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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깜봉산

용인에 야산들이 참 많지만 깜봉산은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 계절이 좋을 때는 멀리로 찾아다니다가 요즘은 운동삼아 가까운 곳에 숨어 있는 보석을 찾듯이 정보를 찾다 보면 근처에도 좋은 야산이 많다. 겨울산이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 전 날에 촉촉이 겨울비 내리고 나니 쌓여 있는 낙엽이 더욱 붉어져 보이고 풀석이는 먼지도 없으니 금방 떨어진 낙엽 같다. 산에는 며칠간 추웠다고 땅은 얼어 있고 언 땅 밟으면 흙 속에 숨어 있는 얼음들이 기분 좋게 뽀드득뽀드득 바스러지고 된서리 맞은 낙엽들은 서리꽃이 피어서 반짝이는 겨울산의 아침이 너무 좋다. 깜봉산은 버스를 타고 광주를 통과해서 용인 처인구 모현읍에서 시작한다.시작점은 처인구 모현읍 능원리 포은 선생 묘소가 있는 곳에서 도로를 건너 바로 산길..

등산 2019.12.20

화성 융건릉

2019년 송년모임 종이 한 장, 숫자 하나가 연말이 되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마음을 텅 비게도 하고, 꽉 들어차게도 한다. 빈다는 것은 뭔가가 다 빠져나가는 것 같은 공허함 같은 것이고 들어찬다는 것은 새로움, 희망 같은 거다. 희망이라고 해봐야 거창하게 뭘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해보고 싶은 걸 하는 것의 소박 함이다. 그 소박함의 뜻을 이루는 것도 만만치는 않다. 할 수 있는 여건이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 일 년을 돌이켜 보면 계획을 세웠던 것은 다 한 것 같다. 올 한해 함께 좋은 시간을 꾸려나갔던 친목회원들 간 일찌감치 송년회라는 명목으로 모임을 가졌다. 먼저 가까운 화성에 있는 융건릉 둘레길을 걷고 나서 점심을 먹고 커피숍에서 재미 넘치는 시간을 가졌을 뿐 ..

living note 2019.12.01

경인 아라뱃길

경인 아라뱃길을 걷다. 11월 하순, 절기상으로는 겨울이지만 계절은 겨울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 채 성큼 영역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소문으로만 듣던 아라뱃길을 걸었다. 아라뱃길은 인천 서해갑문에서 김포대교 아래에 있는 한강갑문까지 이어져 있는 운하다. 대중교통을 다섯번을 환승하면서 약 두 시간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모임 장소로 가는 길은 멀기만 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9호선 급행을 타고 가는데 다행히 출근길의 반대 방향이어서 조금 지나 앉아서 갈 수 있었다. 9호선의 출근길은 듣던 대로 대단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데 바닥은 보이지 않고 사람들의 머리만으로 공간이 채워졌다. 일터를 향해 가야 하는 하루의 시작이 너무 힘들구나 싶어 잠시 내 가족의 고달픈 하루가 스쳐갔다. 한강이 ..

living note 2019.11.28

한강 노들섬

가을놀이가 끝나고 겨울 문턱으로 들어오니 멀리보다는 근교 나들이도 참 좋다. 멀리 가서 늘 시간에 쫓기는 걸음에서 해가 빠져도 걱정 없는 한강 나들이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석양에 물든 한강물을 바라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 하루였다. 섬에서 섬을 찾았다.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서 선의 형태를 모르고 있었다. 전에 갔던 선유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갔었는데 섬 같지가 않아서 한강대교 위에서 섬을 찾고 있었는데 노들섬 위로 걸쳐진 한강대교를 내려서면 그곳이 바로 노들섬이었다. 조감도를 보면 한강 위에 커다란 유람선 한 척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직접 한강 다리 위에서 보면 도시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노량진에서 한강대교 오른쪽에는 노들 숲이 있는데 공사 중이어서 내려가 ..

living note 2019.11.24

가지산의 초겨울

영남알프스의 중심 가지산 가을의 양면성에는 화려함과 멜랑콜리한 두 가지의 감정이 교차한다. 처음 가을이 시작될 때는 여러 계획을 세우고 정신없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쫓아다니다가 가장 아래쪽에서 화려함이 끝나면 이면의 늦가을엔 멜랑꼴리함의 주체할 수 없는 공허함에 젖어드는 계절병이 생긴다. 올 가을은 그 마음으로 울산까지 가서 가을을 배웅하고 왔다. 도전하고 싶은 것 중의 한가지로 남겨져 있는 것이 영남알프스 종주다. 너무 방대해서 시작도 못하고, 가장 높으고 중심적인 가지산을 중심으로 천 미터가 넘는 산군들이 아홉 개나 사방으로 뻗어 있는데 그중에 끊어서 4개를 갔다. 앞으로 나머지도 연달아서는 불가능할 것 같아 기회 되면 끊어서라도 다 가보고 싶은 영남알프스다. 길이 멀어서 새벽같이 출발을 해도 산행시..

