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통제하고 서로 간에 울타리 치고 긴 질곡의 시간이지만 자연 속에선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가는구나. 모진 태풍 지나고 산 위에 뭉게구름 일어나니 마음이 먼저 길을 나선다. 길섶에 고추잠자리 거센 바람 타지 못하고 주저 않아 떨고 있는데 부러지지 않으려는 나무들 흔들리며 바람소리로 운다. 어느새 가을이 와 있네,하며 무심코 길을 가는데 가을 한송이 떨어져 있고 풋밤 세알 나란히 박힌 채 가난한 마음에 넉넉한 가을을 예고하는데 벌레도 맛보지 못한 알밤을 입에 넣으니 초가을 풋내가 너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