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2019년의 만추(용인외대 가는길)

반야화 2019. 11. 10. 07:51

가을에 접어들고 ,
가을이 얼마나 짧은 지를 알기 때문에 부단히 쫓아다다 보면 어느새 만추는 떠날 채비를 하는데, 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젊음에 수없이 빗금이 그어진 그 자리에 또 하나의 빗금이 그어지지만 저항 한 번 못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만추에 느껴지는 자연과는 상반되는 섭리로 저문다. 이렇듯 깊은 상념은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지고 아무 곳에도 이르지 못하는 그리움 같은 것이 자라나면 괜스레 스쳐간 인연들이 생각나서 찻잔을 앞에 두고 정담을 나누고 싶어지는 계절병을 앓게 된다.

 

 

혼자여도 괜찮다.
차와 마주 앉고 차는 우러나고
하루를 열고 하루를 닫을 때도
친구 같은 차 한 잔 언 마음을 녹인다
 
찻잎이 수없이 죽는다
찌고 말리고 으깨고 문지르고
수없이 죽어 깨알만 해지면
향기를 지닌 채 그제야
대접을 받으며 고이 포장 옷을 입는다
 
잎은 간데없고 고통만 안으로 말려
따스한 물 안에서 쌉싸름하게
번져나가면 어느 입 속에서 향기로
살아난다. 죽어야 사는 모순을 마신다
어둠이 내리고 하루를 마신다
오늘도 어둠을  안고 우리는 함께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