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부암동 산책(석파정과 백사실계곡)

반야화 2020. 10. 9. 13:40

일 년에 한 번은 해외로 모녀 여행을 하는데 아쉬운 데로 도심 나들이라도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으로 하루를 보냈다.
목적지를 부암동으로 정하고 부암동에서 가장 보고 싶은 것을 찾아 석파정으로 갔다. 석파정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원군의 별서다. 요즘처럼 길 찾기가 편리한 세상인데도 지도에서 멈추는 곳에서 석파정을 금방 찾을 수 없어 결국 주민에게 물었더니 모르면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대문은 큰 게 있는데 현판에는 삼계동이라고 되어 있어서 아닌 줄 알랐다. 알고 보니 대문은 굳게 잠겨져 있고 출입구는 서울미술관을 통해서 3층으로 올라가면 놀라울 정도로 멋진 숲이 나온다.

도로에서는 석파정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산자락을 파고들어 앉은 듯한 서울 미술관이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석파정은 서울미술관이 관리하고 있으며 석파정을 가기 위해서는 미술관 입장료를 끊어서 석파정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상품으로 묶여 있다. 일인당 11000원이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면 먼저 미술전시회를 관람하고 3층 옥상 같은 곳에 내려서면 석파정 정원이 있고 숲 속에 대원군 별서인 안채, 사랑채 별채가 있다. 석파정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서울미술관 별관에서 이중섭 미술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석파정이라고 해서 정자가 있는 어떤 풍경을 예상했는데 바깥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다른 세상 같은 비밀의 숲이 마치 미술관의 또 하나의 야외 미술관 같은 아름다운 자연의 작품 같아서 탄성이 전로 나왔다. 밑에는 사람의 작품이 있다면 위에는 자연의 미술품이 살아서 몇 백 년을 때 묻지 않고 전시를 하고 있는 셈이다. 먼저 정원 잔디밭에 서면 맞은편에 삼각봉 같은 북악산이 뾰족하게 하얀 산길을 그려놓고 솟아 있다. 그 아래는 부암동의 풍경이 낮게 가려져 있고 멀리에는 북한산 보현봉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풍경 한 자락을 먼저 감상하고 별서로 들어가니 작은 쪽문 안에 옛 모습 그대로 고종이 묵었다는 별채가 있다. 공간은 아담하고 임금남의 거쳐 같지는 않을 정도로 협소했다.

서울미술관,산봉우리 같은 언덕이 마술관의 지붕 같은 모양이다.

석파정 정문

석파정 정원 진디밭에서 보는 풍경,북악산과 부암동

보현봉이 선명하다.

대원군 별서,이곳이 너무 아름다워서 대원군이 탐을 내다가 조선 말기 중신 김흥근의 소유였는데 팔라고 해도 팔지 않으니 어느날 고종을 데리고 가서 묵었는데 김흥근이 임금이 묵었던 곳을 개인이 소유할 수 없다는 당시의 예법에 따라 대원군한테 헌납했다고 한다 대원군은 결과적으로 고종을 이용해서 뺏은 것인데 그분은 이곳에서 얼마나 영화로웠을까! 모든 걸 다 비웠다면 잠시라도 이 아름다운 곳에서 편히 심신을 쉬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사람은 가도 자연은 남아 역사의 한 페이지에 안겨 보는 한나절의 꿈 같은 시간의 풍경에 젖었다.

고종황제의 거처인 별채, 공간이 협소하지만 풍경은 멋지다. 마루에 앉으면 북악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드높은 하늘이 가린 것 없이 펼쳐져 있어 땡볕에 한참이나 풍경을 조망하며 앉아 있었다.

별채 안 깊은 곳에 장식되어 있는 보물들, 카메라를 안으로 넣어서 겨우 찍었다.

별채에서 나와서 쪽문을 통해 숲 속으로 나간다.

