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사계

우리마을 사계(봄)

반야화 2022. 4. 26. 12:54

간밤에 비가 많이 왔나 보다.
오랜만에 대지를 흠뻑 적시고도 남은 물이 웅덩이를 만들어 봄의 반영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니 초록으로 짙어진 나무들 사이로 영롱한 빛이 내리고 동네는 모든 시인의 시구와 모든 화가의 그림이 전시된 시화전이 펼쳐진 것 같다. 날씨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된다. 삶이 단순해서일까, 길을 걷는 내내 상큼한 미소가 가시지를 않는다.

가장 좋은 건 밤새 흠뻑 비가 내리고 아침해가 방긋 웃는 것인데 이 좋은 조건을 다 갖춘 오늘, 선물 같은 하루다. 이런 날은 그냥 보내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약속이 나에게 있다. 너무 좋은 때다. 벌레가 곡예를 하고,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송화가루가 날리면 그 좋은 숲도 조심을 하게 된다. 이제 곧 이 모든 악조건이 시작될 텐데 오늘만은 심술궂은 숲의 식구들이 없어 너무 좋다. 그래서 집이 아닌 뒷산 공원 변취에서 글을 쓴다.

어느덧 이사온지 일 년, 그동안 난 우리 동네 사계를 완성했다. 지난여름을 시작으로 겨울까지 담아내고 궁굼 했던 봄은 올봄으로 완성했다. 편리를 다 갖춘 입지 조건과 어느 정도 숲을 이룬 세월이 흘러간 곳, 정문에 들어서면 집이란 건축물보다 울창한 숲이 먼저 보여서 마치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여름에도 뜨겁지 않게 루비와 산책을 할 수 있고 비기 와도 보슬비 정도는 맞지 않을 정도로 정원은 숲으로 울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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