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제주올레축제 10주년

반야화 2019. 11. 5. 15:37

길이 주인공인 축제

테마길의 원조가 되는 제주올레길이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했다. 처음 얼마간은 몰라서 못 갔고 알고 나서는 집안 행사가 겹쳐서 못 가고 이번에는 꼭 가야겠다고 일찌감치 제주행 티켓을 예매하고 어떤 일이 생겨도 선약 우선으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드디어 6일간 머물면서 3일간의 축제와 이틀은 다른 올레길을 걷고 돌아왔다.

 

축제 첫날,서귀포 숙소에서 조식을 마치고 나오는데 동쪽 하늘의 불그레한 하루가 솟아오르고 하늘은 미치 수평선처럼 연한 청회색으로 드리워져 있어 날씨가 무척 좋을 것 같아서 축제 분위기는 고조되어가고 있었다.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날씨인데 하늘도 10주년의 특별함을 축하해주는 듯했다. 아침 하늘엔 구름 한 전 없이 투명하고 보이는 건 모두가 갓 세수를 하고 나온 얼굴처럼 말갛게 빛났다. 너무 감사한 날씨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셔틀을 타고 축제장으로 달려가는데 도착하기도 전에 멀리서 음악소리가 들려와 마음을 들뜨게 했다. 처음이란 건 언제나 호기심이 만들어내는 상상이 동원되는데 현장에 도착하니 상상은 적중했다. 여러 부스 중에 '제주올레 완주자 클럽'을 찾아서 반가운 얼글들과 인사를 나누고 빽빽한 인파 속으로 들어가 가장 먼저 선물꾸러미를 받았는데 그 속에는 행복도 들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해가 중천에 왔을 때는 여름의 꼬리라도 가을 축제에 참여하고 싶었는지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선물처럼 맑은 하늘을 내 주었다.축제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데 올레축제는 서귀포 전역에서 진행되면서 길 중간중간이 다 축제장이 되어 음악이 연주되고 부대행사들이 열여서 내가 본 최고의 거대한 축제였다. 여럿 중에서 메인 축제장인 약천사에서 축제의 막이 오르고 흥겨운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자 인자하신 부처님도 춤을 추게 하는 듯했다. 마침 시월의 마지막 날이어서 가는 곳마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이 연주되고 있어서 우리 모두에게 멋진 날의 추억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되었다.

 

우리 몇 사람에게 이 축제가 더 특별한 건,지난 여름에 로키산맥 트레킹을 하면서 넷이서 올레의 마스코트인 조랑말을 달고 다니면서 홍보를 한 결과 이번에 부산에서, 수원에서 두 부부 네 명이 3개월 전의 약속을 지키려고 오셨다. 부산에서 두 분은 해외여행에서 바로 축제장으로 오셔서 무척 힘드셨을 텐데도 전혀 내색 없이 3일간의 축제를 무리 없이 즐겨 주시니 얼마나 고맙던지 그리고도 다음의 약속까지 해주셔서 축제가 우리에겐 잊지 못할 시월의 멋진 날이 되었다.

 

언젠가 올레길을 완주하게 되면 다같은 회원이 되겠지만 로키에서 만난 분들은 우리에겐 손님인데 그중 한 분이 말씀하시기를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아무런 불상사 없이 진행되는 게 무척 놀랍다"라고 하셨다. 우리는 저녁 회식에 늦어서 총회를 보지 못했지만 알고 보니 못 본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 그리고 축제의 칭찬을 받은 말이 식기도 전에 한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서 너무 놀랐다. 우리가 원하는 분이 회장님으로 선출되었다는 걸 알았고 내가 보기엔 축제 분위기였는데 축제의 피날레에 찬물을 끼얹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지.....

칭찬받은 축제의 옥의 티로 남겨졌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운영진이 해토머리의 움트는 새싹처럼 새록새록 모든 게 잘 풀려나가도록 구심점의 첨병이 되어주시리라 믿는다.

 

이번 축제에 애써주신 운영진들과 뜨거운 볕 아래 며칠씩이나 안내를 맡아주시던 모든 스텝분들,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날 8코스, 축제의 애피타이저 같은 길에서 푸른 하늘을 이고 넓은 바다에 싸여 우리들만의 축제인양

너영나영 제주민요를 합창하면서 즐거운 길을 걸었다.

긴 여행을 마치자마자 바로 달려오신 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친 몸에 올레길이 두 분께 마음은 더욱 행복하셨기를 바랍니다.

그림 같은 긴 대열은 내가 상상했던 그림 그 이상이었다.길이 좁아서 만들어진 멋진 풍경. 제주의 오월은 상산 나무가 제주 전역을 향기로 물들이더니 늦가을에는 제주말로 보리똥이라고 하는 보리수나무 꽃향기가 전역을 향기로 물들였다. 털머위도 향기가 있고, 제주는 언제나 향기로운 도시다.

 

가까우면서 서로 모르고 살았던 세월을 단숨에 옆동네 친구로 만들어준 매개의 레길입니다.두분께도 너무 감사드려요.

초이 호스텔에서 본 서귀포의 야경.

 

가는 곳마다 음악이 연주되어서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기획이 참으로 돋보였다. 푸르른 시월의 어느 멋진 날, 파도소리도 반주가 되는 야외음악당의 연주를 들으며 제주 올레길의 모든 정령들이 춤추는 흥겨운 축제의 장이다.

 

 

 

 

 

 

 

 

 

 

알뜨르 비행장 들판에는 감자꽃이 백작약 같은 꽃봉오리가 탐스럽고 무는 초겨울 들판을 초록으로 배치시키며 양배추는 홀로 스프링클러의 혜택을 보고 있다. 노란 억새와 조화를 이루는 늦가을 풍경이 다른 지역의 단풍만큼이나 아름답다.

 

감자꽃이 이렇게 탐스러운 건 처음 본다.

아! 이분들, 인제천리길의 단체팀인데 제주올레와 별도의 단체이면서 제주올레 강원지부이기 때문에 나는 강원지부로 부각해 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너무 부러워서다.강원 지부장님의 리더십이 부럽고, 화합이 부럽고, 그분의 능력까지도 부러웠다. 리더는 이타행이 먼저지 빛나려고 애쓰면 오히려 저물고 만다. 스스로 빛나려는 것보다는 반사되어 오는 은은한 빛이 더 오래가고 아름답다. 모든 덕목의 빛이 회원들에게 물들어 리더에게 반사되는 것이 역력히 보였다. 섣알오름 백조일손의 비석 앞에서 아침이슬을 합창할 때 너무 감사해서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이 단체는 길을 가면서도 흩어지지도 않고 불편한 회장님을 잘 보필하면서 다니는 모습과 축제무대에서의 함께하는 홍보, 너무 멋지고 단연 돋보였다.

 

부산에서 오신분께서 기분 좋게 한턱 쏘셨습니다. 제주의 겨울 별미인 방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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