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용인 깜봉산

반야화 2019. 12. 20. 16:34

용인에 야산들이 참 많지만 깜봉산은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

계절이 좋을 때는 멀리로 찾아다니다가 요즘은 운동삼아 가까운 곳에 숨어 있는 보석을 찾듯이 정보를 찾다 보면 근처에도 좋은 야산이 많다. 겨울산이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 전 날에 촉촉이 겨울비 내리고 나니 쌓여 있는 낙엽이 더욱 붉어져 보이고 풀석이는 먼지도 없으니 금방 떨어진 낙엽 같다. 산에는 며칠간 추웠다고 땅은 얼어 있고 언 땅 밟으면 흙 속에 숨어 있는 얼음들이 기분 좋게 뽀드득뽀드득 바스러지고 된서리 맞은 낙엽들은 서리꽃이 피어서 반짝이는 겨울산의 아침이 너무 좋다.

 

깜봉산은 버스를 타고 광주를 통과해서 용인 처인구 모현읍에서 시작한다.시작점은 처인구 모현읍 능원리 포은 선생 묘소가 있는 곳에서 도로를 건너 바로 산길이 이어지는데 산기슭에는 묘지들이 많다. 예사 묘는 아닌 것 같은 게 규모나 형태가 옛날의 전형적인 모습이고 비석이 다 갖추어진 걸 보면 사대부 집안의 어느 조상 같았다. 일일이 다 살펴보지 않고 무심히 오른다. 옛날부터 전해지는 말`생거진천 사거용인'이란 풍수설 때문인지 용인의 야산에는 유난히 묘소가 많다. 조금 더 올라가면 오른쪽으로는 골프장이 있는데 산속에 어쩌면 그렇게 넓은 땅이 있는지, 연못까지 구색을 갖춘 잔디밭에 쉬어가고 싶지만 울타리가 쳐져 있다. 골프장은 우리가 지나가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 이어져 보인다.

 

겨울에는 추운 건 좋은데 조금만 따뜻하다 싶으면 먼지 때문에 어디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는데 오늘은 날씨도 쾌청하고 바람도 잔잔하여 산행하기에 너무 좋다.촉촉한 낙엽 속 외길을 걷는데 기분이 좋아서 몸까지 아주 가볍다. 겨울은 겨울대로 낙엽을 밟으며 걷는 재미가 있다. 야산이어서 금방 정상석도 없는 정상이 나온다. 정상에는 누군가 이름을 써서 나뭇가지에 걸어놓았다. 작은 거지만 그 덕에 정상임을 알고 가는 길인데 능선을 한참 돌고 나면 향수산이 나오고 직진해서 연결되는 법화산으로 갈 수도 있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동백에 있는 석성산 자락으로 하산했다.

 

. 동백에 있는 향린동산은 개인 땅이어서 그렇다지만 너무했다 싶을 정도로 산 깊숙이까지 고급주택들이 들어차 있어서 그들은 좋을지 몰라도 풍경은 너무 안 좋고 산을 다 망쳐놓은 것 같았다. 향린동산을 다 빠져나와서 동백에서는 마을버스 3 코스만 지나니 집에 도착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가까워서 좋고 맑은 날 하루 아깝지 않게 가벼운 걸음 즐겁게 마치고 시간도 넉넉하게 돌아왔다.

 

 

 

 

 

 

 

 

 

 

 

 

 

 

 

일대가 서울 레이크사이트 골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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