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의왕 왕송호수공원

반야화 2020. 7. 29. 12:07

처음 가고 있는 길은 얼마나 먼지 끝까지 가봐야 알듯이 우리는 지금 악조건 속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며 그 길이 어디서 끝날지 알지 못한 가운데 가고 있지만 그 길에도 계절은 바뀌고 꽃이 핀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불행 속에 숨어 있는 행복 찾아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힘든 여정에 잠시라도 꽃을 만나면 행복을 만들 수 있는 소스가 되어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어제는 제때를 맞아 한창인 연꽃을 보고 오니 오염되었을지도 모를 심신에 꽃물을 들이며 깨끗이 정화된 기분이다. 처음 가고 있는 이 길은 우리 함께 이겨내야 할 코로나의 길이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왕송호수는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만든 인공저수지였다가 개발로 인해 농지가 줄어들고 주택지가 되면서 원래의 목적은 쇠퇴하고 레저와 관광목적이 대세가 되어버려 명칭도 저수지에서 생태공원으로 비 뀌게 되었으니 격세지감의 현장이다. 주차장에서 호수 쪽으로 들어서면 바로 생태학습장인 논 같은 습지에 여러 종류의 수련들이 피어서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생태습지 사이사이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키를 넘는 홍련, 백련들이 이쁜 수련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 외도 부들과 물닭, 왜가리, 백로, 청둥오리 등 물새들의 놀이터가 되어서 꽃 속을 헤엄치며 노닐고 있는 물새들을 오랜만에 들여다보며 행복에 젖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요즘은 멀리 가지 못하고 내 주변의 볼거리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호수 둘레길 약 5킬로를 걸을 수도 있고 레일바이크도 탈 수 있지만 걸으면서 즐기는 것이 더 좋았다.

습지 가운데를 텅 비어 두고 가장자리에 여백의 미를 살리는 열대수련들이 온 갖가지 색상으로 마치 그림 한 장 같이
배치해 둔 것 같다. 텅 빈 곳은 그림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모양은 닭 같이 생겼는데 물에서 헤엄을 치는 물닭이다.

 

 

메인 호수

꽃이 왜 이렇게 좋을까! 꽃 같은 시절에는 꽃을 모르다가 꽃에서 멀어지니 그 시절이 그리워서겠지.

 

 

 

 

 

 

 

 

 

 

 

 

너무 이뻐서 한 장도 잘라내지 못하고 묶어둔다.

 

흔히 연꽃은 흙탕물에 핀다고 보편적인 생각을 하고 있지만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탕은 진흙이 분명 하나 바탕을 휘젓지 않으면 흙탕물은 정화가 되고 가라앉아 손으로 담아보면 맑은 물이다. 연은 흙탕물이 다 가라앉은 맑은 물에서 성불하듯 꽃을 피어 올린다. 그것이 연의 심성이고 또한 우리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본다. 우리의 마음속은 늘 잡념들이 휘저어서 근심 걱정이 떠나지 않지만 그 번뇌가 다 가라앉으면 마음속에서 고운 연꽃 한 송이가 오롯이 피어나는 마음바탕이 되니 그것이 바로 도의 성취감 같은 것이다. 어찌 보면 부모 같은 꽃이기도 하다. 제 몸은 골다공 같은 허약한 상태여도 절대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잘 버티며 꽃송이 같은 자식을 길러내는 힘이 있다. 그래서 꽃 중에서 귀한 대접을 받을만한 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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