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사색의 길에서(석성산 통화사)

반야화 2019. 11. 11. 19:59

 늦가을엔 홀로 길을 걸어보세요.

혼자가 되면 현재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이 되어서 더 잘 보이고, 더 잘 들리고 지나온 일들에 대해서 한 번쯤 뒤돌아 보고 다가 올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알찬 시간이 되어줍니다. 가끔은 외로워 보는 것도 약이 되고 쓸쓸해져 보는 것도 경험해 보면 옆에 늘 있던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혼자 걷습니다. 지난겨울 친구와 둘이 걸었던 눈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가을이 되면 다시 걷겠노라 생각했던 일이 어느새 그날이 되어 오늘은 혼자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오직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다 보니 깊은 사색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한 해의 막바지에서 어떻게 지나왔는지에 대해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집을 나섰지만  주머니엔 이어폰이 들어 있어도 음악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무를 흔드는 바람소리, 발아래 바스러지는 낙엽 밟는 소리,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가 땅 위에 내려앉는 미세한 소리까지 모두가 음악보다 더 음악 같은 정감 있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길에는 금방 떨어져 마르지 않은 잎들이 쌓여 있고 시들지 않은 낙엽 위로 가을비가 내려서 산에는 온통 구수한 녹차향이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고 온 몸을 적셔 주었습니다.꽃을 마음 놓고 밟지 못하듯이 곱게 떨어져 누운 단풍잎이 너무 고와서 함부로 밟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나무는 스스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합니다. 그 눈부심이 져버리는 데도 슬퍼하지도 않습니다. 뿌리로 돌아가서 새봄에 태어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발길에 밟혀서 바스러져도 그것을 순리로 생각하는 자연의 순환이 아름다운 자연의 심성으로 보입니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좋은 음악을 듣는 것도 무척 좋았던 것은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가 있어서 좋았지요. 가을에 어울리는 바이올린 연주도, 피아노 연주도 조용히 흐르다가 격정적인 울림에도 마음은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통화사의 봄.2020.4.30일 (초파일) 코로나 전염병으로 인해 봉축행사가 한 달 미루어지고 그냥 있자니 도리가 아닌 듯해서 가을에 너무 멋진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갔던 그 절,통화사에 다시 가서 가을과 다른 이쁜 모습도 보고 법당에 들려 잠시 인사를 올리고 돌아왔다.

 

 

 

 

 

 

 

비어 있는 의자는 언제나 기회 같습니다.생각에 잠겨보는 기회 쉬어가는 기회, 그런 사람을 기다립니다.

 

꽃같이 이쁜 낙엽을 밟고 가기가 미안했습니다.

 

 

 

 

 

 

 

낙엽이 되기 전에 나뭇잎도 검버섯 같은 것이 생기나봅니다.

정갈한 통화사 법당입니다.

절간 다운 절간에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것도 좋았고 내 마음의 기도소리에 심취해보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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