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사계 5

우리마을 사계(가을)

스스로 통제하고 서로 간에 울타리 치고 긴 질곡의 시간이지만 자연 속에선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가는구나. 모진 태풍 지나고 산 위에 뭉게구름 일어나니 마음이 먼저 길을 나선다. 길섶에 고추잠자리 거센 바람 타지 못하고 주저 않아 떨고 있는데 부러지지 않으려는 나무들 흔들리며 바람소리로 운다. 어느새 가을이 와 있네,하며 무심코 길을 가는데 가을 한송이 떨어져 있고 풋밤 세알 나란히 박힌 채 가난한 마음에 넉넉한 가을을 예고하는데 벌레도 맛보지 못한 알밤을 입에 넣으니 초가을 풋내가 너무 아리다.

우리마을 사계 2022.10.20

우리마을 사계(여름)

2022.6월, 올해는 무더위가 일찍 시작되었다. 기후의 변화 때문인가. 지나온 여름들을 돌아보면 유월에는 선풍기 하나면 되었고 칠월은 장마철이어서 시원한 날이 많아서 가끔만 에어컨을 켜면 되었다. 그런데 내 기억 속의 여름은 삼복더위 때 열흘 정도만 잘 지나가면 창문만 열어도 견딜만했는데 올여름은 유월부터 팔월 초에나 있을법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어 에어컨을 켜게 되었으니 무더위는 6주 정도 당겨지고 여름은 그만큼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집안에 있으면 어디론가 나가고 싶어지고 나가면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어 진다. 그래서 요즘은 멀리 가지 않고 동네의 숲을 즐기고 있다. 우리 마을 대단지 아파트는 숲이 자랑거리다. 현관 밖만 나가면 울창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멀리 가지 않아도 산책하기에는 손색..

우리마을 사계 2022.06.27

우리마을 사계(봄)

간밤에 비가 많이 왔나 보다. 오랜만에 대지를 흠뻑 적시고도 남은 물이 웅덩이를 만들어 봄의 반영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니 초록으로 짙어진 나무들 사이로 영롱한 빛이 내리고 동네는 모든 시인의 시구와 모든 화가의 그림이 전시된 시화전이 펼쳐진 것 같다. 날씨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된다. 삶이 단순해서일까, 길을 걷는 내내 상큼한 미소가 가시지를 않는다. 가장 좋은 건 밤새 흠뻑 비가 내리고 아침해가 방긋 웃는 것인데 이 좋은 조건을 다 갖춘 오늘, 선물 같은 하루다. 이런 날은 그냥 보내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약속이 나에게 있다. 너무 좋은 때다. 벌레가 곡예를 하고,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송화가루가 날리면 그 좋은 숲도 조심을 하게 된다. 이제 곧 이 모든 악조건이 시작될 텐..

우리마을 사계 2022.04.26

우리마을의 사계

멀리 가지 않아도 봄꽃이 지천이더니 그 봄 밭에 여름이 놀다 가고 뜨겁던 여름이 안겨준 화병이 밖으로 드러나는 듯한 가을이 왔지만 상처를 오히려 그림으로 펼쳐놓는다. 이 모든 그림이 지워지는 겨울이 오면 설경을 붙여야겠다. 집 바로 옆 솔밭 산책로,이 길로 루비와 매일 산책 나가는데 솔향기 맡으며 수목원에 잠겨 있는 듯한 곳. 법화산 산책로 아이들이 꽃이다. 산딸나무 팥배나무 열매 루비와 산책하는 개천 산책로 탄천 지류 개천 맑은 물이 사계절 마르지 않고 흘러간다. 근린공원

우리마을 사계 201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