등산 2019.11.22

봉화 세평하늘길

봉화 낙동강 세평 하늘길:승부역에서 양원역을 지나고 분천역에 이르는 12.1킬로의 트레일, 세평 하늘길, 참 특별한 이름 하나만으로도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명칭이다. 간혹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지나다니는 길로만 알았던 그 길을 내 두발로 걷게 되다니, 기차를 타면 한쪽 면만을 보게 되겠지만 트레킹을 하면 그 길에 있는 모든 것을 느끼고 보고 만지는 즐거움이 있으니 기차에 비하겠는가. "좋다"라는 말 한마디 드러내면 그 말 속에 자연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그릇에 온갖 것이 다 들어차게 된다. 그래서 세세한 표현을 다 못할 때는 "좋다"라는 말 한마디의 그릇에 다 담아내고 만다. 산이 얼마나 높고 골이 깊었으면 보이는 모든 것을 세평으로 표현했을까, 높고 깊은 산골 역에 근무했던 한 역무원의 눈에 보이는 ..

living note 2019.11.16

사색의 길에서(석성산 통화사)

늦가을엔 홀로 길을 걸어보세요. 혼자가 되면 현재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이 되어서 더 잘 보이고, 더 잘 들리고 지나온 일들에 대해서 한 번쯤 뒤돌아 보고 다가 올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알찬 시간이 되어줍니다. 가끔은 외로워 보는 것도 약이 되고 쓸쓸해져 보는 것도 경험해 보면 옆에 늘 있던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혼자 걷습니다. 지난겨울 친구와 둘이 걸었던 눈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가을이 되면 다시 걷겠노라 생각했던 일이 어느새 그날이 되어 오늘은 혼자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오직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다 보니 깊은 사색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한 해의 막바지에서 어떻게 지나왔는지에 대해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집을 나섰지만 주머니엔 이어폰이 들어 있어도 음악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

living note 2019.11.11

2019년의 만추(용인외대 가는길)

가을에 접어들고 ,가을이 얼마나 짧은 지를 알기 때문에 부단히 쫓아다다 보면 어느새 만추는 떠날 채비를 하는데, 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젊음에 수없이 빗금이 그어진 그 자리에 또 하나의 빗금이 그어지지만 저항 한 번 못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만추에 느껴지는 자연과는 상반되는 섭리로 저문다. 이렇듯 깊은 상념은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지고 아무 곳에도 이르지 못하는 그리움 같은 것이 자라나면 괜스레 스쳐간 인연들이 생각나서 찻잔을 앞에 두고 정담을 나누고 싶어지는 계절병을 앓게 된다. 혼자여도 괜찮다.차와 마주 앉고 차는 우러나고하루를 열고 하루를 닫을 때도친구 같은 차 한 잔 언 마음을 녹인다 찻잎이 수없이 죽는다찌고 말리고 으깨고 문지르고수없이 죽어 깨알만 해지면향기를 지닌 채 그제야대접을 받으며 고..

living note 2019.11.10

제주올레축제 10주년

길이 주인공인 축제 테마길의 원조가 되는 제주올레길이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했다. 처음 얼마간은 몰라서 못 갔고 알고 나서는 집안 행사가 겹쳐서 못 가고 이번에는 꼭 가야겠다고 일찌감치 제주행 티켓을 예매하고 어떤 일이 생겨도 선약 우선으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드디어 6일간 머물면서 3일간의 축제와 이틀은 다른 올레길을 걷고 돌아왔다. 축제 첫날,서귀포 숙소에서 조식을 마치고 나오는데 동쪽 하늘의 불그레한 하루가 솟아오르고 하늘은 미치 수평선처럼 연한 청회색으로 드리워져 있어 날씨가 무척 좋을 것 같아서 축제 분위기는 고조되어가고 있었다.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날씨인데 하늘도 10주년의 특별함을 축하해주는 듯했다. 아침 하늘엔 구름 한 전 없이 투명하고 보이는 건 모두가 갓 세..

제주의 사계 2019.11.05

2019년 국제걷기대회

제25회 한국 국제 걷기 대회 하룻밤 사이에 겨울이 대문 밖에 바짝 붙어 서 있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지만 계절이 바뀐다는 것이 한 계절이 다른 계절에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맛보기처럼 꼭 한 번 매운맛을 보여주고 인식시킨 다음에 서서히 사람이 젖어들게 한다. 그래서 더위든 추위든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다. 걷기 대회 행사 전 날 밤부터 초겨울의 매운맛을 느꼈지만 가을의 꼬리를 딱 자르지 못한 마음 때문일까 완전한 겨울채비를 갖추지 않고 나갔더니 한참 서 있으니 얇은 옷 속으로 바람도 데워지고 싶었는지 내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행사란 늘 그렇듯이 각 기관장들의 소개와 인사말 그런 겉치레를 거쳐야 한다. 빨리 걸어서 체온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급해져서 사전 행사가 길게만 느껴지..

living note 2019.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