.

 

플로 메리아

울타리에는 이름 모를 흰꽃들이 하얗게 피어서 너무 이쁘다.

 

부켄빌리아라고 하는데 말레시아 전역에 피어 있고 같은 꽃인데 색상은 온 갖가지로 피어 있다. 빨강, 분홍, 흰색, 보라색 등 마치 종이로 만든 조화 같은 모습이다.

 

이곳 까마귀는 크기가 작다.

석양 속의 해상 모스크, 선셋으로 유명한 명소인데 예술박물관에 있는 그림과 같은 사진을 찍고 싶어서 해질 때까지 기다렸으나 위치를 잡지 못하고 보이는 데로 찍었다.말라카 해협은 인도와 중국을 이어주는 가장 짧은 해로이며 세계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선박 항로 중의 하나라고 한다. 아랍인의 통치를 받다가 포르투갈에게 넘어갔으며 1641년 네덜란드에게, 이어 영국에게 넘어가는 등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았다.

 

멀리서 일몰을 지켜보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에 모여 있다. 그런데 빛이 바다로 내려앉는 그 자리에 들어 있는 남녀가 분명 모르는 사이일 텐데 묘하게 나에게 잡혀서 마치 등 돌리고 헤어지자는 장면 같다. 어느 나라 누구인지 모른다.

 

 

이건 나다.

빛을 받아서 더욱 아름다운 불그레한 모스크, 바다를 메우고 세운 모스크여서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이다. 이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전 세계인들의 발길이 이곳으로 모여진 데는 다른 무슬림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소박하고 단아한 너무 아름다운 한 송이 꽃 같은 모습이다. 터키에서 봤던 블르 모스크와는 규모나 장식에서 비교가 안 되는 작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너무 평범한 기도처였지만 기도하는 정성은 어느 곳보다 절실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완전히 붉은빛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더 지켜보지 못하고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갔다.

날씨가 맑고 좋아서 완전 핏빛의 바다다. 하루가 태어날 때의 산고가 뿌려지는 듯한 바다가 하루를 거두어 드일 때도 마찬가지로 어떤 상처의 피를 뿌리는 듯하다.

 

 

아! 붉다. 먼 나라에 와서 하루가 끝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황홀경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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