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송년모임
종이 한 장, 숫자 하나가 연말이 되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마음을 텅 비게도 하고, 꽉 들어차게도 한다. 빈다는 것은 뭔가가 다 빠져나가는 것 같은 공허함 같은 것이고 들어찬다는 것은 새로움, 희망 같은 거다. 희망이라고 해봐야 거창하게 뭘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해보고 싶은 걸 하는 것의 소박 함이다. 그 소박함의 뜻을 이루는 것도 만만치는 않다. 할 수 있는 여건이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 일 년을 돌이켜 보면 계획을 세웠던 것은 다 한 것 같다.
올 한해 함께 좋은 시간을 꾸려나갔던 친목회원들 간 일찌감치 송년회라는 명목으로 모임을 가졌다. 먼저 가까운 화성에 있는 융건릉 둘레길을 걷고 나서 점심을 먹고 커피숍에서 재미 넘치는 시간을 가졌을 뿐 아니라 신년회까지 계획하고 많이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즈음에는 곳곳에서 송년회를 떠들썩하게 계획한다. 12월 하순에 접어들면 집집마다 가족끼리 한 해를 마우리하고 지나온 날들의 힘들었던 시간들을 말로라도 다 쏟아내고 풀어내고 한 다음에 새로움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나는 가족이 얼마나 힘든 사회생활을 했는지를 들으며 고생했다고 위로하고 들어주는 셈이다.
친구, 또는 친목단체에서도 송년회의 시간을 가져야 뭔가 어제와 오늘의 다름을 인식하기 때문에 만나서 지난 이야기로 수다를 떠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다. 수다 속에서도 의미를 찾고 공감하며 더 발전적인 삶이 되도록 서로 간에 신뢰를 쌓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걷기를 좋아하는 모임이기 때문에 1차로 걷기를 한 다음에 2차로 식사 장소로 이동하는데 담소를 나누면서 즐겁게 걸을 수 있는 장소로 가까우면서도 조용한 화성에 있는 융건릉이 제격이었다.
융건릉은 정조대왕과 사도세자(장조)의 부부 합잡장릉이다.융릉은 장조(현경 왕후), 건릉(효의왕후)은 정조대왕의 합장릉이다. 본래 사도세자의 묘는 원래 경기도 양주시 배봉산 기슭에 수은 묘로 있었으나 왕위에 오른 정조가 사도세자를 정헌 세자로 추숭하고 난 뒤, 묘를 영우 원으로 높였으나 묘지 이장을 준비하고 곧 그의 지시로 지금의 자리로 옮겨 현융원이라 이름 붙였으며 효성이 지극한 정조는 죽은 후 그 곁에 묻혔다고 전해진다. 고종은 왕계 혈통상 고조부인 장헌세자를 장조로 추숭 하면서 현륭원이란 명칭도 융릉으로 격상시켰다.
융릉 입구 오른쪽에 제실이 있고 안으로 들어서면 워낙 소나무, 참나무들이 울창해서 야산의 형태가 전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야트막한 야산 오른쪽에 융릉이 있고 왼쪽 약간 높은 위치에 건릉이 있지만 아래서 보면 한눈에 보이지 않고 둘레길을 걷다가 내려오면서 건릉에 올라가야 된다. 멀리에서 보면 릉 주변에 잔디가 초록빛이 하얗게 변해서 마치 흙처럼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작은 풀포기 하나 없는 고운 진디다. 그 앞에 앉으면 왕의 품 안처럼 너무 따뜻하고 포근해서 그분의 성품으로 느껴졌다. 릉을 우회해서 올라가면 릉의 조성 당시에 심어진 나무의 나이를 그대로 간직한 숲들이 얼마나 좋은지 겨울 같지 않게 울창한 소나무들의 기백이 그대로 전해진다. 소나무에 버금가는 참나무도 일부러 심은 게 아닌가 생각되는 것은 참나무는 화제에 강해서 방화림으로 훌륭해서 초입과 둘레에는 참나무가 소나무 숲을 둘러치고 있는 형국이다. 약 한 시간 이상 걸으면 둘레길이 끝나는데 겨울이어서 사람도 별로 없어 우리는 조용한 가운데 산책을 하면서 오랜만에 아름다운 길에서 한 해의 지나온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정답게 걸었다.
홍살문과 정지각,
정자각은 제향 공간의 중심 건물로 모양이 정(丁)이라는 글자와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제향을 모시는 정전과 수행한 향관들이 배열하는 배위청으로 나눈다. 능을 지키는 수복이 머무는 공간, 수라간, 제례 때 사용할 물을 긷는 제정이 있다.
융릉(사도세자인 장조와 헌경왕후의 합장릉)
멀리서나마 포근히 안아드립니다.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놀다갑니다.
홍살문 밑에서....
참도는 왼쪽이 높고 오른쪽이 낮은 두 개의 길인데 왼쪽 길은 왕릉에 묻힌 왕과 왕비가 다니는 신도(향로)이고, 오른쪽 길은 현재의 왕이 다니는 어도(어로)로서 이 길은 정자각까지 박석으로 깔려 있다. 걸어봐도 된다고 해서 어도에 서 봤다.
나지막한 야산으로 조성된 융건릉의 둘레를 한 바퀴 산책한다.
건릉(정조대왕과 효의왕후의 합장릉), 위치가 융릉보다 약간 위쪽에 있어서 밑에서 보면 봉분이 온전하게 보이지 않는다.
재실
융건릉 앞에 있는 식당, 한국인의 밥상에서 점심을 먹기 위한 대기장소인데 골동품으로 인테리어를 해놓아서 웬만한 찻집보다 더 이쁜 공간이다.
메뉴가 식당 이름에 딱 맞는 전통 한국인의 밥상 그대로다.
식사 후 오른쪽에 있는 커피숍
'living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년걷기(광교산) (0) | 2019.12.31 |
---|---|
가을의 잔해(구성) (0) | 2019.12.21 |
경인 아라뱃길 (0) | 2019.11.28 |
한강 노들섬 (0) | 2019.11.24 |
봉화 세평하늘길 (0) | 2019.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