쪽문으로 나오면 가장 먼저 고목이 된 단풍나무가 별채를 다 덮고 하늘을 가린 채 마치 땅과 하늘의 경계를 이루는 것인양 크고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고목인데도 너무 싱싱함을 드러내고 있다.석파정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고목 같아보였다.
숲속 산책로

숲 속에는 곳곳에 컬러풀한 벤치를 놓아두어서 운치를 더하고 있다. 새소리, 바람소리 서로 부대끼는 숲의 소리에 빠져본다. 가만히 입을 가리지 않고 나만의 공간에서 들숨날숨에 집중하며 초록 공기를 마음껏 흡입하는 게 이렇게 좋은 줄 모르고 살았다. 이제는 안다. 이 좋은 공기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산책로 아래 너럭바위, 영험한 기운이 서려있는 소원바위

석파정

 

사랑채 옆의 소나무와 북악산의 조화로움, 이 소나무는 서울 지정 보호수 60호인 천세 송이다. 천년을 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600년을 넘게 살고도 아직 죽은 가지 하나 없어 보이고 붉고 튼튼한 가지들이 예술품의 구성처럼 뭔가를 그려 넣은 듯이 잘 짜인 엮음으로 마당 쪽으로 가지를 키우고 있는데 장차는 마당 위의 소나무 지붕이 될 듯해 보인다. 천세는 넉넉히 살 것 같다.

천세송의 멋스런 가지들
홍예문 왼쪽에는 사랑채,오른쪽에는 안채,안채에는 서로 이어주는 홍예의 작은 틈으로 안채다운 장독이 보인다.

소수운련암의 각자가 새겨져 있는 암반

 

마술관 위로 올라서면 입구에 있는 모과나무의 고목

미술관 밖에 있는 조형물

석파정을 나오면 서울미술관 왼쪽에 있는 오래된 카페인, 럼버잭 카페인데 뒷벽은 산의 암석을 그대로 살려서 자연의 품이 카페가 된 모습이 특이하다. 1800년대의 소품들이 오브제로 장식되어 있다.

이제 오후의 일정으로 백사실계곡으로 가기 위해서 부암동 오르막길을 힘들게 올라간다.

 

 

부암사의 일부 건축물, 비구니가 기거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백사실 계곡으로 들어가는 산책로 입구부터 너무 좋다.

백석동천,계곡입구에 있는 각자바위,사적 제 426호로 지정된 글씨다.백석동천은 흰바위가 많은 북악산에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이란 뜻이라고 한다.계곡이름은 백사실계곡인데 백사 이항복의 별장터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며 추사 김정희가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북악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세검정까지 현재도 이어져 흐르는데 길고 깊은 계곡은 아니지만 서울도심에 도룡용과 다양한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곳이 유일하게 생태경관 보호지역으로 남아 있어 자연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은 마치 숨쉬기 위해 찾아드는 서울의 폐포 같은 곳이다. 계곡의 물은 가난하지만 잘 보존된 탓에 이곳에 들어서면 공기부터 다르다. 꼭꼭 숨어서 착한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것 같은 아기자기하고 작은 골짜기다. 계곡 주변은 밟지 않는 옛 모습의 산책로가 여럿 있는데 지금은 지나 다지지 못할 정도로 끊겨 있기도 하고 복원 중인 곳도 있다.

별 서지의 초석

연못 가에 있는 육각정의 초석, 연못에 물이 가득 채워지고 이쁜 정자와 연꽃이 피어 있었을 것 같은 풍경이 연상되는 아름다운 장소다.

세검정으로 내려가는 통화사 앞에 닳고 닳은 반짝이는 마당바위가 세월과 물의 힘을 느끼게 해 준다.

 

세검정,정자 아래는 넓은 반석이 있고 정자는 자연적인 돋은 바위 위에 세워져 있다.당시에는 맑은 물이 풍부하게 흘렀을 민가가 없는 동네였지 싶은데 지금은 오수가 흘러들어서 엣 정취를 느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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