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매력적인 도시,광교에 빠지다.

반야화 2021. 4. 4. 18:23

봄은 지구촌의 축재 기간이다.
병들고 오염된 지구촌에 봄의 여신은 너무도 건강하고 깨끗하게 희망까지 담아서 땅 위로 마구 솟구친다. 마치 천국이 잠시 땅으로 내려앉아 천국과 극락의 세계를 맛 보여주는 듯하다. 봄에도 겨울 속을 헤매고 꽃이 피어도 꽃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잠시라도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산책을 한다.

밤새도록 비가 내리고 아침에 수정 같이 맑고 투명하게 하늘을 열어둔 아침이 너무 찬란하다. 더구나 휴일 아침이라니, 많은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와서 이 하루가 오래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봄나들이를 즐기는데 방역지침에도 그들의 마음을 오늘 하루만큼은 가둘 수도 나무랄 수도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산을 오르며 요동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가운데 떠나간 사람, 잊힌 사람들에게 그리움을 담아 내 마음속으로 모두 소환해서 오래된 기억 속에서 만난다.

난 지금 수원과 용인으로 나누어진 도시, 광교에 머물고 있다. 이사하면서 들고 나는 과정에 시간차가 생겨서 작은 딸 집에 3개월간 머물기로 했는데 마침 봄을 맞아 하루하루가 마치 어느 여행지에 장기 체류하면서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도시가 탄생하기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난 모른다. 그 어떤 모습도 상상할 수 없는 상전벽해가 되어 있는 멋진 도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 조건이 다 갖추어진 부족함이 없는 도시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연환경이 너무 좋다. 산과 호수가 있고 공원이 많아 녹지 비율이 대지와 맞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내가 사는 마을에 호수 하나만 끼고 있어도 살맛이 날 텐데 여기는 한꺼번에 호수 두 개를 이어서 산책을 할 수 있다.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사이에는 드넓은 잔디공원이 있어 오늘처럼 날씨가 좋으면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온 식구들이 다 나와서 놀고 있는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 보이고 강아지까지 따라 나와서 쫄랑쫄랑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다. 그 외에도 몇 개의 마을을 거느리고 있는 광교산이 있다.

아침에는 강아지와 산책을 하면서 호수를 돌고 이른 점심을 먹고 광교산으로 갔다. 이렇게 먼지 한 톨 없이 맑은 날은 산 정상에 있어야 된다는 걸 아는 나로선 그냥 집에 들어앉아 있을 수가 없다, 광교 중앙공원에서 형제봉까지 오르는 길은 천천히 즐기면서 걸으면 왕복 약 여섯 시간이 걸릴 정도로 긴 산자락이지만 길이 완전 공원길이다. 중앙공원을 지나고 여담교를 지나고 버들치 고개까지는 너무 편한 길이다. 버들치 고개를 넘어 위쪽으로 오르면 조금씩 등산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천년약수터까지는 그래도 완만하고 형제봉 오르는 나무계단 길이 그중 힘이 약간 들어가는 길이지만 계단이 나즉나즉해서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산이 있어 광교를 더욱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어 주고 있다.

혼자서 가는 길은 여유로워서 좋다. 볼 것 다 보고 관찰하면서 걷다가 좋은 자리가 있으면 다 앉아 본다. 난 지금 투명한 산에 뿌려지는 싱그러운 솔향을 맡으면서 벤치에서 글을 쓴다. 진달래꽃 진 자리조차 너무 아름답고 산벚꽃 만발한 산길을 오르다가 뒤돌아보니 마을이 너무 깨끗하다. 매일 오늘만 같으면 날씨만으로도 사람들은 행복해질 것 같다. 천천히 오르면 형제봉 끼지 세 시간 정도 걸린다. 드디어 형제봉에 도착해서 사방을 둘러보는데 가시거리가 너무 좋다. 시퍼렇게 드러난 산너울 속에 마을이 들어차 있어 산의 파도를 보는 듯하다. 광교산에서 이렇게 좋은 풍경을 처음으로 본다. 등산객 모두가 그런 마음인지 일어설 줄 모르고 먼 곳을 주시하는 모습들이 다 행복해 보이는 오늘이다.

밤 산책을 할 땐 호수공원의 야경 또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